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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Mar 25. 2022

양파를 썰다가 문득 불안해질 때..

2022. 03. 25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매주 금요일 퇴근길,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아래는 뉴스레터 인트로에 보내드리는 지영킹의 에세이, 2022년 3월 25일 자 내용입니다.




구독자 님, 3월의 네 번째 금요일입니다. 저는 오미크론이 확산될 시점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터라 3월 날씨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다 가버린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네요. 구독자 님은 2022년의 3월, 어떻게 즐기셨나요?


2019년에 사업자 등록을 해놓고 한동안 혼자 일을 하다가 팀을 꾸리게 된 지 몇 개월 안 되었어요. 그동안은 가볍게 움직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 1인 체제로 일하다가 이제는 제 개인 역량보다 더 뛰어난 팀을 꾸려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들어, 드래곤볼 모으듯이 필요한 인재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영입하기 시작했죠.


특히 작년 연말~올해 연초에는 팀원들과 우리는 어떤 팀이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각자가 / 팀 차원에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도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죠. 그 이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각자 업무 회고를 하고 저와 1:1로 티타임을 하는 규칙도 정했어요.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1:1로 이야기를 할 때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특히 힘든 점이나 개선하고 싶은 부분, 개인적인 고민들도 나눌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이번 달 1:1 미팅을 하면서는 일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쥬니어 때는 특히나 더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언제까지 삽질(?)을 해야 하나?’, ‘누가 나에게 일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이런 불안감들, 참 많이 들죠. 도대체 이 불안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아직 연차가 낮은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저의 쥬니어 시절도 오버랩되기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잡채를 만드는 박막례 할머니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 세상에서 한 번에 잘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양파를 잘 썰려면 백번을 썰어야지.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한 번 썰어놓고 나 칼질을 못 하니까 안 한대, 그러면 평생 못해. 내가 잘하고 싶으면 고 놈 할 때까지 해야지. 세상에 쉬운 것이 어디 있냐.”


https://youtu.be/u-bbxiYHaec


이 부분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어요. ‘그렇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첫째, 한 두 번 해보고 잘 안 되니까 조바심이 나서 그럴 수 있고, 둘째, 백 번은 해야 하는데 한 오십 번 하고 지쳐서, 아니면 하다 하다 지금 몇 번째인지 까먹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보통 쥬니어들이 불안한 이유는 첫 번째 이유겠죠. ‘당연히’ 백번쯤 해야 실력이 느는 건데, 그 생각은 못 하고 ‘왜 한두 번 했는데 안 되지?ㅠㅠ’ 하면서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주변의 선배가 ‘한 두 번 해서는 원래 안 되는 거란다!’ 라며 가이드를 주면서 최소한 열 번 째까지 시도해볼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는 게 가장 좋겠죠.


한 오십 번쯤 하다가 지친 경우나, 하다 하다 지금 몇 번째인지 까먹은 경우는 위와는 조금 다른 솔루션이 필요하겠네요. 나처럼 오십 번쯤 하다가 지친 다른 사람을 만나서 하소연하거나 서로 공감을 해주면서 육십 번, 칠십 번까지 할 힘을 얻는 방법도 있겠고요, 나보다 월등한 실력자에게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받는 게 필요할 수도 있어요. 현재 상태가 칼질 몇 번쯤 한 상태인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고, 뭘 더 보완하면 좋을지 같은 것들을요.



구독자 님은 어떠세요? 일을 하면서 어떤 종류로든 불안감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을 달래셨나요? 혹시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쥬니어들에게, 혹은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뉴스레터 피드백] 구글 폼에 남겨주세요. 다음 주 뉴스레터에 소개하고 답장드리도록 할게요.


마지막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 누군가에게 한 마디만 더 붙이면서 이번 주 뉴스레터 에세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렇게 ‘내가 잘하고 있나?, 더 잘할 방법은 없나?’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자신을 조금만 더 믿어주거나, 그게 힘들면 팀 내에서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 딱 한 명만이라도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 과정에서 불안감은 많이 덜어지고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시도할 용기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평온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 주에 봬요!

- 백번 양파를 썰다 보면 천 번 썰게 된다는 진리를 이제는 깨닫게 된 지영킹 드림




이 뉴스레터의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tib.ee/lq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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