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사업자에서 '창업자'로 거듭나기

2021년 7월의 기록

by 지영킹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는 '스여일삶' 멤버들과 회고록을 쓰는 온라인 모임을 한다. 7월의 마지막 일요일은 지난주였지만, 지난주에 화학적 유산 경험에 대한 글을 올리느라 회고록을 못 썼다. 그래서 8월이 시작되었지만 7월의 회고록을 늦게나마 올려본다.





#1. 1인 사업자에서 '창업자'로 거듭나기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이전에 어떤 회사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부터 정의해보았다.


6월 회고에 썼던 것처럼 7월은 '컨텐츠 마케터' 님을 모시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한 달이었다. 예상보다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좋은 분들을 모시기에 그 정도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전혀 아까운 것이 아니므로, 기꺼이 많은 지원자 분들을 만나보고, 신중하게 한 명 한 명 고민을 했다.


이전에는 '지원자'의 입장에서 있었던 내가, '면접관'의 입장으로 완전히 바뀌어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물론 나는 스타트업 업계로 온 이후에 계속해서 '채용'이나 '일'과 관련된 업종에서 일했기에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여튼, 솔직하게 채용의 과정에 대해 회고를 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컬쳐 핏'이 잘 맞는 인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타트업들의 채용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대문짝만 하게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우리 회사의 인재상, 실제 팀원들 인터뷰 같은 게 실려 있다. 왜 그럴까? '컬처 핏'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컬처 핏'이 뭐냐, 딱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긴 한데, 우리 회사가 선호하는 스타일. 우리 회사가 일하는 방식이 지원자 분께 잘 맞을 것 같은지, 기존에 팀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은지, 그 과정에서 서로 시너지를 내어 그분도 퍼포먼스를 잘 내고 적응을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컬처 핏'이 된다.


스타트업에서 컬처 핏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게 없다. 대기업처럼 10,000명 속에 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10명 중에 1명, 3명 중에 1명을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 명 한 명의 성향, 한 명 한 명의 일하는 스타일, 한 명 한 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미치는 임팩트를 따지자면 대기업은 10,000분의 1인데 스타트업은 10분의 1, 3분의 1이기 때문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이 직무 경험이나 잠재력은 뛰어난 사람으로 보이지만 뭔가 갸우뚱한 경우에는 오랜 시간 그 자리가 공백이 될지어도 섣불리 채용을 하지 않/못하는 거다.



두 번째, 채용 공고에 쓰여 있는 직무 역량 & 우대 사항과 경험을 얼마나 매칭 했냐, 얼마나 잘 어필했냐가 중요하다.

이번에 우리는 '컨텐츠 마케터'를 뽑기 위해 채용 공고를 올렸는데, 다른 직무를 맡으면 명백하게 더 잘할 것 같은 분들도 꽤 있었다.


이 때는 본인이 갖고 있는 경험 자체가 해당 직무와 안 맞는 경우 (물론 경력자가 직무 전환을 하고 싶은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이 해당 직무와 매칭 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필을 못 하는 경우 2가지가 있다. 운이 좋으면 후자 같은 경우에는 면접 시 커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면접 분위기나 면접관의 특성상 그것을 못 이끌어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해서, 자기소개서나 입사 지원서를 낼 때 '나를 어필하기 위해 쓴 내용'과 '회사에서 찾고 싶어 하는 사람에 매칭 되는 내용'이 각각 몇 %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예컨대, 컨텐츠 마케터로 직무 경험이 없지만 회사에서 제시하는 직무 역량이나 우대 사항 중 나의 경험과 일치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절반 정도 쓰고, '나' 자체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을 절반 정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은 우리 회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다.

컬쳐 핏이 약간 애매한 것 같고, 직무 역량도 100%로 어필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보고 싶은 사람'은 결국 그 마음이 전달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초기 스타트업이라서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채용'이라는 것도, 함께 할 팀원을 뽑는다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란 걸 기억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결국 자기소개서도, 면접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하는 일이다. (기계나 ai가 아니라..)


마치 이런 거다. 소개팅 나가기 전에 상대방이 평소 뭘 좋아하는지, 주선자에게 몇 가지 팁을 얻어서 첫 만남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노력. 내가 평소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소개팅 나오는 사람의 취미가 독서라니까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을 가지고 나가는 성의 같은 거. 이정도를 하면 상대방의 마음의 빗장도 금세 풀어지고, 그러다 보면 잘 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아지지 않겠는가.


