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 Mindfu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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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2019년 3월 12일에 Headspace 명상 어플을 시작했습니다. Headspace를 시작했을 때 만해도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고, 마음챙김 명상이 제게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시작은 베프의 추천이었습니다. 현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그래서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쳐있을 때, 친구를 만났고 Headspace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Headspace와 함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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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 동안 총 4056분, 68시간, 438 세션을 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좋아해도, 그것을 꾸준히 해온 적이 별로 없던 것 같아서 이렇게 1년 동안 꾸준히 명상을 한 일이 제게는 새롭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자랑스럽습니다.
알몽드라는 이름으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Headspace를 통해 배우고 깨달은 바가 너무나 강력하고 명확해서 이를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은 동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또한 Headspace로 단순히 명상이라는 삶의 습관, 마음챙김이라는 태도를 가지는 것 이상으로 마음챙김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하는 용기를 얻게 되었고 제 자신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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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한 날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일주일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제 삶의 아주 작고 다양한 순간 Headspace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wake-up), 음식을 먹기 전(mindful eating), 요리를 할 때(mindful cooking), 동네 산책을 할 때(walking in nature), 면접하기 전에(interview), 홀로 여행을 떠날 때, 또 수시로 Today's Headspace와 30분마다 있는 Group meditation도 했습니다. 명상 끝날 때 마다 있는 따뜻한 메세지를 저장하여 메모도 하고 브런치의 글의 소재로 삼기도 했습니다. Headsapce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마음챙김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마음챙김이 주는 평온함과 감사함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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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을 하면서 제가 경험한 변화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불안함에 대응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학문적, 임상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처럼, 꾸준한 마음챙김 명상의 결과, 작년 3월에 느꼈던 극도의 불안과 공포는 이제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불안은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저 자리에 앉고 눈을 감는다고 불안이 제거되지 않습니다. 명상은 스킬이지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명상을 통한 훈련은 감정이나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잠시 멈추어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듧니다. 따라서 Headspace를 통해 명상의 기술을 훈련하며 마음챙김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서서히 알게 될수록 불안과 스트레스가 저를 압도하지 않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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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알아차림'에 익숙해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항상 충분히 제 몸과 마음을 온전히 바라보는 아름답고 깨끗한 명상을 하진 못합니다. 그러나 몰입된 명상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다고 느껴져도 단 한번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1초의 순간이지만 온전히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릴 때, 머리가 반짝하고 짜릿합니다. 제 생각엔 이런 반짝, 짜릿한 느낌이 명료함인 것 같습니다. 또 명상 중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복잡한 생각들이 감각을 어지럽혀 놓을 때, "잠시 멈추고 떠나보내는" 일에서 통제감이 생깁니다. 이 훈련을 계속하도록 돕는 것이 Headspace의 임무였고, 그 감각을 익히는 과정이 지난 4000분의 시간에 담겨 있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 행위 자체에 너무 몰입해서 살다 보니 실제로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라보고 인정하는 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 상황, 현재를 바라보고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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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제 자신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입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 스스로가 하찮고, 무기력하며 너무나 약해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눈 앞이 캄캄하고, 무언가 다시 하려고 해도 두렵고, 세상이 무섭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특히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무너졌습니다. 사람한테도 'Broken'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때 알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고 음식을 통해 함께함과 연결됨의 가치를 중시하며, 마음챙김이 심리학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이끄는지에 호기심이 많으며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제 자신이 해온 것과 겪어온 경험들을 돌이켜 보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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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2020년 들어서 Headspace를 하는 날이 적어졌습니다. Sleep 명상을 하다가 잠이 든 경우가 많았는데, 꿀잠을 잤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았다는 것으로 봐줘야 될까요? 한창 명상에 집중하고 기록하는 그 시기들에 비해서 느슨해지고 마음챙김에서 멀어졌다는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또 자책하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잠시 미세먼지가 갠 맑은 아침, 창문을 열고 방석을 꺼내서 아주 오랜만에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떤 명상 코스를 할까 살펴보다가 3월의 서늘한 아침 공기 사이에 껴 있는 여리고 아주 작은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1년 전, 처음 마주했던 Headspace로 돌아갔습니다. Basic1 코스를 눌렀습니다. 시작을 하려니 기존 데이터가 리셋이 된다는 팝업창이 뜨며 정말 다시 하겠는지를 묻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YES를 꾹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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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새로운 3월 12일을 시작합니다. 1년 전의 제 자신과 지금의 제 자신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감정적으로 조금은 단단해졌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년 전 보다 저다움이 무엇인지, 나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와 깨달음에 Headspace 마음챙김 명상이 있었습니다.
Headspace 어플을 켜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방석에 편안하게 다리를 겹쳐서 앉습니다. 엉덩이를 방석에 꾸욱 내려놓고 허리는 곧게 펴고, 어깨는 내리고 손은 무릎 위에 가볍게 올리고 편안한 자세를 찾아 살짝 움직입니다. 플레이 버튼을 누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로 돌아오는 차분하고 따뜻한 그 감각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