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AD 승객이 된 승무원

입국 거부 된 승객으로 도하에 돌아오다

by 아말

그렇게 나는 조지아 입국심사에서 입국 허가를 못 받은 한국인이 되었다.

다행히 친구가 두바이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에 연락되었다.


"어디야?" 나는 다짜고짜 물었다.

"나 지금 버스."

"타지마, 타지마! 14일이고 나발이고 한국 여권 입국 안된대."

"뭐!? 일단 알겠어."


친구도 비행기를 타러 가는 버스 안이라 빨리 탑승을 취소를 해야 했기 때문에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

나는 바로 도하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조지아 트빌리시 비행은 비행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다행히 레이오버 없이 돌아가는 턴 비행이었고 나는 내리자마자 한 시간 뒤에 다시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INAD 승객이 되었다.


*INAD : Inadmissible Passenger(입국 거부 승객)


승무원 트레이닝에서는 DEPU, DEPA(강제추방자로 동행하는 에스코트의 유무에 따라 분류된다), 그리고 INAD 등 여러 유형의 승객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절차가 달라진다. 그렇다. 나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다뤄질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우선 지상직의 인계로 가장 먼저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지상직원과 사무장 사이에 나의 여권을 포함한 여러 가지 서류가 오가고 나는 맨 뒤에 앉아 승무원들의 감독하에 도하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 부류의 승객에게는 주류 서비스가 금지되며 플라스틱 식기류가 제공된다. 쇠로 된 식기류가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절차대로 나는 내가 타고 온 비행기에 다시 올랐다.


보통 승무원이 자신의 항공사의 승객이 될 때는 매니페스트(승객명단)에 직원이라 표시가 되기도 하고 해당 비행을 하는 승무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내가 INAD 승객으로 다시 탑승하자 나를 조지아에 데려다준 승무원들은 꽤나 놀라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는 상황설명을 했고 동정을 받으며 수다를 떨었다.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기내식 서비스 때는 승무원들이 플라스틱 식기류로 교체된 식사를 주었고 "술 못 줘서 미안해"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오프가 잘 없는 내 스케줄에 친구와 오랜만에 맞춘 휴가를 망쳐서 기분이 상당히 다운되었다. 하지만 나는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도하에서 나머지 오프나 즐기자는 마음으로 체념했다. 그리고 INAD 승객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며 조신하게 도하에 돌아왔다.


도착 시 INAD 승객은 가장 마지막에 비행기에서 내린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지상직원과 사무장의 서류 교환이 있었고 나는 지상직원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지상직원도 내 사정을 잘 들어주며 별문제 없이 집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굉장한 믿음을 주었다. 든든했다.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입국 심사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한편 두바이에서 출발하지 못한 친구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공항에 발이 묶였다. 탑승 직전에 탑승의사를 번복했기 때문에 비행기 테러 등 여러 가지 의심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탑승 후에 내리는 오프로드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절차상 타려던 비행기가 무사히 조지아에 도착할 때까지 친구는 그렇게 공항의 감시하에 있었다.



지상직원의 든든한 말과는 달리 공항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하필 이날부터 카타르에 입국하는 사람들을 막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아침에 출국할 때와는 180도 뒤바뀐 상황이었다. 나는 그저 오늘 아침에 나갔다가 여행도 못해보고 오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일 뿐이었지만 입국 심사에서 나는 바이러스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한국인일 뿐이었다.


그들은 여행국가와 여권에 따라 입국자들을 분류하여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도 줄을 섰다. 이제 나는 언제까지 공항에 갇혀 있을지 아니, 집에는 갈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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