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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Oct 17. 2021

모든 기회는 '사람'을 타고 들어온다

커뮤니티 리더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앞선 글에서 이런 말을 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기회들도 생겼으며,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일들도 많았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나는 어떤 스타일의 리더십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도 찾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가?'를 탐색하면서 진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게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얻을 수 있었던 '혜택'이라 생각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일과 삶에 긍정적이고 건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이번 글에서는 그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가장 먼저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는 아마 다른 커뮤니티 리더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예상한다.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은, (하다 못해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한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게 왜 개인의 인생에서 중요한가? 그것 역시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모든 기회는 사람을 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 - 커뮤니티만큼 확실한 투자가 또 있을까? 그럼 지금부터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PART 2. 내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1. 운영진


2017년 처음 커뮤니티를 만들었을 때 만났던 운영진 - 아정님과 혜림님 (왼쪽 사진), 2020년 코로나 전 ㅠㅠ 마지막 전체 운영진 모임이 되었던 단체 사진 (오른쪽)


세상에 나 혼자 잘나서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몇이나 될까? 나는 하다 못해 먹고 - 자고 - 숨 쉬는 모든 일들 역시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몸, 내가 쓰고 있는 재화와 환경들 모두 거저 주어진 것은 없다. 모두 누군가의 노력이나 희생, 무엇인가가 전수되었기 때문에 존재한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혼자서는 '빨리' 뭔가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래, 멀리, 큰 일을 하고 싶다면 결국 '함께' 해야 한다.



하물며 커뮤니티는 어떤가, '혼자' 있는 건 애당초 커뮤니티가 될 수 없다. 


커뮤니티라는 단어의 어원을 봐도 쉽게 이해가 간다. 벨기에의 학자 베르나르 리에테르에 따르면, 커뮤니티는 라틴어 'CUM'과 'MUNUS'가 합쳐졌다고 한다. 그중 'CUM'은 함께 (TOGETHER)를 뜻하고, 'MUNUS'는 선물 (GIFT) 또는 준다 (TO GIVE)를 의미한다. 즉, 커뮤니티란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것'이다. (출처)



내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운영진'들이다. 나는 커뮤니티를 시작할 때부터 '운영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비교적 초창기부터 운영진들의 도움을 받으며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운영진들은 직접 모임을 주최하기도 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또 그런 이야기들을 널리 알리기도 하면서 우리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2019년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주최했던 컨퍼런스 때의 모습


돌이켜 보면 정말 크고 작은 일들을 '운영진' 덕분에 벌렸던 것 같다. 


위 사진 속 컨퍼런스 때 일화를 이야기하자면, 스타트업 업계에 다양한 행사들이 있지만 연사가 전부 남성으로 구성된 이벤트들도 많아서, '여성들이 직접 주최하고, 여성들이 연사로 나서서 이야기하는 행사도 의미 있고 재밌을 수 없을까?' 싶어서 기획되었던 거였는데.. 


행사 당일 - 전날 새벽까지 준비를 하다가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아침에 내 핸드폰이 고장 나고 아예 안 켜져서 큰일이 날 뻔한 기억이 있다. (게다가 남편도 출장 중이라 집에도 아무도 없었음) 그때 운영진 중에 내 동아리 친구도 한 명이 있었고, 마침 같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전화가 하다 하다 안 되니까 그녀가 우리 집으로 쳐들어와서 (?) 나를 끌고 나가주었다. 


진짜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한데.. 만약 그녀가 없었더라면, 내가 아침에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을 운영진들이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다. (다시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 


역시, 진짜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2. 멤버 분들



그리고 운영진 분들 만큼이나, 커뮤니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인 멤버 분들이 있다. 코로나 이전에 우리 커뮤니티는 한 달에 약 8-10개의 크고 작은 모임과 행사를 했을 정도로 활발하게 온-오프라인 네트워킹을 이어갔는데, 덕분에 나도 정말 많은 스타트업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림 잡아 1800-20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면서 멤버 한 분 한 분과의 개인적인 친분뿐만 아니라 그분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신변의 변화들이 있는지도 오랜 시간 지켜보는 경우도 늘었다. 물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는 것 역시 내가 커뮤니티 리더로서 어떤 역할들을 해야 하는가, 우리 커뮤니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매우 도움이 되었고. 



제 3자로서 멤버 분들을 볼 때 흥미로웠던 건, 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거나,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모습들을 볼 때였다.


예컨대 내가 A라는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스여일삶 모임에 우연히 나왔다가 A 스타트업에 다니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실제로 이직까지 한다던가, 함께 스여일삶의 행사 연사로 섰던 멤버들인데 친해지게 되어 공동 창업을 한다던가... 


이렇게 커뮤니티에 직접 나오고 소통을 할 정도의 적극적인 사람들이라면 어디서라도 그런 기회들을 얻었겠지만, 이 안에서 인생을 바꿀만한 크고 작은 연결이 일어나는 것을 실제로 보니 매우 뜻깊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중 상당수는 멤버로 알게 된 분들과 타이밍이 맞아 진행하게 된 건드리다. 즉, 나에게도, 멤버 분들에게도 커뮤니티를 통해 정말 많은 변화와 기회들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다른 커뮤니티의 리더들 


FCLP 커뮤니티 리더들과 찍은 단체 사진은 여전히 내 페이스북 커버로 설정되어 있다. (왼쪽 사진) 여성 커뮤니티 리더들을 응원하러 온 셰릴 샌드버그와 함께 (오른쪽)


2018-19년도에 페이스북에서 전 세계 커뮤니티들 중 100곳을 선정하여 투자하고 육성하는 Facebook Community Leadership Program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스여일삶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 프로그램에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FCLP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 3개를 꼽으라면 그중 하나로 이야기하고 싶을 만큼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그 이유는 이 프로프램을 통해 다른 커뮤니티 리더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커뮤니티 리더들의 커뮤니티'가 왜 필요한지, 얼마나 강력한지 몸소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커뮤니티 리더들과는 공감대도 많이 형성되었고, 공식 프로그램 일정이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연락을 하며 지낼 만큼 돈독해졌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 모두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을 정도였다.


이때의 경험 때문에 나는 지금도 다른 커뮤니티 리더들을 만날 때 더욱 특별하고 애틋한 감정을 갖고 그들을 만난다. 일종의 동지애? 전우애? 랄까. 






사실 특수한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어떤 위치에 있다면 가족 / 친구에게도 못 하는 이야기와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같은 나이와 비슷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있어도 대기업에 대니는 사람과 스타트업에 다니는 사람의 고민의 결은 천지차이이고, 같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대표이냐 일반 팀원이냐에 따라서 또 고민은 다를 테고... 


게다가 요즘은 직장 생활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회사 밖' 동료들이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고, 이직의 기회가 될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위안과 응원을 건네주는 지지자로서 큰 역할을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커뮤니티만 한 좋은 학습의 장도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또 그들과 크고 작은 연결이 되다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 과정을 일종의 사람-책을 읽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즐겼으면 좋겠다. 


여느 책이 그렇듯, 사람-책 역시 겉모습만 보고는 속의 내용을 다 알 수가 없고, 끝까지 읽다 보면 뜻밖의 재미나 의미를 건네주기도 하며, 무엇보다 그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어 나의 성장의 거름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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