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조용히 병원 창가를 적셨다.
연서는 여전히 매일 환자들을 만나며 깃털 없이도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 눈빛, 그리고 조용한 기다림은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었다.
하진은 가끔 연서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다.
“오늘도 잘 해냈지?”
“응. 루야 없이도 괜찮아.”
그들은 가끔 꿈속 정원을 떠올렸다.
고목나무, 루야, 그리고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
그건 이별이 아니라, 감정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연서는 병원 옆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루야, 잘 지내고 있지? 우리, 잘 해내고 있어.”
그 말은 바람을 타고 어딘가 먼 곳으로 닿았다. 그리고 그곳엔 분홍빛이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그건 마음이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