소개팅 자리에 나갈 정도의 의욕이 있는 상태라면, 면접 자리에 갈 의향이 있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책 한 권이라도 들고나가려고, 이 회사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것과 내 공통점을 최소한 하나 정도는 찾으려고 애쓰면 확률이 높아질 거라는 말이다. 예선만 통과한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게 싫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도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기도 하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아쉽기도 했다.


창업자로서 내 다음 목표는 좋은 사람을 데리고 오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더 많이 데리고 오는 것은 기본, 이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일이 되었다.



#2. 팀쉽 강화하기,

내 일을 나눠주는 것을 넘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7월에 보았던 쌍무지개!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팀원들이 내 일을 덜어가는 정도로만 일하고 있다. 혼자 일하다 팀원들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 또한 신중하게 일을 주고 + 맡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20대 때 창업을 했더라면 더 거침없이 일하고, 맡기고, 달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내 20대를 살아보니 알겠다. 만약 그때의 내가 창업을 했더라면, 나는 훨-씬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훨-씬 많은 상처를 주거나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팀원들은 답답할 수도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왜 하는 건지, 이 일이 내 커리어에 어떤 의미가 될지.. 잘 모르겠고, 시키는 일만 하려고 스타트업에 왔냐?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팀원들과 리더의 소통 시간이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타운홀 미팅" 모두가 모여서 창업자에게 궁금한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이유가 이거 같다.


지금 우리 회사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나는 잘하고 있나요?
당신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나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뭘 더 하면 좋을까요?


등등, 사람이 많아질수록 계속해서 '창업자와 팀원'들 간의 간극은 벌어질 텐데, 이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한 노력,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1순위로 확보되어야 한다.


회사 다닐 때는 '전체 미팅' 같은 건 도대체 왜 하나 싶었는데, 창업자들도 너무나 듣고 싶은 것이다.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고민, 현재 상황을. 첫 만남을 생각해보면 서로 "좋은 회사 만들어보겠다고" 뭉쳤던 거 아니겠나. 회사를 운영할 때에도 그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7월에는 <2021 Social Mates Club>이라는 프로그램을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협업하여 진행하게 되었는데, 위와 같은 맥락에서 참가자 모집도 성황리에 끝내고, 7월 31일 발대식도 성공적으로 치러서 매우 매우 뜻깊었다.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낸 첫 결과물인데 우리끼리만 좋은 게 아니라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고, 의미도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렇게 몇 번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치러내다 보면, 나 또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더 많이 따오거나 기획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고, 팀원들 또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일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3.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두려워말자!


내가 운영하고 있는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에는 두 가지 축이 있다. 멤버들과 함께 모임이나 행사를 진행하며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커뮤니티' 사이드, 그리고 거기서 나온 이야기들 & 사람들이 잘 모르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들을 전하는 '컨텐츠' 사이드.


커뮤니티와 컨텐츠는 밸런스를 이뤄야만 한다. 좋은 커뮤니티에서 좋은 이야기가 나오고, 좋은 컨텐츠로 좋은 사람들이 유입되어야 좋은 커뮤니티가 유지되므로.


그래서 항상 이 두 바퀴를 잘 굴리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처음으로 '잠깐 멈춤' 버튼을 눌렀다. 지난 2년 동안 매주 금요일에 발행해오던 뉴스레터를 멈추고, 매주 뉴스레터에서 전했던 여성 창업가들의 인터뷰도 멈췄다.


사실 이 결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매주 30-50명씩 뉴스레터 구독자가 늘어나는데, 멈추는 것은, 너무나 아쉽고 리스크가 크기도 했다.


게다가 스여일삶 인터뷰집 <스타트업으로 출근합니다> 텀블벅 펀딩 등 기존에 기획되었던 이벤트들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만약 뉴스레터를 한 번만 더 보낸다면?'이라는 가정과 상상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하지만 제목에 썼듯이 두 발을 전진하기 위해서 때로는 한 발을 물러설 필요도 있더라.


겉으로 보기에는 한 발 물러서고 끝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알지 않나. 이 한 발자국이 훗날 몇 발자국짜리 점프로 이어질지. 커뮤니티와 컨텐츠, 모두 '퀄리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멈춰야만 했다. 억지로 마른 수건을 짜내느니, 푹 쉬면서 다시 물을 푹 적셔서 나중에 물이 충분히 나오도록 하는 게 나으니까.



#4. 퀄리티는 '여유'와 '체력'으로부터 나온다.


