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하는 산책.
여름에 대한 아름다움이라면 반나절을 읊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생의 감각을 가장 처연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 중 하나이기도 하고. 송골송골 맺히거나 또는 흘러내리는 땀. 정수리를 빨갛게 만들 정도로 뜨겁고 따갑기까지 한 햇살. 마스크 틈새로 공기가 도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대기, 눅눅한 하늘. 장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름을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여름을 앞두고 보게 되는 여러 가지 것들이 눈에. 그리고 마음에 든다. 퍽이나.
엄마와 휴일에 공원을 걷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가운데에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의 모서리들에는 이미 핀 향기들은 폴폴 존재를 내뿜고 있었고, 곧 피게 될 장미들을 위한 공간이 새초롬하니 공사 중이었다. 시원하면서 조금 후끈한 오후 공기를 뚫고 주변 나무들 사이를 걸으면서 새삼 곧 여름이구나. 하는 감각이 시리게 다가와 온 몸이 따끈해졌다.
흔들리는 그네에 앉아 잠시 너머 볕을 보았다. 엄마는 옆에서 지금 듣기 좋은 곡에 대해 고민하며 오늘의 노래를 고르고 있었다. 그 흔들 그네에서 엄마와 나는 그동안의 일보다 앞으로 어떻게 걸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요즈음 느끼는 감정을 담담하게 말하는 엄마의 눈주름이 마음에 쑤욱 들어왔다. 어릴 때에는 몰랐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괜스레 눈가가 시큰해졌다. 그래도 그 전보단 얼굴이 낫다고. 먹고사니즘에 지쳐 샐쭉한 모양으로 최근을 읊는 내 손을 엄마가 가만히 잡으며 말했다. 엄마, 정말 중요한 게 뭘까?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오후.
고된 업무 덕에 시큰한 어깻죽지에 카메라를 메고 달랑달랑 호수의 곁을 걷다가 엄마와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쉬는 날인데, 우리 딸 무거워서 어쩌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따뜻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다음에 오면 여름이겠다. 그때는 해가 조금 넘어가면 와서 걷자.' 누군가가 내 왼쪽에 혹은 오른쪽에 있는 감각. 나는 혼자가 아니고, 가끔은 둘이었다가 몇이었다가, 그리고 또다시 혼자가 되어 시간을 흘리겠지. 뭐가 어찌 되었든, 휴일의 산책을 행복해할 수 있는 이 정도 텐션이면 무엇이 어떻게 되었든 다 괜찮을 것이다.
곧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