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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l 24. 2019

짜증을 마음챙김 하다

[마음챙김 | Mindfulness]



제가 사는 곳에는 대형 교회가 두 개나 있습니다. 작은 교회랑 성당도 합하면 4-5개의 종교시설이 있는데, 동네 규모에 비하면 꽤 많이 있는 편입니다. 큰 교회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일요일만 되면 동네가 사람들로, 차로 붐빕니다. 그래서 일요일에 외출은 되도록 지양하는 편입니다.



일요일 오후 약속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일요일에 동네가 차로 꽉 막히는 것을 알기에 좀 더 여유롭게 집 밖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웬걸, 눈에 버스가 보이는데 10분째 버스가 못 오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도 그다음 정류장 가는데 10분이 걸립니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런, 예배가 끝났는지 버스가 순식간에 사람들로 혼잡해졌습니다. 버스는 기어가고, 사람은 많고, 빵빵 경적을 울리는 차 소리와 기사님의 역정 소리가 점점 커지고 약속 시간은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짜증이 확 밀려왔습니다.

‘왜 주택가에 이렇게 큰 교회들이 있는 걸까?’, ‘온라인으로 예배 볼 수도 있다는데 왜 굳이 여기까지 오는 것이지?’라고 속으로 불평했습니다. 교회가 없었다면 약속에 늦었을 리 없고, 약속에 늦은 이유도 교회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짜증과 불평불만이 저를 지배했습니다.



짜증이 나고 열불이 나는데, 문뜩 마음 챙김의 지혜를 떠올렸습니다.



바라보기. 알아차리기.

그것이 부정적 감정이든, 고통이든 그저 바라보기.


평온해진 알몽이


그래서 큰 숨을 한번 ‘후’ 내쉰 뒤 제 짜증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음속으로 묻고 답했습니다.

‘지금 감정이 어떻지?’, 

‘짜증. 불쾌’



그리고 호흡을 바라보았습니다. 다섯, 짜증, 넷, 셋, 짜아아증, 둘, 하나.



요동치던 감정이 잠잠해지고 주변에 북적임이 견딜 만 해집니다. 소음도 그저 흘려보냅니다.



마음챙김 몰랐더라면, 명상 훈련을 하지 않았더라면, 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사회 심리학에서 편견 주제로 나름 열심히 공부 한 저로서도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편견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반응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그냥 바라봅니다. 

마음챙김을 하니 내 안에 있던 부정적 감정과 강한 판단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내 머릿속 선입견이 희미해집니다. 계속될 것 같던 악한 감정과 나쁜 마음이 서서히 씻겨 내려갑니다.



부정적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휩쓸리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그때 나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짜증을 마음챙김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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