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없는 것이 당연하다
어쩌다 체한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장염이 심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전주부터 편도가 부어 고생했던 터라 처음엔 몸살인가 싶었는데 점점 속이 메슥거리더니 발열에 복통에 정말 이런 괴로움은 너무 불쾌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그저 일요일을 빨리 보내고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무겁디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니 모두 아픈 사람들뿐이다. 갑자기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고 도대체 뭘 잘못 먹은 건지 억울했다. 나의 위장은 본디 건강한 게 당연한 게 아니었나? 유통기한 지난 우유도 괜찮다며 그냥 먹고 배부르다고 바로 누워도 아무 문제없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 괴로워야 하지? 할 일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생각보다 훨씬 억울했다.
장염은 너무나 고약한 게 분명히 배가 고픈 감각이 느껴지는데 막상 무언가를 먹으면 바로 식욕이 떨어지고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밥 먹고 약 먹고 멍 때리다가 약에 취해 잠들고 2일 동안 어두운 방 침대에 누워 아무 생산적인 활동도 못하고 있으니 기력이 너무 없다. 그냥저냥 1주일 내내 아프고 나니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 오랜 기간 아프면 우울증이 오겠구나 싶었다. 정확히 8일째부터는 죽과 반찬을 열심히 먹어도 속이 아프지 않았다. 중간에 커피 욕심내다가 속이 뒤집어진 거 빼고는 괜찮았다 ㅎㅎ 그다음 날부터는 양배추라면도 끓여 먹고 도망갔던 식욕과 의욕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아 정말 살겠다.
꾸르륵꾸르륵 배에서 나는 소리도 안 들리고 밥 먹고 난 후 불쾌한 느낌도 사라졌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장염을 겪으며ㅋㅋㅋ 자만한 부분을 많이 발견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완전히 다른 것인데 계속 건강할 것이라는 자만도 있었고 하루하루 밥을 먹고 잘 자고 움직일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보는 풍경이 당연시되는 것처럼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나를 제대로 마주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사람은 한 번씩 아프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건가 싶다.
“야 그거 아니야 정신 차려!!!”
이렇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