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key
Tunca Sahin.
터키의 페티예라는 아름다운 바닷가 도시가 있다. 사실 파묵칼레와 카파도키아를 위해 떠났던 터키 여행이었기 때문에, 빠듯했던 일주일간의 터키 여행 일정에는 끼워 넣기 무리였던 곳이었다.
카파도키아에서 빌어먹게도 운이 좋지 않아 남들은 다 해보는 열기구를 타지 못했다. 그리하여 삐뚤어진 마음으로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하다던 페티예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던 그 아름다운 바닷가가 어디란 말인가!
열기구도 못 탔는데 까짓것 가보지 뭐.
가끔 발끈하는 나의 성격이 무언가 일을 저지르는 데에 쓰이곤 한다.
페티예의 카우치 서핑을 구하고 카파도키아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도착했더니 차를 손보고 있던 Tunca가 보였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집 구석구석을 구경한 끝에 아기자기한 다락방을 소개받았다. 피곤할 텐데 조금 쉬고 나오라는 말에 서너 시간 단잠을 자고 일어나 1층으로 향했다.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이곳에 왔다는 나의 말에, Tunca는 친구들이 바닷가에 있으니 함께 가자고 했다. Tunca가 아는 패러글라이딩 업체에 예약을 해두고 친구들과 선탠을 즐겼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바닷가는 멀리서 바라보는 게 더 익숙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술기운이 더 올라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을 보며 열기구의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달래졌다.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드디어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 겉옷을 챙겨가라는 Tunca의 말을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청했던 시간은 선셋 시간에 딱 맞춘 마지막 패러글라이딩 타임이었다.
하늘 위에서 보는 아름다운 석양과 패러글라이딩. 두 가지 첫 경험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이었지만, 혼자 와서 즐기는 액티비티는 생에 처음이라 이 신나는 마음을 공유할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나의 모든 경험들을 메세지나 SNS 등을 통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공유해왔던 것 같았다.
발랄한 강사님 덕에 그리고 마지막 타임이라는 덕에, 패러글라이딩의 최고 서비스라는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기를 몇 십 번 하면서 우주 만물의 코딱지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였다.
정성스레 구워준 CD까지 챙겨서 Tunca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오는 길에, 푸르른 바다 근처에 사는 네가 부럽다고 했다.
그리고
오롯이 혼자서 수많은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시간을 배우러 페티예에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