앞서서 20대 때 창업을 했더라면,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이라는 전제를 했지만 딱 하나, 20대 때 창업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 20대 창업가들에게 부러운 것이 있다. 바로 "체력"이다.


왜냐하면 퀄리티는 시간을 쏟는 만큼 나오고, 그 시간은 마음의 여유와 체력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30대는 분명 20대보다 여유와 체력이 부족하다. 여유와 체력을 인생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40대 초반까지는 조금 내려가다가, 이후에 다시 상승하는 M자 곡선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올해는, 건강에 노란 불이 켜지는 경우가 많았다. 4월에 디스크가 그랬고, 7월에는 화학적 유산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의식적으로 내 몸을 챙기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나는 나이가 되어버린 거다.


4월 디스크 때는 몸이 아프니까, 누워있는 것 말고는 뭘 할 수가 없으니까 답답했다면, 7월 화유를 겪었을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힘들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내가 만드는 컨텐츠, 나의 생각, 나의 글, 나의 말, 나의 표정, 나의 일 모두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멈춰야 할 것은 멈추고, 다시 다잡아야 할 것들은 다잡아야만 했다.

조회수 머슨129...

지난 주말에 올린 화학적 유산 경험과 관련된 글은, 카카오 #탭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봤고, 이 글을 읽은 지인들이 개인적으로 연락도 정말 많이 왔다. (https://brunch.co.kr/@amandaking/227 )


남편은 이걸 보고 "너 화학적 유산한 거 전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며 농담 반/진담 반을 건넸지만, 나는 여성들/언니들의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혼자가 아니구나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사람도, 페이스북으로만 소식을 주고받던 사람도 "저도 3번 만에 아기를 만났어요.", "나는 7번이나 유산을 했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네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더라." 등등.. 정말 많은 간증(?)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더불어 이런 생각도 했다. 인생은 0 아니면 1이다. 20대 때에는 연애를 하냐 / 못(안) 하냐가 중요했다. '1의 세계'에 진입만 하면, 별 것도 아닌 일인데, '0의 세계'에 있다 보면 그렇게 초조하고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10대 때는 어떤 대학에 가냐가 그랬다. 대학? 가냐, 안 가냐 그저 0 아니면 1일뿐인데, '가고 싶은 곳에 못 가면 어쩌지' 즉, '0의 세계에 머물면 어쩌지' 걱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30대 때 역시 비슷하다. 결혼을 하냐 / 못(안) 하냐, 임신을 하냐 / 못(안) 하냐는 그저 0 아니면 1일뿐이다. 그런데 그 '1의 세계'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고, 그렇게 아쉬울 수 없다. 1의 세계에 진입한 순간, 0의 세계에 있던 나를 기억도 못 할 거면서.



'1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0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마음 편히 먹으세요.


그러나 '0의 세계'에 있는 사람은 '1의 세계'에 있는 사람의 그 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아니, 그게 안 된다고요. 그걸 못 하겠다고요.


그 '마음 편히 먹으라'는 말은, 내가 0의 세계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언젠가 1의 세계에 진입할 거라 믿으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20대 초반의 나는 연애를 못 하는 것에 전전긍긍해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CC를 했고, 당시 남자 친구가 군대에 가고 헤어지고 난 뒤에는 소개팅도 여러 번 받아보고 나 좋다는 사람도 만나봤다.


그러다가 "에이, 다 부질없어. 인연은 억지로 만들겠다고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냐. 나는 그냥 내 할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을 기다리겠어."라고 마음먹는 순간,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마음 편히 먹고 기다리다 보니 이내 1의 세계로 진입했던 거다.


24번째 생일 케이크 앞에서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며 "흰 수염고래 같은 남자 친구를 만나게 해주세요."했던 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을 쏟아줄 준비를 하다 보면, 우리 부부에게 선물처럼 귀한 아가가 찾아올 거라 믿으며.



결론: 리더로서, 어른으로서,

더 성숙해질 수 있었던 2021년 7월



2021년 7월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251B85 진한 남색이라 하고 싶다. 잔잔해 보이는 바닷가도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깊이마다 비치는 색깔이 다르다. 자연에 있는 모든 생물들은 울퉁불퉁하다. 높낮이가 있고, 깊이가 있다. 매끈한 아스팔트 같지 않다.


나라는 인간 역시 더욱 깊어져야만 하는,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2021년 7월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깊어지는 내 인생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사랑해주고 싶다. 이 깊이만큼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