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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n 27. 2019

채식주의

채식주의, 비건(vegan) 식습관 너머에 있는 가치



2019년 서울에서 비건은  푸드 트렌드다.


비건은 단순히 동물성 재료를 먹지 않는다는 것 이상의 철학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비건은 현대 사회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자본주의와 같은 주류 산업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의 방식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체에 대한 존중, 환경에 대한 염려, 공정한 무역, 유기농, 지역 공동체, 슬로 라이프와 같이 음식과 관련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비건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비건에 대해서 단순히 고기랑 동물성 제품을 먹지 않는 개인의 식습관으로 단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방향의 변화가 함께 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앞으로 음식산업이 동물성 재료를 적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비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관심이 많다. 그러나 아직 나 스스로 비건이 되고 싶은가, 또는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을 때 기쁨', '함께함(gathering)'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음식을 대접하는 사람들의 입맛도 생각해야 하는데, 비건 음식을 만들 때 느껴지는 엄격함이 아직 지금 나에게는 어렵다. 따라서 비건 음식을 먹고, 비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정말 나다운 일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잘 부합하는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비건, 채식주의가 식습관을 넘어 그것 배경에 지닌 가치는 내가 추구하는 함께함의 가치와 공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건, 채식주의에 대해서 공부하고 요리하고, 먹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흔히 '비건 음식 = 맛없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내가 비건 음식을 많이 먹어보진 않았지만, 실제로 그리 맛이 있진 않았다. 뭔가 간도 안 맞고, 재료도 낯선 수입 식품을 많이 써서 한국인 입맛에는 어색하다. 

내가 비건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고, 비건 음식을 처음 먹어 본 것은 2011년이었다. 런던에 있을 때 먹은 그 비건 음식은 정말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비건이나 채식주의의 철학에 대해 몰라도, 채소가 싫든 좋든 그냥 그 '음식'은 '맛있는 음식'이었다. 

2011년 런던 Food for Thought이라는 비건 레스토랑의 음식. 양도 많고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특히 저 식빵(brown bread)은  잊히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나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음식을 이해할 때, 채식 vs. 육식이라는 대립 구도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 음식 자체에는 어떠한 대립구도도 없다. 무의식적으로 그 구도 안에서 '채식=맛없음', '육식=맛있음'이라는 고정관념을 규정해버린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음식에 고기가 없다면, 맛없는 음식으로 인식하게 되고, 채식과 비건 음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맛없는 풀떼기 음식이 유행 탄다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함께 자리 잡을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고기 없이도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면서 비건이 지닌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건 음식을 알리고 소개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것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악당처럼 만드는 패러다임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그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서 동물성 재료를 악당 취급하는 것은 비건이나 채식주의가 지닌 가치를 다소 왜곡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비윤리적으로 생산되는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지 사람들에게 고기, 우유,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나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먹은 음식은 비건 이전에 그냥 맛있는 음식이었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 거기에 비건과 채식주의의 가치를 더하고 싶다. 동물성 식재료를 줄이고, 무엇보다 지역 또는 국산 식재료,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하고 단순하면서 재료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할 수 있다면, 나름대로 나의 가치를 반영하는 음식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채식주의 음식의 첫 시작은,



두부 머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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