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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Jun 03. 2022

꼭 아폴로 11호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2022. 06. 03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구독자 님, 6월의 첫 번째 금요일입니다. 수요일도 공휴일이었고, 다음 주 월요일도 빨간 날이라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일주일을 보낸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어쩌면 이 메일을 사무실이나 퇴근 길 지하철이 아닌 곳에서 읽고 계실 분들도 있을 듯 하고요. 상쾌하게 6월 맞이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지난주 뉴스레터 에세이에 대한 익명의 구독자 분들의 답장으로 시작해볼게요. 지난주는 "힘들 때 덜 괴로울 방법"으로 생각을 나눠보았는데요, 유독 진심 어린 답장들이 더 많이 들어왔어요. 먼저 J 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남겨주셨습니다.


"원인이 뭔지 찾는 것보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하지?'라는 생각이 더욱 효율적인데 왜 이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해요.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 문제의 근본 원인이 저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자괴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덕분에 힘이 납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남겨주신 K 님 피드백도 소개해볼게요. 저도 K 님처럼 신순규 님 인터뷰가 인상 깊어서 구독자 분들께 소개해드린 거였거든요. 혹시 영상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링크로 연결해둘게요.


"이번 에세이에서 소개한 신순규 님이 출연하신 유퀴즈 에피소드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을 찾아봤어요. 카페에서 보고 있는데 영상 끝에 가서는 주륵주륵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당황) 딱히 슬픈 내용이 아니었고, 슬퍼서 운 것도 아니에요. 지금도 얼떨떨해서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인터뷰에서 신순규 님이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아서 그런 거 같아요.

안 될 거라고 겁먹고 손 놓고 있는 제 상황에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그냥... 위로가 되더라고요. 제가 순규 님의 상황이었다면 포기했을 법한 상황이 여러 번이었을, 아니, 애초에 그렇게 시도하지 못했을 거 같은데 계속 시도하시고, 노력하셔서 이뤄냈다는 사실이 '그렇구나,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본 영상 말미에 순규 님께서 CFA 시험을 치르려고 했던 노력을 이야기하시면서 '저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자판을 치는 것도 보고 치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하신 말에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인터뷰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도 잘 봤습니다."


저는 순규 님의 말 중에 어머님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아들이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듣고 병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우시고는, 다음 날부터는 그런 아들이 혼자서도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셨다는, 슬픔의 에너지를 방법을 찾는 데로 돌리셨다는 그 이야기도 참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그 맥락으로 지난주 에세이에 순규 님 인터뷰를 소개해드린 것이기도 해요.

또 따른 코멘트도 있었는데요, S 님의 피드백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 있어 살짝 편집을 해서 실어봅니다.


"힘들 때 포기하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을 보고 머리가 띵했어요. 저는 힘들어서 도망치는 편에 가까워요. 늘 회피를 하다가 이제는 직면할 때가 왔다는 걸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중략)

저는 사실 다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고, ADHD 증상들이 심해서, 무언갈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실수가 너무 많았고, 그것에 대한 지적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올해 알게 된 것은, 지적받더라고 계속하다 보면 나아진다는 것이에요. 지적을 받아야 나아지는 점도 분명히 있고요.  아마 이것도, 도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고. 바쁜 학교 일정이나 여러 가지 때문에 중도 하차를 했더라면, 저는 여전히 "내가 무슨 공연이나 노래야. 하던 거나 하자. 그럴 시간 없어."라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을 거예요.  

쓰다 보니 남겨달라고 하신 주제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 초라하고 못나보여도 계속하는 것, 지적을 받아도 주눅 들지 않고 계속 하기는 하는 것"이 저는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에세이를 읽고 생각이 많아져서 적어봤어요 :D 좋은 에세이와 영상 추천 감사합니다"


S 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불면증과 우울증 때문에 잠 못 이루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짧은 글로 S 님의 시간들을 감히 추측할 수도 없고 저 또한 이야기를 건네기가 조심스럽지만,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내 얘기를 털어놓을 힘 자체가 생겼다는 게 큰 변화의 시작이더라고요. 모쪼록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포기하지 않고, 주눅 들지 말고, 계속하는 힘을 쌓아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J 님의 코멘트도 함께 소개해드려요.


"안녕하세요! 레터 중 '힘들 때 문제보다 해결방법을 찾는데 집중하면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 개인적인 의견 남깁니다. 예전의 저는 상황이 해결되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사는 멋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살다 보니 문제를 직면하면서 발생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외면하게 됐고, 그 당시의 고통스러움이 적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후 한 번에 축적돼 번아웃으로 돌아오더라고요.

고통을 온전히 견디거나 자신에게 일부러 고통을 줄 필요는 없지만, 고통스러운 스스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 과정을 정식으로 밟고 나서 해결방법에 집중하면 훨씬 맑은 정신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경험 전달드립니다...!"



이번 주에 들어온 피드백들을 보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받아들이기"였어요. 지난주에 신순규 님 인터뷰를 소개해드렸을 때 고통에만 집중하지 말고 방법을 찾자는 쪽으로 말씀을 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가려면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겠더라고요.


높은 목표를 세우거나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노력하거나, 새로운 방법에 몰두하는 것도 좋은데요, 그 과정에만 치우쳐 있으면 중간에 지치거나 자책하게 되니까요. 마지막 J 님 코멘트처럼요.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_sing_ah 라는 작가님의 웹툰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요,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 다만,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노력한 시간이 전부 물거품이 돼버릴까 봐 무서워.

"잘 안 돼도 괜찮아. 물거품이 되지 않을 거야. 'Shoot for the moon. Even if you miss, you'll land among the stars.'"


저는 학창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만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해도 충분한데, 괜히 집 가서 한 장이라도 더 볼 것처럼 착각하고 책가방 무겁게 이 책 저 책 넣고 다녔죠. 그러고 다음 날 '나는 왜 이럴까, 남들만큼 공부도 안 하네.' 하면서 후회하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빨간 날이 껴있거나, 주말이 다가오면 왠지 쉬는 날에도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노트북을 들고 퇴근하고, 또 막상 쉬느라 아무것도 못 하면 '나는 왜 이럴까, 다른 창업가들은 밤낮없이 일한다는데.' 하면서 자책하고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열심히 하려는 자세는 좋죠. 달을 향해 가고 싶어 하는 열망도 어쩌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주고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한계를 경험하거나, 처음 가려던 길과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어떤가요. 꼭 달에 도착한 사람만이 성공한 사람일까요? 달 주변의 수많은 별들도, 빛나고 있지 않던가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되, 문제 상황을 직면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잘 받아들이기. 그리고 그 문제 상황에 너무 집착하고 수렁에 빠지지 말고 해결할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기.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 또한 인정하기. 모든 한계를 다 뛰어넘을 수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해주기. 남과 다른 종착점에 다다르더라도 받아들이기.


그러다 보면 과정을 사랑하게 되고 내 인생 또한 더 아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 행성으로 향하든지, 구독자 님의 여정도 의미 있고 훗날 뿌듯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주 뉴스레터를 마칩니다. 에세이에 답장을 보내주고 싶으시다면 [피드백 남기기]에 적어주세요! 다음 주에 다른 구독자 분들께 소개하며 이야기 이어 나갈게요!


- 어렸을 때부터 세일러문보다 세일러마스를 더욱 좋아했던 지영킹 드림



이 에세이는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tib.ee/uQQ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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