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나의 삶에 관한 이야기
언제 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교수가 되고 싶었는지를 이야기 할려면, 박사 때 부터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이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어쨋든 예전부터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은 가지고 있었었다. 하지만, 박사 졸업 즈음, 기업, 그것도 국내 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은 졸업 전 해(2001년)에 일어난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쓰고 911이라고 읽는다)[링크참조]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었다. 언젠가는 튀고 말리라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으로 어쩌다보니 8년이 훌쩍 넘어버린 2010년 7월. 방콕(태국)에 있는 있는 AIT(Asian Intitutue of Technology)[링크참조]에서 교수직 오퍼(offer)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오퍼레터를 받고도 오퍼가 취소되는 사태로 인해 한동안 멘붕이 왔었고, 다시 정신차리고 와신 상담하기를 2년. 드디어, 2012년(사실은 2011년 10월말)에 AIT와 이름이 비슷한 AIM(Asian Institute of Management)에서 드디어 오퍼를 받게 되었다. AIM은 AIT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정말 아무 상관이 없는 학교이다.
여기서 여담 하나, 오퍼레터를 처음 받은게 2011년 10월이었는데 아내와 가족들 조차 2012년 3월까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2012년 2월 내가 부장 진급에서 제외된 걸 확인 한 2012년2월28일에 회사에 통보 했었다. 퇴사일은 2012년 4월 15일. 그렇게 나의 해외 유랑기는 시작이 되었다.
이 즈음 되면, 내가 처음 교수직을 시작한 AIM(Asian Institute of Management)[링크참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아시아경영대학원(AIM; Asian Institute of Management)은 1968년에 동남아시아에 최초로 세워진 경영 전문 대학원이다. 지금이야, 동남아시아 유명한 경영대학원들이 많지만, 1960년에는 경영대학원(MBA) 자체가 귀했던 시절 이었다.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AACSB 인증을 받은 학교 이기도 하다. 이 학교가 특이한 또 한가지 이유는 가르치는 방식이 일반 강의식이 아닌, Case Method Teaching (케이스기반 교수법)을 한다는 점이다. Case method teaching이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그 유명한 하버드 경영 대학원(HBS; Harvard Business School)[링크참조]이 바로 이 교수법을 사용하여 학생들을 가르친다. AIM이 처음 생겼을 때, HBS에서 직접 이 교수법을 가르치고, 적용 하도도록 도와 줬었다. 혹시라도, Case method teaching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참조 하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eA5R41F7d9Q
그리고, 이 학교가 있는 지역이 마닐라, 그 중에서도 마카티(Makati)에 위치 해 있다.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는 사실은 마닐라(Manila)라는 단일 도시(City)가 아니라, 마카티, 보니파시오, 퀘존, 파세이, 말라떼 등의 여러 도시들이 군집해 있는 메트로 폴리탄 도시이다. 그 중에 마카티는 필리핀의 뉴욕이라 불릴 만큼, 마닐라 같지 않은 마닐라이다.
AIM이 위치 해있던 곳은 마카티 중에서도 그린벨트(Greenbelt)라는 공원겸 쇼핑몰이 인접해 있는 곳이다. AIM에서 차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그린벨트였으니 그 접근성은 갑오브갑이다.
2012년 4월은 나와 내 가족들이 필리핀으로 이주를 한 달이다. 나는 4월18일에 먼저 입국을 하고, 아이들과 아내는 같은달 27일에 필리핀으로 입국을 했다.
2012년4월18일, 내 사무실 책상 모습이다.
4월22일, 이 날은 일요일이다. 필리핀에서 처음 하게 된 주일 성수. 내가 이날 부터 마카티를 떠나기 전까지 다녔던 교회는 100년이 된 Union Church of Manila[링크참조] 였다. 필리핀에 있으면서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위안과 안식을 얻을 수 있었던, 정말 아무런 책임 없이 주님께 한 없이 어리광을 피면서 한량 짓(?)을 하며, 편안하게 다녔던 교회였다.
마닐라연합교회(UCM; Union Church of Manila)[링크참조]는 100년이 넘은 미국 교회 이다. 내가 마닐라에 있었을 때 100주년 행사를 크게 했었으니, 지금은 100몇년이 되었겠구나. 이 교회는 100년이 되었다는 것 외에도 성가대가 찬양을 잘하는 교회로도 유명한데, 그도 그럴 것이 단원들이 대부분은 필리핀에서 유명하다는 대학교(UP, 라살, 아테네오) 음대 학생이거나 교수진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인데, 매주 고퀄의 찬양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교회를 시무하고 있는 목사님과 원로 목사님 두분의 인간 됨됨도 좋을 뿐만 아니라, 설교를 정말 잘하신다는 거다. 특히 원로 목사님이셨던, Charlie의 설교는 언제나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설교로 교인들을 사로 잡았었다 (찰리목사님이 궁금한 분은 [링크참조]).
아래 사진은 내가 찍은 UCM 천장의 모습. 특이하게 천장의 대들보가 십자가 모양이다.
4월25일, 임시로 교원증 받음.
4월26일, 처음으로 세탁소에 맡긴 빨래를 받아왔다. 필리피는 재미 있는 것이 일반세탁(물빨래)을 해주는 세탁소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의 세탁소처럼 드라이와 큰 빨래도 되지만, 손 빨래류 또한 맡기면 팩키지 처럼 포장해서 준다. 아내랑 아이들이 오기전 몇 주일 동안 아주 요긴하게 이용했던 서비스이다. 이후에도 이불빨래와 같은 큰 세탁물을 맡길때 자주 이 서비스를 이용 했었다.
Residence at Greenbelt는 나와 가족들이 마카티를 떠나기 전까지 지냈던 곳이다.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 곳은 위에 잠시 언급한 그린벨트(Greenbelt) 쇼핑몰과 같이 지어진 곳이고, 남들은 어쩌다 나들이로 오는 그린벨트 쇼핑물을 동네 마실 하듯이 다닐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레지던스 그린벨트에서 그린벨트 몰까지는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굳이 땅(?)을 밟지 않고도 몰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비가 오는 날도, 해가 쨍한 날도 우산이나 양산 없이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사진과 같이 세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는 5층은 세 건물 모두가 같이 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참고로 나와 가족들이 지냈던 곳은 가운데 건물인 San Lorenzo타워 이다. 필리핀은 재미있는 것이 콘도(주: 우리나라의 아파트에 가장 근접)를 렌트할 때는 가구가 되어 있는 콘도를 렌트 한다. 이사를 하기전에 빼 달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아래 사진 두장은 최초 가구가 셋업된 사진과 이사짐이 들어온 후 정리되기 전 사진이다 (연속).
Residence Greenbelt(이하 집)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설명할 기회가 있으리라.
4월27일, 집에도 짐이 도착했지만, 학교에도 짐이 도착했다. 책이 많아서 한참을 치웠었다.
그리고, 떨어져 있던 우리 가족들이 마카티에 모인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2012년의 4월은 기억의 한자락이 되어 차곡히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