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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n 27. 2019

Acknowledge: 인정하다, 받아들이다.

07.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다고 할 때.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다고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가장 우울하고 힘든 경험을 하면, 그 반대로 내가 가장 행복하고 기쁠 때가 언제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언제 제일 행복하지? 행복이라는 것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행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쁘고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질 때, 우리는 보통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내가 해준 음식을 다른 사람,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주며 같이 그 음식을 먹을 때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딱 저 지점이다. 그 행복을 느꼈을 때가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였다.  점심시간만 되면 몰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연구실 친구들과 함께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개인적으로 음식을 싸 와서 함께 밥을 먹곤 했다. 그런 날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1주일에 2-3번 정도는 도시락을 싸 갔다. 

아침에 도시락 싸는 일이 나에겐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주로 샌드위치, 수프, 쇼트 파스타 샐러드, 퀴노아 볶음밥을 만들었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너무 즐겁고 재밌는 일이었다.  엄마는 항상 부엌에서 전광석화로 뚝딱뚝딱해내는 내 모습을 신기하게 여겼고 안 힘드냐고 물어보았다.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저 다음에는 무슨 재료를 써볼까라는 설렘이 가득했고, 유튜브를 보면서 도시락 아이디어를 냈다. 내가 직접 무언가 해낸다, 성취하고 만들어낸다는 기쁨이었다.



만약 나 혼자 도시락을 싸고 나 혼자 먹었다면, 요리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와 남자 친구는 같은 연구실 커플이다. 자연스럽게, 내 도시락도 싸면서 남자 친구 것도 함께 싸주곤 했다. 고맙게도, 하지만 진짜로 남자 친구는 내 음식을 먹고 단 한 번도 맛없다고 한 적이 없었다. 남자 친구뿐 아니라 연구실 친구들도 맛볼 때마다 항상 좋은 평가를 해주었다. 종종 마들렌같이 나눠먹기 편한 구움 과자류를 베이킹해서 다 같이 나눠먹기도 하였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경험을 할 때마다 내 마음 한편이 매우 풍요로워지고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을 다 같이 나눠 먹는 것. 이 부분이 내가 요리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행복은 독립적이지 않다. 행복은 연결되어 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과거에 취미로 시작한 홈베이킹은 이제 더 이상 취미로 취급할 일이 아니었다. 내가 취미로 삼았던 것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진중한 것이었다. 공부하는 것이 즐겁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대신 그동안 가볍게 여겼던 요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요리를 즐거워하고 잘한다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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