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공황발작으로 숨이 안 쉬어졌을 때, 사실 그게 공황발작 인지도 몰랐다.
그저 그 증상을 느끼는 것은 나에게 좋지 않다고 느꼈다. 뭔가 잘못되었고, 이건 아니라는 것을 그냥 느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내 '마음'의 응급신호였다.
부모님께 내가 겪은 것을 이야기했고, 쉬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같이 속상해해 주시고 딱히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러라고 하셨다.
힘들면 쉬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내 마음의 불안을 치유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힘껏 달려온 삶을 멈추는데 필요한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만은 분명했다.
좋은 성적을 받고, 학문을 배우며, 지식을 쌓는 일은 재미있다. 이 길이 내 삶의 대부분이었다.
대학원을 다닌 것도 심리학이 재밌어서, 배우고 싶어서였다. 복잡한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 지식의 성(城)을 높이, 더 크게 쌓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과 힘이 이제 남아 있지 않았다.
운동을 하다가 체력의 한계를 느끼듯, 지금까지 하던 일에서 나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목격하게 되었다.
힘이 사라졌다. 방향도 잃었다.
우주 공간에서 둥둥 떠 다니는 그런 두더지 한 마리였다.
힘이 사라지고 방향도 잃은 순간에는 당황하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그 힘에서 자유로워지고, 나 스스로 힘을 빼는 것이 가능해졌다.
잃는 것이 두려워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쥐었던 힘을, 훌훌 털어버렸다.
그리고 아주 찰나였지만, 그 무게 없는 가벼움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내면의 소리를 듣게 하는 새로운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