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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n 29. 2019

요리를 하는 이유

함께함, gathering





오랜만에 연구실 친구들을 만났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견딜 수 있었던 건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였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고 행복이다.



친구들에게 여름 한강 파티를 제안했다. 요리는 물론 내가 직접 했다. 메뉴는 허니 치킨과 퀴노아와 페타 치즈를 넣은 그리스풍 샐러드. 그냥 퀴노아 샐러드다. 추가로 감자튀김.

당일 아침 일찍 마트에 가서 재료들을 사 왔다.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이야 말로 요리의 가장 기본이다. 재료가 좋으면 뭘 해도 맛이 있으니까.



치킨을 집에서 튀겨 먹는 일은 사실 귀찮은 일이다. 무엇보다 기름을 많이 써야 하고 기름 튀면 주변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닭 튀긴 기름이 생각보다 고소하니 뭘 튀겨도 맛이 있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치게 많이 재활용하지 않고 남은 기름은 작은 병에 담아 조금씩 쓰면 꽤 쓸만하다. 오히려 닭기름을 만들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간장과 꿀, 미림을 섞어 소스를 만들고, 닭은 밑간을 해 재운다. 그리고 전분을 잘 묻혀 튀겨 살짝 식히고 간장 꿀 소스에 닭강정하듯 버무리면 완성이다. 갓 만들었을 때 하나 집어 먹었다. 그 맛은... 정말로 맛있다. 그 어느 치킨집, 닭강정보다 맛있다. 데코레이션으로 통마늘 튀김도 하고 작은 로즈메리로 장식도 했다.

허니 간장 치킨. 너무 맛있어서 다들 없어지는 것이 아쉬워했다.



치킨 외에 곁들인 메뉴로 퀴노아 샐러드를 만들었다. 퀴노아는 잘 씻고, 냄비에 넣고 끓인다. 처음에는 냄비에 담긴 퀴노아의 약 2cm 정도 높이만큼 물을 넣어 센 불에  8분 정도 끓인 후, 물이 좀 없어지면 다시 조금씩(100ml-150ml) 넣어가며 퀴노아가 익을 때까지 끓여준다. 불은 중간 불로 돌려놓는다. 퀴노아는 무엇보다 포슬포슬하게 되어야 하므로 물을 거의 다 증발시켜 주어야 한다. 스푼으로 퀴노아를 잘 섞어주며 수분을 날려주고 넓은 접시에 펼쳐 담아 식혀준다.

채소 재료는 노란 파프리카, 빨간 파프리카, 적양파, 주키니 호박을 썰었다. 모든 재료를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썰고 파프리카랑 호박은 기름을 살짝 두르고 센 불에서 살짝 볶아 주었다. 주키니 호박 대신 오이를 넣으면 모든 채소를 그냥 생으로 손질해서 먹어도 된다. 양파는 물에 담아 매운 기를 빼 주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를 깨끗이 씻고 반으로 잘라 준비해 두었다.

드레싱은 레몬즙, 레몬 제스트, 화이트 와인 식초, 올리브 오일, 씨겨자, 설탕, 소금, 후추를 넣어 만들었다.

마지막에 생 이탈리안 파슬리를 잘게 썰고 페타 치즈를 작게 손으로 뜯어 완성했다.

퀴노아 샐러드. 심플하고 건강하면서 맛있다.




단 시간에 만드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친구들이랑 한강 공원에 둘러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제 드디어 나의 음식을 개봉하는 순간!

"우와~"


치킨을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입에 넣는 순간!

"헐 대박"


샐러드를 한 숟가락 퍼 먹는 순간!

"으으음~~ 너무 맛있어!"



내 입맛에도 맛있었지만, 친구들이 너무나 맛있어했다.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맛에 우리의 정신이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가끔 튀어나오는 감탄의 '으음~'을 제외하고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다. 나도 약간 배고픈 상태라 젓가락이 자꾸 치킨 쪽으로 갔지만, 친구들이 너무 잘 먹어주어서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러왔다. 닭이 남으면 어쩌나 라는 우려는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없어졌고, 더 많이 할걸 이라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들었다. 샐러드도 마찬가지로 더 많이 담아올 걸 이라는 마음이 컸다.





내가 요리하는 이유.


내가 만든 요리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맛있다고 해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위의 사진에는 음식만 나와있지만, 음식을 둘러싸고 나와 나의 친구들이 있다. 함께 모여서 즐겁고 행복하고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그 시간과 공간, 음식과 사람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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