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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매오 Feb 21. 2021

내 속도를 지키는 일

왜 뛰어야 하는데?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고 서울에서 인천으로 퇴근했으므로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해를 바라보며 달렸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고 저녁에는 저무는 해를 뒤쫓았다. 그날의 일정을 체크하느라 정신없는 아침과 달리 저녁에는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된다. 모든 것을 '콘텐츠'라 부르며 '인풋'을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직장인이지만, 퇴근길 지하철에서만큼은 비생산적이고 의미 없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듯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을 지난 열차는 지상으로 나온다. 오른쪽 창밖에는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이 보인다. 저마다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물끄러미 응시하곤 했다. 어둑해진 하늘과 먼 거리로 인해 차종을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그것들은 둘로 나뉜다. 지하철보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느린 차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달리는 빠른 차는 마치 영화 주인공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점에서 둘은 다르지 않았다.


내 속도를 지키는 일은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한다고 생각했다. 외로움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갈 준비가 된 것이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어쨌든 하나의 트랙 위에서 함께하고 있는 이들을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듯한 마음. 적정 속도는커녕 현재 속도조차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가보려고 한다. 지치면 좀 쉬기도 하면서. 마지막에 멈추는 바로 거기까지가 나의 세계겠지.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 혼자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싶다. 닿은 듯 닿지 않은 듯, 가까운 듯 먼 듯, 같이 가는 듯 따로 가는 듯 움직이는 반경 몇 미터 안의 사람들이 나로 하여금 멈추지 않게 해준다. 그러고 보니 한때는 나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같은 경험을 사이좋게 나눠가졌던 사람들. 그때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다 나만큼 멀리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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