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권으로 입국이 거절되다
2019년의 끝은 코로나 19의 시작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당시 나는 카타르항공에서 비행을 하고 있었고 내가 살고 있던 도하에는 코로나 영향이 없었기에 사실 체감은 잘하지 못했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고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비행하던 친한 친구와 나는 휴가를 맞춰 여행을 가기로 했다.
당시 카타르와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단교로 인해 친구가 사는 두바이와 내가 사는 카타를 오가는 비행이 없었다. 우리는 서로 참 가깝고도 먼 나라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페트라를 가기 위해 요르단으로 여행지를 정했고 어렵게 휴가를 맞췄다. 그런데 1월이 지나고 2월이 되자 코로나는 전 세계를 덮쳤고 신천지가 한국을 거의 매장시켰다. 요르단은 결국 한국 여권 소지자의 입국을 금지했고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여행지를 변경해야 했다. 당시 요르단을 포함해 몇몇 엄격한 국가들은 한국인의 입국 자체를 금지했고 나머지는 '14일 이내 한국을 여행한 자'의 입국을 제한했다. 우리는 아직 국경을 닫지 않은 국가들 중 조지아를 선택했다. 엄연히 따지면 우리는 14일 내에 한국을 '여행한 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2020년 3월 9일. 나와 친구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이스탄불 턴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 두 시간 정도 취침 후 여행 갈 채비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타르항공 승무원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말이 없었다. 승객과 승무원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알사장님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싶다. 어쨌든 조금씩 코로나를 실감할 무렵 나는 승객으로 공항을 향했다.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지금 시국에 여행이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나를 뜯어말렸다. 그들과 내가 사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에 코로나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달랐다. 그렇게 나는 아주 얕은 걱정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약 4시간 뒤 조지아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조지아는 중동과 그리 멀지도 않고 내가 전공한 러시아와 가깝기 때문에 유럽과 중동의 문화가 뒤엉켜 있는 매력적인 나라다. 자연도 아름답고 물가도 저렴해 저렴이 스위스라고도 불렸다. 카타르항공과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행기 시간이 같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조지아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친구와의 여행이자 휴가이기에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하기했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입국심사에서 내 차례가 되었다. 여권을 내밀자마자 직원은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거 한국 여권이잖아?"
"응, 한국 여권이야." 나는 대답했다.
"한국 여권 안돼."
"한국 여권 말고 14일 내에 한국 여행한 자만 안 된다고 쓰여있잖아. 나는 해당 없어."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너네 자동출입국 쓰잖아."
"그럼 제한 내용에 한국 여권 자체가 안 된다고 써놨어야지... 내 친구는 1년 동안 한국에 간 적이 없는 한국인인데 얘도 한국여권이니까 안 되겠네?"
"응, 안돼."
나는 다급히 친구에게 보이스톡을 했다. 다행히 친구는 아직 비행기를 타러 가는 버스 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