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뚜껑 글래드락 도시락 한 끼]
몇 주 전 시장에서 호랑이콩을 샀다. 호랑이콩을 알게 된 것은 좀 됐지만, 막상 사 먹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장에 갔을 때 비닐에 올망졸망 담겨있던 호랑이콩이 눈길을 끌었고 그 모습이 귀여웠다.
얼룩덜룩 보랏빛 무늬가 잘 보이도록 그릇에 담에 사진을 찍어보니 더 귀여운 것 같다.
호랑이 콩의 맛은 어떨까? 작은 냄비에 물을 담고 콩 한 줌을 잡아 10분 정도 끓였다.
그런데 맛을 보기 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예쁜 호랑이 무늬가 다 사라져 버리고 온통 회보라색 콩이 되어버렸다. 약간의 놀람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찬물에 헹궈 입으로 콩 한 알을 가져갔다.
한 입, 한 입 씹을 때마다 강낭콩이 지닌 포슬 한 식감이 터져 나왔다. 아주 작은 감자 같기도 하다. 또 콩에 있는 기름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크리미한 느낌을 준다. 잡곡밥에 들어있는 작은 서리태콩이나 선비콩만 먹다가 호랑이콩의 오동통하고 토실한 사이즈가 약간 낯설면서도 풍요롭다.
호랑이 콩으로 무슨 요리를 할까?
호랑이 콩이 주제가 될 수 있는 요리를 생각하다가 예전에 유튜브를 보며 만든 쿠스쿠스 샐러드가 생각났다 (참고: https://youtu.be/GZQGy9 oscVk). 그 당시 맛있게 먹었기에 다시 영상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그런데 쿠스쿠스와 채소만 들어간 샐러드라 한 끼 도시락으로 삼기에는 약간 허기질 것 같았다. 호랑이콩을 넣어 식감과 단백질을 보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 (3-4인분)
- 쿠스쿠스 1컵 (쌀 컵 계량)
- 오이 1/2개, 길게 4등분 하여 씨 빼고 작게 깍둑썰기
- 노란 파프리카 1/2개, 오이와 같은 크기
- 양파 또는 적양파 1/2개, 오이와 같은 크기, 물에 담가 매운기 제거
- 방울토마토 20개(가감), 8등분 또는 4등분
- 호랑이콩 1.5컵(가감), 찬물부터 센 불에 10분 끓이고 헹궈 식히기
- 쿠민 가루 1 tsp
- 파프리카 가루 1 tsp
- 토마토 페이스트 2 tsp
- 올리브유 1 TBSP
- 소금 1 tsp, 가감
- 레몬 1/2개 또는 레몬즙 2 TBSP
- 후추 적당량
- 이탈리안 파슬리 적당량
*방법
1) 볼이나 냄비에 쿠스쿠스, 쿠민 가루, 파프리카 가루를 넣어 잘 섞은 후 뜨거운 물을 쿠스쿠스가 잠길 때까지만 넣어준다.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기다린다.
2) 익은 쿠스쿠스를 숟가락을 잘 흩트려 뜨려 식혀준 후, 토마토 페이스트와 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3) 오이, 파프리카, 양파, 방울토마토, 호랑이콩, 올리브유, 레몬즙을 넣고 잘 섞어준다.
4) 파슬리를 다져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쿠민과 파프리카가 들어가니 이국적인 맛이 확 느껴졌다. 거기에 토마토 퓌레가 달달함과 새콤함 그리고 무게감을 잡아 입맛을 돋웠다. 쿠스쿠스의 댕글 거리는 식감도 재밌다. 재료 손질이 조금 걸리지만 더운 여름에 오랫동안 불을 쓰지 않기에 미리 재료만 손질을 해 두면 정말 금방 만들 수 있다. 먹을 때마다 채소의 아삭함과 콩의 부드러움, 토마토의 달콤함이 입 안을 즐겁게 해 준다.
호랑이콩을 넣은 쿠스쿠스 샐러드. 다음에는 터키쉬 스타일 말고 다른 재료와 향을 넣어 새로운 맛을 탐구해보아야겠다. 다음 쿠스쿠스 요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