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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l 20. 2019

처음 만든 떡, 블루베리 설기

[Mindful Cooking | 마음챙김 요리]

떡, 디저트가 되다



몇 년 전부터 레트로, 뉴트로가 유행을 타면서 한식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식 디저트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식 재료인 콩가루, 쑥가루, 흑임자가루를 넣어 만든 케이크, 빵, 라테가 대표적인 예다. 이와 더불어 떡도 인기다. 지역 특색을 살린 떡은 그 지역에 방문하면 반드시 먹는 맛집이 되고, 오랜 전통을 유지하는 떡집의 떡은 전국 방방 곡곡에서 주문이 밀려든다. 슬프게도 떡은 탄수화물 덩어리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는 누명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떡은 우리 음식 문화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떡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내가 떡순이는 아니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떡이 있다. 바로 외할머니가 만든 떡이다. 그중에서 시루떡, 더 정확히 말하면 녹두 편 또는 밤편이다. 시루떡을 만들 때 중간중간 녹두나 밤 간 것을 켜켜이 쌓아 올려 만든 떡이 녹두편과 밤편이다. 외갓집 제사를 지낼 때만 먹는 떡인데, 먹고 있지도 않지만 글을 쓰면서 감탄이 나온다. 요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을 적에는 떡을 맛있게 먹을 생각만 했지만, 이제 떡을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슬프게도 할머니가 이제 요리를 하지 못하셔서 전수를 받지 못했다. 그래도 떡의 기본이라도 배워보고 싶던 찰나에 꽤 유명한 모바일 클래스 어플에서 떡 만들기 클래스를 보게 되었다. 바로 수강신청을 했다. 첫 수업으로 배운 떡이 바로 설기였고, 블루베리 맛을 가미한 블루베리 설기를 직접 만들었다. 내 인생 첫 떡이었다.



처음 만든 블루베리 설기. 언젠가는 할머니의 녹두편도 만들 수 있겠지?



시판 멥쌀가루에 '물을 주어' 쌀가루에 수분이 골고루 스며들게 만드는 일이 첫 시작이다. 물을 준다는 표현이랑 스킬이 신기했다. 방앗간에서 주로 물에 불린 쌀을 갈아 사용하기 때문에 이미 수분이 있지만 수업에서 쓰는 쌀가루는 밀가루와 다름없다. 그래서 쌀가루에 물을 살살 섞어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것이 쌀가루에 물울 주는 일이다. 여기서 블루베리 즙을 섞어 가미를 해주면 블루베리 설기가 된다. 또한 설기 중간에 블루베리 잼도 넣어서 향과 맛을 줄 수 있다.

무스 틀에 쌀가루 절반을 깔고, 블루베리 잼을 넣고, 다시 쌀가루를 올려서 모양을 잡은 뒤 자르기 쉽게 칼집을 내었다. 가루 더미에 칼집을 낸다는 게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랐고 실제 칼집을 내도 나중에 완성되면 다 뭉개지는 거 아닐까 걱정했다. 아무래도 베이킹이 익숙해진 터라 떡도 여타 케이크 반죽처럼 부풀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나무 찜기에 떡을 담에 30분 정도 찌고 5분 정도 뜸을 들여줬다. 떡이 완성되었다.



맛은 달달하고 블루베리 향이 은은하게 나서 향기로웠다. 하지만 식감이 건조하고 푸슬거렸다. 설기가 원래 잘 마르기 때문에 보관할 때는 물에 젖은 면포를 덮어 두는 게 좋다. 따뜻할 때 바로 먹으면 맛있지만 촉촉함이 덜해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 만들 때는 클래스 선생님이 알려주신 팁(물 대신 엿기름 물)을 이용해서 새롭게 만들어 봐야겠다.




블루베리랑 애플민트로 예쁘게 장식을 하니 떡이라기보다 케이크 같았다. 케이크의 섬세한 식감이나 달콤함과 풍미는 부족하더라도 겉모습은 영락없는 케이크였다.


떡이 디저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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