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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 Aug 26. 2021

봄의 프리지어

어떤 것을 정의하는 데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나는 봄을 '피는 계절'이라고 부른다. 겨울을 꿋꿋이 견뎌내는 생명들도 많다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피어나는 봄꽃들을 기다리는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 개나리, 벚꽃. 라일락, 목련. 꽃나무가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봄이라 더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꽃집에 꽃을 사러 들르는 일은 특별한 일 이외엔 없지만 봄에는 늘 갈 일이 두세 번 생긴다.


프리지어를 사기 위해서다.


사실 프리지어는 겨울 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봄과 더 잘 어울리는 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부러 봄의 프리지어에 마음을 들이게 되었다. 향이 있던 없던 모든 꽃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어 곱지만 프리지어 하면 또 특유의 달콤한 향이 매력이다. 꽂대까지 과하지 않게 은은하게 올라오는 노란 향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 생각해보면 프리지어는 늘 노랑에 걸맞은 향을 지니고 있었다. 부드럽고 달고 포근하고 따뜻한. 그래서 슬쩍 오르기 시작하는 기온. 그런 날씨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올해 어머니 생일 선물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도 프리지어였다. 비 오는 봄 어느 날, 소담스러운 프리지어 한 다발을 사서 버스에 올랐다. '엄마 그래도 요맘때 프리지어 한 다발쯤 괜찮지?' 하고 이야기하기 참 좋을 것 같아서. 어떤 계절의 이유로 불리고, 또 이야기되고. 가끔은 어떤 마음이 되기도 하는 계절의 꽃들. 그중에서도 나는 프리지어가 참 좋다. 길게 느껴지는 추운 겨울에 태어나 봄을 기다리게 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한 샛노랗고 따뜻하고 참 달큰한 존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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