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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 Aug 29. 2021

산책

산책, 하면 최근엔 으레 밤 산책이 최고지. 중얼거리게 된다. 계절에 어울리는 산책이 조금씩 다르지만 늦여름엔 역시 밤 산책이다. 적당히 식은 아스팔트 위를 터벅터벅 걸으며 아직은 조금 더운 바람이 부는 낮을 떠올려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곳을 한 바퀴 휘 둘러보는 것도 그럴싸하지만 조금 편안한 신발을 골라 신은 날에는 부러 돌아서 멀리 갈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도 신선하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까. 최근에 조금 멀게 느껴지는, 그러니까 가보지 않은 동네의 어느 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집까지 돌아오는 길에서 의외의 녹지를 만났다. 멀잖은 곳이지만 처음 걷는 길이었다. 바로 옆은 차가 쌩쌩 달리는 4차선 도로인데, 한쪽 옆에서는 우거진 숲 향이 퍼뜩 났다. 군데군데 개발제한구역이라는 푯말이 서 있더라.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그득 들이쉬었다. 따뜻하고 그리운 냄새. 달면서도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동네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잠시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의외의 밤 산책이었지만, 의외여서 알지 못하는 것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가끔은 있는 모양이다. 걷지 않았던 길을 걸으며 발견하는 새로움, 매일 당연하게 느꼈던 길들이라면 미처 몰랐던 새로 생긴 가게, 눈여겨보지 않았던 간판. 어떤 커피숍 같은 풍경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경우도 있고, 산책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띄는 변화들이 반가울 때도 있다. 이를테면 겨울의 끝, 아파트 단지 앞 쪽에서 개화한 목련을 만난다던지 하는. 

다가오는 가을에는, 늦은 오후쯤 책을 들고 가깝지만 조금 멀찍이 산책하고 싶다. 풍경을 걷다 잠시 앉아 문장을 담고. 문장을 담다가 다시 일어나 이런저런 의외를 만나다 해 질 녘 돌아오는. 커피 한잔쯤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겠지. 예전에 으레 하던, 산책하며 '커피 마시기'는 이제 조금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걷는 일을 즐겁게, 기꺼이 해보려 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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