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 Mindfulness]
제가 사는 곳에는 대형 교회가 두 개나 있습니다. 작은 교회랑 성당도 합하면 4-5개의 종교시설이 있는데, 동네 규모에 비하면 꽤 많이 있는 편입니다. 큰 교회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일요일만 되면 동네가 사람들로, 차로 붐빕니다. 그래서 일요일에 외출은 되도록 지양하는 편입니다.
일요일 오후 약속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일요일에 동네가 차로 꽉 막히는 것을 알기에 좀 더 여유롭게 집 밖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웬걸, 눈에 버스가 보이는데 10분째 버스가 못 오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도 그다음 정류장 가는데 10분이 걸립니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런, 예배가 끝났는지 버스가 순식간에 사람들로 혼잡해졌습니다. 버스는 기어가고, 사람은 많고, 빵빵 경적을 울리는 차 소리와 기사님의 역정 소리가 점점 커지고 약속 시간은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짜증이 확 밀려왔습니다.
‘왜 주택가에 이렇게 큰 교회들이 있는 걸까?’, ‘온라인으로 예배 볼 수도 있다는데 왜 굳이 여기까지 오는 것이지?’라고 속으로 불평했습니다. 교회가 없었다면 약속에 늦었을 리 없고, 약속에 늦은 이유도 교회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짜증과 불평불만이 저를 지배했습니다.
짜증이 나고 열불이 나는데, 문뜩 마음 챙김의 지혜를 떠올렸습니다.
바라보기. 알아차리기.
그것이 부정적 감정이든, 고통이든 그저 바라보기.
그래서 큰 숨을 한번 ‘후’ 내쉰 뒤 제 짜증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음속으로 묻고 답했습니다.
‘지금 감정이 어떻지?’,
‘짜증. 불쾌’
그리고 호흡을 바라보았습니다. 다섯, 짜증, 넷, 셋, 짜아아증, 둘, 하나.
요동치던 감정이 잠잠해지고 주변에 북적임이 견딜 만 해집니다. 소음도 그저 흘려보냅니다.
마음챙김 몰랐더라면, 명상 훈련을 하지 않았더라면, 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사회 심리학에서 편견 주제로 나름 열심히 공부 한 저로서도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편견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반응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그냥 바라봅니다.
마음챙김을 하니 내 안에 있던 부정적 감정과 강한 판단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내 머릿속 선입견이 희미해집니다. 계속될 것 같던 악한 감정과 나쁜 마음이 서서히 씻겨 내려갑니다.
부정적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휩쓸리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그때 나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짜증을 마음챙김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