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6월 모임 후기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 2호선 안.
이제는 정말 더 사람이 탈 수 없을 것만 같다! 진짜 불가능이다! 싶다가도 문이 열리면 신기하게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옵니다. 이제 여름이라 앞으로 출근길은 어쩌나 막막할 때쯤 생각합니다. '아, 나도 자율 출퇴근하는 회사 다니고 싶다.'
안녕하세요. 페이스북 커뮤니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을 운영하고 있는 지영킹입니다. 스여일삶은 스타트업 / 여성 / 일과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입니다.
출퇴근 길 지옥철에 시달려보신 적 있다면 아마 앞에 나온 2호선 이야기,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일만 잘하면 되지, 꼭 출퇴근 시간까지 잘 지켜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도 있을 테고요.
오늘은 스여일삶 저녁 모임에서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눈 스타트업의 자율/유연 근무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나라면 자율/유연 근무 제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읽어보세요!^^
이 날 모임에 참석한 멤버들은 왜 스타트업에서 '자율/유연 근무 제도'가 이슈가 되는지에 대해 짚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요즘같이 '워라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스타트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자율/유연 근무제에 대해 검토하곤 합니다.
그러나 유독 스타트업에서 자율/유연 근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노동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특정한 시간에 공장을 가동하여 하루에 맞춰야 할 생산량을 위해 기계를 돌리고, 할당량을 다 했으면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오늘날의 많은 스타트업들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근무가 가능한 서비스를 만드는 곳이 많죠.
그래서 자율/유연 근무와 더불어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파도치는 해변가의 카페에서 바람을 즐기며 업무를 하는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죠.
자유로운 분위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겐 이런 이미지가 동경의 대상 중 하나가 됩니다.
게다가 매출이 크지 않고 아직 사업 안정화가 덜 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초기 멤버를 영입하기 위해서 이러한 자율/유연 근무를 가장 큰 복지 제도 중 하나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너에게 보상해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줄게-' 일종의 협상 카드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자율/유연 근무제가 마냥 좋기만 할까요? 실제로 출퇴근 시간이 아예 정해져 있지 않은 스타트업에 다니면 어떨까요?
모임에 나왔던 멤버 중 한 명이 그러한 기업 문화가 있는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라며 입을 뗐습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초창기 스타트업, 소규모 인원에서는 완전 자율 근무를 해도 별 문제가 안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직이 점점 커지고 사람이 많아지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해요. 예컨대 11시 12시가 되어도 팀원들이 자리에 없는 일이 왕왕 생긴 것이죠.
특히 이는 일을 진행시키는 데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자꾸만 Due date가 밀리거나 외부 협력사와 일처리가 힘들다거나, 회의가 진행이 안 되는 일들이 터지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건강도 좋지 않아 지는 것처럼 느껴졌답니다. 늦게 출근하니 늦게 퇴근을 하고, 퇴근 시간이 늦다 보니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일절 즐기지 못하게 되고, 식사도 늦게 하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이 스타트업은 결국 완전 자율 근무제를 폐지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자율/유연 근무제에 분명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인 것 같아요. 지금 내 곁에 없더라도 이 사람이 자율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고 일처리가 문제없이 될 거라는 믿음과 실제로 그렇게 하는 퍼포먼스가 중요하죠.
그렇게 서로 빋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창업을 한 경우, 고정 비용으로 나가는 사무실 임대료도 부담스러운 극초기 스타트업이나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케이스는 자율 근무를 선호했습니다.
'스여일삶' 같은 경우에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운영진 분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꾸려나가고 있는데요, 그래서 같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된다거나 일처리를 하는 건 모두 아이들의 등하원 시간, 일과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보통 11시 이후 - 4시 전, 그리고 밤 9시 이후에 하죠.
절대적인 시간이 작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제한된 시간에 일을 쳐내야 하다 보니 더 콤팩트 하게,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한다는 장점도 생겨요. 그리고 왠지 모르게 청개구리 심리가 작동하여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답니다. (ㅋㅋㅋ)
일부 회사에서는 완전 자율로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기 어렵고, 그러나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보장을 해주기 위해 절충안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 날 모임에 나왔던 멤버 중 한 명은 국내 금융권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 후 창업을 한 분이 있었는데, 이 분이 다니던 회사도 이런 절충안을 선택한 케이스였다고 해요.
출근 시간은 8~11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하고, 퇴근 시간도 5~8시 안에서 주 52시간 이내 근무를 지키는 거죠. 최소한 11시 ~ 5시까지는 모두가 자리에 앉아있는 거고, 회의도 되도록 2~4시 안에 한다는 규칙도 있었대요.
어쨌든 약간의 자율을 허용하는 방법인데 누가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문 / 컴퓨터 온오프 시간을 체크하는 등 관리는 타이트하게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받고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스타트업'과 '근태 관리'라는 단어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처럼 새로운 아이디어, 그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출퇴근에 대한 규칙을 정해놓고 누군가는 관리하고 통제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는 않죠.
결국 우리 스타트업에 현재는 어떤 유형의 구성원들이 많은지, 앞으로 더 많아질지, 우리 회사가 어떤 형태와 사이즈로 성장해나가고 싶은지 그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모든 근무 체계가 따라가게 됩니다.
우리는 여성 구성원들도 많고 출퇴근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받기보다는 리모트로 근무하되 서로 어떤 일을 얼마큼 했는지는 철저하게 로그를 남기고 공유하는 것을 지향한다면 자율 근무를 선택하는 것이고,
우리는 최소 100명 이상으로 초고속 성장하길 바라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면 근태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가이드가 있어서 이를 기준으로 평가받는다는 걸 전제해야 하는 겁니다.
창업자의 철학과 비전에 따라, 그리고 회사의 성장 속도와 스테이지에 따라 근무 형태도 달라지는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어쨌거나 무슨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악용하고 프리라이더가 될 사람들은 그렇게 할 것이고 반대급부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발생을 할터인데, 그래도 사람들을 믿고 맡길 것인지, 최소한의 기준을 적용하고 밀어붙일 것인지는 리더의 선택인 거죠.
그 어떤 회사도, 근무 형태도 100% 완벽하거나 나에게 딱 맞는다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도 있는 게 여기에도 적용되는 거죠. 개인이 회사를 판단할 때도 입사할 때는 자율 근무제가 좋았는데/안 좋았는데, 일하다 보니 안 좋아질 수도/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요-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잘 맞는지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만나보고 연애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회사와 일 역시 마찬가지인가 봐요-
스여일삶에서는 '자율/유연 근무제를 하는 스타트업의 모임'처럼 스타트업 여성들을 연결하고 힘을 북돋우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7월에도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자존감 클래스'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점심 모임까지- 여러 모임이 준비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시고 신청도 해주세요!
https://event-us.kr/swik/event/list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들어오시면 더 많은 스타트업 여성들, 창업가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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