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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Jul 30. 2020

패.알.못이 본 넷플릭스 -Next in Fashion

잠재력에 크기와 깊이라는 게 존재할까?!



요즘 넷플릭스 뭐 보세요? 저도 좋아하는 시리즈들의 정주행을 다 끝내면 "그다음엔 뭐 보나~~" 하면서 한 다섯 개 정도 이것 틀었다가 저것 틀었다가 하는 것 같아요~


저처럼 넷플릭스 뭐 보지?!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오늘은  <넥스트인패션>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강스포 하자면) <넥스트인패션>은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로, 우리나라의 디자이너 민주킴이 최종 우승을 해 더더욱 이슈가 되었어요!


저는 왜 이걸 이제야 발견했는지 모르겠는데, 저처럼 아직 넥인패를 안 보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넥인패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https://youtu.be/a2W0ivtnXjY

<넥스트인패션>의 공식 예고편



우리에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더 이상 새로운 포맷의 TV쇼가 아닙니다. 노래, 춤, 연기, 뮤지컬, 패션... 다양한 분야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었고,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이죠.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나 봐요. 프로젝트 런웨이의 업그레이드 버전 아니냐는 말들이 있더라구요 ㅎㅎ



넷플릭스 <Next in Fashion> 1편 번외 영상에 달린 유튜브 댓글 중



사실 저는 퇴근 후에 넷플릭스 -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넷플릭스의 지극히 미국스러운 컨텐츠 -를 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예전에 제 최애 프로그램 중 하나인 <퀴어아이>를 보고 리뷰를 남기기도 했었죠.


<넥스트인패션>은 <퀴어아이>의 멋쟁이 5인방 중 한 명인 탠이 사회자로 나오길래 더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어요. 사실 탠때문에 본 거지 등장인물이 누가 나오는지는 이전에 알지도 못 했습니다 ㅎㅎ



https://youtu.be/ohgkYc6-6vc

<넥스트인패션> 1편 미리 보기



<넥스트인패션>은 상금 25만 달러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럭셔리 쇼핑몰 '네타포르테' ( https://www.net-a-porter.com/ ) 입점을 걸고 전세계에서 모인 디자이너들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매 화마다 정해진 컨셉에 맞게 옷 1-2벌을 디자인해야 되는데요, 예를 들면 레드카펫 패션, 슈트, 스트리트 웨어, 언더웨어, 진... 다양한 종류의 컨셉에 자신의 철학을 녹여내어 이틀 만에 완성된 작품을 가지고 무대에 모델을 세워야 하죠.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2시간 남짓!! 첫날은 6~8시간, 둘째 날은 4시간 정도 시간을 주면서 미션을 해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2인 1팀으로 미션을 시작해요. 그래도 주어진 제작 시간이 워낙 짧아서 빡센데, 8명만 남았을 때부터는 개인전으로 바뀌면서 더욱 빡세지죠.


게다가 파이널로 넘어가면 3일 만에 10벌의 콜렉션을 완성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미션까지 주어집니다!



후덜덜한 포스의 파이널 심사위원들 (모델 알렉사 청 / 인스타그래머 패션 부분 책임자 / 진행자 탠 / 우리나라로 치면 슈스스 급의 스타일리스트 / 네타포르테 담당자)



넷플릭스 <넥스트인패션>에는 있고,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없는 것


<넥스트인패션>을 보다 보니, 몇 가지 재밌는 걸 발견하게 되었어요. 넷플릭스에서 만든 프로그램이어서 그런지, 여기에는 있지만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없는 것들이 몇 개 있었거든요.



#1. 찐"다양성"이 있다.




첫 번째는 다양성이에요. 넷플릭스는 많은 큰 미국 회사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다양성을 중시하기로 유명해요.


실제로 주요 컨텐츠 중에 소수 문화/마이너리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내용의 것들이 많고요, (앞서 이야기한 <퀴어아이>가 대표적인 다양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이죠. 게이 남자 5명이 나와서 신청자들을 메이크 오버해주는 컨셉)


<넥스트인패션>에서도 다양한 국가와 백그라운드를 가진 참가자들이 나오는데요, 출신 국가와 인종도 다양하고 일류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사람부터 군인 출신 디자이너, 성소수자 등이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죠.


이는 확실히 미국 컨텐츠라 가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 TV쇼라면 이만큼 다양한 국가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 "밤샘"은 없고, "퇴근"은 있다.


10초 남은 첫 번째 미션의 첫날 밤. 땡 치면 모두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두 번째는 밤샘이 없다는 건데요 ㅎㅎ 우리나라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을 보면 어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모습을 자주 비춰줘요. "경쟁 = 밤새도록 노력해서 이겨야 하는 것" 이런 프레임이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넥스트인패션>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역량이라 생각하고, 같은 시간 안에 얼마큼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거지 누군가 더 시간을 들여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바라지 않더라고요.


매화 등장하는 그 날의 퇴근까지 카운트다운 소리와 진행자들의 "어서 들어가서 쉬세요~ 내일을 위해!" 하는 모습은 꽤나 신선했어요.




#3. 동종 업계 종사자들 간의 "우정"이 있다.


