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스트레스
나는 꽤나 완벽주의자다. 완벽한 완벽주의자는 아니고 그냥 완벽하고 싶은 자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앞두면 항상 배가 아프거나 어딘가 아팠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아닌데 그냥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몸으로 반응이 온다. 혹자는 이해를 못 하거나 '은진이 또 아프겠네.'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잘하고 싶으니까. 최선의 결정이길 바라니까. 그리고 그렇게 아파야 '내가 스트레스를 받나 보군.' 알 수 있다. 아픈 건 싫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삶도 별로 매력적이진 않다.
우리는 종종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으로, 곧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스트레스가 병이 될 수도,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뭐든 과유불급이지만 적당한 스트레스 없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아무런 자극도 압박도 없는 삶은 오히려 우리를 병들게 한다.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 생각해 보면 올해는 스트레스와 압박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프지 않았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잘 활용했는지도 모르겠다. 한창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다이아몬드는 엄청난 압력 속에서 만들어져. 그래야 더 단단하고 빛이 나거든."
아주 사소하게는 아침에 눈을 떠 일어나는 일부터가 스트레스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추운 날은 따뜻한 이불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누워있고 싶다. 하지만 일어나 출근을 하거나 육아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어나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없는 사람은(물론 생활 패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마 해가 중천이 넘어서도 침대에 있을 것이다. 일어나야 하는 압박이 스트레스를 주지만 나름 성과가 있는 하루로 보상해 준다.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근육에는 Type 1과 Type 2가 있는데 보통은 우선 쓰이는 Type 1 근육이 한계치에 다다르면 계속해서 동작을 하는 것이 몸과 정신에 스트레스가 된다.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활용해 한 번 더 움직인다면 Type 2 근육을 동원할 수 있다. Type 2 근육을 가동하고 내 한계치를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몸에 적용된 스트레스는 받을수록 적응하고 반복될수록 그 기능은 향상된다. 이 부분은 추후 다시 얘기하겠다.
하지만 모든 스트레스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다른 얘기다. 얼마 전 곧 항공과 4학년이 되는 학생이 상담을 신청했다. 방향성을 잃어 조언을 구한다며 국내항공사와 외국항공사 사이에 결정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년에 4학년이 되는데 국민체력 100이며 토익이며 아무것도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근데 아직 아무것도 안 하고 심지어 토익 시험도 없어 국내와 외항사는 지원조차 할 실력도 자격도 안되는데 왜 고민하는가?(때리진 않았지만 맞은 것 같았다.) 우선 영어공부와 함께 다른 자격들을 갖추기로 했다. 그 학생은 또 질문했다. "휴학을 2년 하면 길 까요?" 최대한 취업과 면접에서 멀어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급함과 간절함은 다르다.
스트레스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스트레스받는 이유를 행동으로 즉각 옮기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 내가 받는 압박이 해야 할 일의 진행속도, 그 결과와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지금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에 부서져버릴 것인지 잘 견디고 활용해 단단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