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춤추듯
병원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나는 주사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우리 병원은 주사실에서 주사를 준비하면 원장님이 직접 오셔서 주사를 놔주시는 시스템이다. 그날은 90세가 넘은 할머니와 70세 가까운 아드님이 함께 주사를 맞으러 오셨다.
나는 평소처럼 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원장님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때 할머니께서 조용히 나를 부르시더니 “힘들지?” 하시며 주머니에서 만오천 원을 꺼내 건네주셨다. 나는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할머니는 끝까지 받으라고 하셨고, 결국 감사히 받았다.
그분은 생활보호 대상자이셨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그 따뜻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귀하고 고마웠다. 그 순간, 나는 단순히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연결을 느꼈다.
주사를 다 맞고 나가시면서 할머니는 나를 향해 인사를 하시고,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며 춤을 한 번 추시고는 환하게 웃으며 병원을 나서셨다. 그 모습은 마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춤추는 배우 같았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순간을 즐길 줄 아는 그분의 모습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며칠 뒤, 아드님만 병원에 오셔서 할머니의 안부를 여쭤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느라 병원 올 시간이 없어요”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음이 터졌다. 역시 인생을 즐겁게 사시는 분이구나.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나도 저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남을 돌아볼 줄 알고, 인생을 춤추듯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병원이라는 공간을 조금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그런 분들이다.
삶의 무게를 춤으로 덜어내고, 웃음으로 나누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생의 본질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