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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l 29. 2019

가지 페스토, 구운 파프리카 콜드 파스타

[파란 뚜껑 글래드락 도시락 한 끼]

보일 듯 말 듯, 숨은 조연, 가지



여름이 제철인 가지. 집에 가지가 많이 생겼다. 그러나 가지로 요리를 할 때, 가지 자체가 주연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가지는 익으면 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생가지를 베어 먹으면 사과향이 살짝 나지만, 익으면 향이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식감 또한 익은 가지 속살은 물렁거리고 껍질과 분리되어 뒤죽박죽 되기 쉽고, 색깔도 회색빛이 되어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가지는 요리의 주연이라기보다는 조연에 가깝다.

그런데 요리 유튜브를 보면서 가지 요리의 다양함을 보았다. 프랑스의 라따뚜이, 중국의 가지 튀김, 그리스의 무사카 등 가지를 넣은 요리가 많았다. 그중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가지 페스토'다.  즐겨보는 제이미 올리버 유튜브에서 이탈리안 셰프 Gennaro가 가지 페스토를 넣은 파스타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링크: https://youtu.be/7 HgI_Cs6 PmU). 새로운 가지 요리 방법에 호기심이 생겼고 만들어 보았다. 



숨은 조연, 가지



*원래 Gennaro의 레시피에 나온 재료와 방법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재료 (2인분)

-가지 3개, 반으로 길게 자르고 체크무늬 칼집 내주기 (총 6쪽)

-파프리카 1/2개

-푸실리 파스타, 2컵 

-시판 또는 수제 바질 페스토, 2T (가감) *Gennaro의 레시피는 실제 바질과 아몬드를 갈아 만듭니다.

-올리브유 1T (가감)

-파마산 치즈 약간

-소금 & 후추 약간


*방법

1) 가지와 파프리카를 올리브유에 버무리고, 껍질 부분이 위로 올라가게 트레이에 담은 후 180도 오븐에 30분 굽거나, 프라이팬에 뚜껑을 닫고 약불에서 겉껍질이 살짝 탈 때까지 익혀준다.

2) 가지 2개(4쪽)는 속살을 파내어 따로 준비하고, 나머지 1개(2쪽)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파프리카도 껍질을 벗겨내고 가지와 비슷한 크기로 썬다.

3) 푸실리는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준비한다.

4) 2)의 재료와 3)의 삶은 푸실리, 바질 페스토, 올리브유를 볼에 넣고 버무려준다. 

5) 바질 페스토의 맛을 더 주고 싶으면 페스토를 더 넣어 간을 맞추거나 파마산 치즈,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파스타가 너무 뻑뻑하다 싶으면 올리브유를 추가한다.



구운 가지 속살과 페스토 소스를 넣어 버무린 파스타


바질 페스토의 강력함에 가지는 다시 조연이 되어버렸다. 구운 파프리카의 달큼함과 특유의 향이 가지를 더욱더 조연으로 미뤄버리는 듯했다. 그러나 한 입씩 먹을 때마다 가지 속살이 푸실리 사이사이 끼어들어 있었고 부드럽고 약간 크리미한 식감을 주고 있었다. 가지가 보이지 않아 아쉬울 때마다, 조금 덜 익어서 껍질이 분리되지 못한 구운 가지를 썰어 넣어 포크로 콕콕 찍어먹었다. 여전히 페스토 맛이 강했지만, 그렇다고 바질 페스토가 이 요리에서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독특함이 있었다. 


다 먹고 나서 가지를 머릿속에 떠올랐다. 매끈하던 가지는 축 늘어져 볼품없이 되고, 속살도 다 발라내 져서 눈에 띄지도 않게 바질 페스토와 파프리카에 파묻혀 버렸다. 심지어 맛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꾸 그 맛이 생각이 난다. 페스토와 파프리카의 쨍함 속에 미끌거리던 식감, 희미한 사과향. 가지가 음식의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약했지만, 보일 듯 말 듯 조용하게, 이곳저곳에서 활약하는 조연이 바로 가지만이 지닌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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