<넥스트인패션>은 초반에 2인 1조 팀전으로 시작해 참가자들 간의 합을 우선으로 심사한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빠르게 친해지곤 하죠. <넥스트인패션>에 나오는 디자이너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줘요.


처음에 2인 1팀으로 참가할 때도, 오랜동안 합을 맞춰온 파트너와 함께 팀을 이뤄서 참가한 사람들도 있고요, 설령 처음 본 사람과 짝이 되었다 하더라도 일을 하면서 친해지고, 경쟁의 과정에서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죠.


특히 4번째 에피소드에서 탈락자 심사를 번복해야 하는 부분에서 진행자 Tan은 "자신도 이 업계 종사자, 디자이너로서 얼마나 이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에게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다른 디자이너들이 달려가 안아주기도 해요. <넥스트인패션>은 경쟁과 우정, 긴장과 드라마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

동양 여성에 대한 클리셰


<넥스트인패션>의 동양인 참가자 한국인 김민주 님과 중국인 엔젤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다른 어떤 TV 쇼보다 캐릭터성이 중요합니다. '캐릭터'는 등장인물들이 어떤 생각과 배경을 갖고 있는지 '경쟁'이라는 상황에 던져놨을 때 그들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들어가는 '인터뷰'라는 요소를 활용해 보여주기도 하죠.


<넥스트인패션>도 여느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비슷한 포맷으로 경쟁의 상황 - 참가자들의 인터뷰 - 형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동양인 여성 듀오인 민주킴과 앤젤첸 팀을 둘러싼 클리셰였습니다.



둘은 굉장히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거든요. 앤젤은 2016년 포브스가 뽑은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under 30's에 뽑힌 적이 있고, 이미 젊은 나이에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죠.


민주킴 역시 넥스트인패션 전부터 유명했고 실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너입니다. 중고등학교를 뉴질랜드에서 보내고 벨기에로 유학을 가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민주킴 브랜드를 운영한 것만 5년, BTS 월드투어 옷을 만들기도 한 경력이 있죠. (참고 기사)



그런데 이 둘은 "드레곤 프린세스"라는 팀으로 불리면서 동양인 여성 특유의 발랄한 캐릭터를 가져가요. 개인적으로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모습을 강조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넥스트인패션>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다니엘과 민주킴



특히 아쉬웠던 점은 결승전에 올라간 민주킴과 다니엘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는데요, 다니엘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학교 Central Saint Martins를 졸업한 전형적인 백인 엘리트 남성 캐릭터로 비춰져요.


반면에 민주킴은 한국 - 서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라고, <넥스트인패션>에 나온 이유가 한국에서 더 알려지길 원해서라는 마지막 파이널리스트 인터뷰 때 이야기를 하죠.



그러면서 다니엘은 계속 차분하게 미션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민주킴은 종종거리면서 미션을 해내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멘붕이 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죠. 충분히 유능한 사람인데 여성들 특유의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은 캐릭터예요.



이렇게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만 결국 민주킴이 우승하게 돼요. 결과적으로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분명 있었다고 볼 수 있어도, 민주킴이 좀 더 당당하고 유능한 캐릭터로 비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물론 본인이 그런 성격을 갖고 있고, 극한의 상황에서 그것이 드러나는 거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I deserve it! 나도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실력을 갖고 있어!'라는 캐릭터가 보였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경쟁하여 최종 우승을 한 민주킴을 보며 영감을 받고 싶으신 분들, <넥스트인패션>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사실 저는 다양한 컨텐츠 속에서 '여성'들이 어떤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지 관찰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없던 '여성 캐릭터'들을 발견할 때, 혹은 굉장히 소수였던 여성 캐릭터들의 저변이 넓어지는 모습을 볼 때 누구보다 즐거워하는 사람이죠.


이전에 KBS 다큐인사이트 <개그우먼>을 보고 감상을 남겼던 글도 https://brunch.co.kr/@amandaking/153 그러한 맥락에서 썼던 것이고요, 사실 이번에 <넥스트인패션>을 보고도 굳이 글을 쓰는 이유가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여성들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해요. 이건 특정 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지점이죠. <넥스트인패션>에서 최종 우승이라는 결과를 거머쥔 민주킴의 성장 스토리는 비단 디자이너 분들에게만 영감을 주지 않을 거라 예상해 봅니다.


많은 여성 분들이 민주킴을 보면서 세계 무대를 꿈꾸고, 또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인정받는 그날을 상상하게 되리라 믿어요. 그러니 민주킴을 보면서 영감을 받고 싶으신 분들, <넥스트인패션>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위 글을 영상으로 더 간결하게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https://youtu.be/QzwRv7CMi-Q



막간을 이용한 홍보;

재미있는 넷플릭스를 보고 모여서 토론하며 나를 탐구하고, 인생을 돌아보는 커뮤니티 '넷플살롱'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주제로 클럽을 열게 되었어요. <작은 아씨들>, <마담 CJ 워커>, <인턴>, <미셸오바마의 미커밍> 등의 작품을 같이 보고 토론을 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를 좋아한다면 +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고 싶으시다면 함께 해요! https://netflix-salon.com/apply/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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