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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Mar 11. 2022

38_ 60대의 나를 만난다면 나는 웃을 수 있을까?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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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게 되었다.

64세의 나를 만나러. 과연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60대가 된 나를 만났을 때 웃을 수 있을까…?


1,500원짜리 커피를 파는 카페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돌아서는 어머니를 보며 만약 그것이 내 미래의 모습이라면 어떨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저 멀리 있는 미래, 60대로 가보는 것이다.


60대.

내가 그 나이에 도달하려면 대충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한다. 이미 지나온 30년 남짓 동안 세상은 SF 영화에서 세상이 바뀌듯 달라져버렸다. 유선 전화기가 휴대전화로, 비행기에서 드론으로, 오프라인 삶에서 온라인 삶으로. 그러니 아마 30년 후에는 하늘에 드론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모든 집에 가정용 로봇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싶다.


그 변화가 무엇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게 뭐든 지금과는 꽤나 다른 환경일 거다. 하지만 그런 사실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 미래의 나에게 중요한 건 그때 내가 경제력과 건강이 잘 받쳐줘서 여유롭게 살고 있느냐일 테니까. 다른 건 몰라도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때도 지금처럼 가난이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생활의 기본권을 빼앗고 비참한 삶을 제공하는 건 변함없을 거라는 사실이다. 수백 년 전에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그렇다면 노후에 나는 1,500원짜리 커피 앞에서 어떤 표정을 하는 사람일까?


지금 내 꼴을 봐서는 딱히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씨가 화창한 봄날에 벚꽃마냥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해도 현실이라는 싸늘한 바람에 몽땅 떨어져 버리기 일쑤라. 그러다 보니 자꾸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쉬고 있는 모습보다는 보람, 만족과는 거리가 먼 생계형 노동에 시달리는 늙은 나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보다 더 왜소하고 어두운 낯빛을 하고서 휴식은커녕 돈 걱정에 한숨을 푹푹 쉬면서 지금보다 더 어렵게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내 부모님처럼 말이다.


젊어서 근면 성실하게 일하고 자식들도 다 장성했지만 여전히 가난한 부모들을 볼 때마다 벚꽃 같던 내 긍정의 마음은 또 한 번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진다. 카페 한 번 가는데도 많은 생각을 하는 노인들 사이에 호호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그려 넣는다. 그들이 다 게을러서, 돈을 열심히 안 벌어서, 자식이 없어서 지금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한 번은 어머니께 가난한 노인은 왜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냐고 여쭤봤다.


“젊었을 때는 건강하니까 나중에도 그때처럼 돈 벌고 싶으면 뭐라도 해서 벌 수 있을 줄 알고 노후 준비를 안 한 걸 거야. 늙으면 건강이 약해지고 일할 수 있는 곳도 드물어지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심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거지. 그때는 그때 가서 할 수 있는 일 뭐라도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무엇보다 당장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은 많고 월급이 적으니 노후는 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어머니는 그들을 심히 이해한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하긴, 병에 걸리기 전에는 나도 지금 노후 준비 안 한다고 60대에 쪼들리며 살겠나 의심조차 하지 않았. 커피 한 잔에 망설이는 내 모습은 살면서 개미가 똥을 싸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듯 단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다. 그저 늘 노후에 도달하기까지 30년도 더 남았으니 그까지 거 20년 후에 걱정해도 늦지 않을 거라며 안심했을 뿐.


그러다 병에 걸리고 건강을 잃고 노인들처럼 바닥을 치는 체력과 일하고 싶어도 영영 일하지 못할 수 있는 그 처지에 놓이고 나서 알았다. 꼭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경험한 것처럼. 노후 준비 타령은 그걸 알고 나서야 하기 시작했다. 바보는 꼭 겪어봐야만 안다더니 그 바보가 나일 줄이야.


만약, 20~30년 전에 젊은이들이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늙고 가난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그들은 달라질 수 있을까? 충격을 받은 과거의 들이 자기 세계로 돌아가 정신 차리고 노후 준비를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이 꼴을 보고서도 당장 사는 게 빠듯하다며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또 똑같은 오늘을 맞이하게 될까???


연말, 연초가 되면 유독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만약, 초라한 나의 60대를 미리 보게 된다면 과연 나는 그럴 수도 있다며 덤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 표정은 심하게 굳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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