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ful Cooking | 마음 챙김 요리]
기본 두부 머핀은 흰 도화지 같다. 흰 도화지에 어떤 색깔을 칠하고, 어떤 물감과 도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도화지는 새로움으로 채워진다.
바나나는 베이킹에서 종종 이용되는 재료다. 딸기나 블루베리, 레몬과 같이 싱그럽고 상큼함을 기대할 순 없지만, 바나나의 묵직하면서 짙은 단맛은 백설탕으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깊은 단맛이다. 영국이나 미국의 베이킹에서는 바나나 브레드 또는 바나나 케이크로 항상 소개되며, 만들기도 쉽고 누구나 좋아하는 디저트로 사랑받고 있다.
나도 종종 바나나 케이크를 만들었지만 이번에 두부 머핀의 응용으로 만들어 보았다. 덧붙여 이 레시피는 건 크렌베리도 추가된다. 아무래도 바나나의 묵직한 단맛의 균형을 맞추는 데는 상큼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크렌베리가 제격이다. 살구나 무화과도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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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는 기본 두부 머핀(기본 레시피)에서 두유를 50g으로 줄이고 으깬 바나나 100g을 섞어준다. 거기에 건크렌베리 50g을 추가하면 된다. 바나나 과육이 남아 있도록 80-90%만 으깨서 식감을 살려주고, 건크렌베리는 뜨거운 물에 20분 정도 불려서 사용한다.가니시로 올린 오렌지 콩피는 참 손이 많이 간다. 오렌지 콩피를 만드는 과정의 스토리를 조만간 써야겠다.
재료들이 서로 잘 섞는 것은 중요하지만, 오버 믹스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믹싱 볼에서 반죽이 완벽히 떨어지진 않더라도 90% 정도 떨어진다면 섞기를 멈춰야 한다. 그 정도(程度)를 알아차리고 행동을 멈추는 시점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결국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연습하는 것이 정도(正道) 일 것이다.
섞인 반죽을 머핀 틀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씩 떠 넣으면 9개의 머핀이 나온다.
180도, 20분.
처음 만드는 요리든, 항상 만든 요리든, 구워지는 시간은 설렘과 긴장, 기대와 걱정이 함께 부풀어 올라온다.
온 집안에 바나나 냄새가 난다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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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들어간 음식은 웬만해선 다 맛있다. 그리고 바나나 크렌베리 두부 머핀도 맛있다. 바나나의 수분이 처음 만들었던 기본 머핀에서 부족한 촉촉함을 주었다. 자칫 너무 단맛만 강할 수 있었는데 종종 씹히는 크렌베리의 향긋함과 상큼함이 전반적인 맛을 부드럽게 강화시켜주었다. 입안에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과 적당한 가벼움, 달콤함과 상큼함, 뒤에 느껴지는 두부와 두유의 고소함이 재료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맛을 낸다는 것은 결국 적당함, 어딘가 너무 치우치치 않은 균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