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를 빌릴 수 있나?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이 내가 얼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냐이다. 부자여서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월급쟁이들 둘이서는 대출이 필수적인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다양한 은행과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상품을 비교해서 최대한 좋은 이자율과 최대 대출금액을 알려주는 모기지 상담사(hyphotheekadviseur, mortgage advisor)가 존재한다. 모기지 상담사 없이도 거래 은행에서 주택구매를 위한 대출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한 푼이라도 더, 싼 이자율로 빌리기 위해서는 모기지 상담사를 고용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주택구매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네덜란드에서 주택구매를 위한 대출은(이하 모기지) 개인의 연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이 정해진다. 월급쟁이라면 고용계약에 따라 내야 하는 서류가 달라지는데 보통 정규직(permanent contract)인 경우 고용계약서와 최근 3개월치 급여명세서(payslip)가 필요하고 비정규직(temporary contract)인 경우에는 고용계약서와 3개월치 급여명세서와 함께 회사에서 계속 고용하고자 한다는 서류(letter of intent 또는 employer's statement, 네덜란드어로는 werkgeversverklaring)가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 남편은 정규직이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계약직 박사 후 연구원이었던 나는 이 employer's statement가 문제였다. 학교에서는 법률적인 이유로 이 서류를 발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서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외에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매출이나 수입에 대한 증명서가 필요한데 일반 회사원보다 준비해갈 서류가 더 많은 듯하다(잘 모름).
마침 우리 학교에서 박사과정생이나 박사 후 연구원과 같은 특수(?) 계약직 중 주택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택구매 설명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모기지상담사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이 모기지 상담사는 비정규직으로 분류되고 employer's statement를 받을 수 없는 박사과정 및 포닥 연구원들에게 모기지를 알선해 준 다년간의 경험이 있는 회사였다. 게다가 회사 홈페이지 고객 리뷰란에 내가 알고 있는 박사가 추천서를 쓴 것을 보고 더 신뢰가 갔다. 첫 전화통화와 견적 받기는 무료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이나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전화상담 신청을 했다.
첫 전화 통화에서 내 상황(영주권 있음, 비정규직, 레터 못 받음)과 남편 상황(더치, 정규직, 학자금 대출 있음)을 설명하고 대출금액을 알기 위한 서류를 안내받았다. 우리의 모기지 상담사 마틴은 아주 활기찬 중년(?) 아저씨로 영어도 잘하고 열정적이어서 첫 통화 후 바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말한 서류 외에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빚을 신고해야 했는데 남편에게는 꽤 큰 금액의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었다. 이것 때문에 우리 연봉에 비례해서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에서 학자금 대출의 두 배가량이 빠지게 되었다. 사실 이 부분을 안내받았을 때 우리는 별생각 없이 서류를 작성해 갔는데 나중에 다른 더치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학자금 대출을 은행이나 모기지 상담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학자금 대출내용을 신고하지 않고 모기지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 금융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규칙을 잘 따르는 신뢰사회라 가능한가 싶기도 했는데 그렇다기엔 신고하지 않는 사례들이 왕왕 들려와서 이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변명이라면 학자금 대출로 최대금액이 많이 깎이기 때문에 주택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다행히 집을 못 살 정도로 많이 깎인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2000년대 이후에 지어진 새집을 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이어서 씁쓸했다. 마음 한편에 괜히 신고했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태생이 쫄보들인 우리에게는 불안한 마음으로 언제 걸릴까를 두려워하며 살기보단 정정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만큼만 받고 이에 맞는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결론지었다.
저축이 있다면 당연히 저축만큼 더 예산을 높일 수 있다. 네덜란드 모기지는 주택가격보다는 연봉과 빚에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LTV(loan-to-value) 100%가 가능하다. 물론 내가 받을 수 있는 모기지가 40만 유로인데 30만짜리 주택을 구매하면서 40만 유로를 모두 대출받을 수 있지는 않다(은행에서 잘 안 해준다고 들었다). 다만, bouwdepot라고 주택리모델링 비용을 내 모기지 최대금액 내에서 주택가격에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앞선 예에서 내 최대 대출금액이 40만 유로인데 만약 리모델링 비용으로 5만 유로를 예상한다면 주택가격 30만 + 리모델링 비용 5만, 총 35만 유로를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는 자기 자본이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 첫 주택구매할 때 부담을 낮춰주는 장점이 있다.
주택을 구매할 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비용은 다음과 같다.
- 모기지 상담사 고용비
- 양도세: 주택가격의 2% 이지만 35세 이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인 경우 면제
- 공증 비용(notaris): 부동산계약서와 소유권 이전을 공증해 주는 회사를 고용해야 한다.
- 부동산 중개비용: 부동산 중개사를 고용할 경우에 해당된다. 우리는 중계인을 고용하지 않았다.
- 감정평가비용: 주택 가치를 알기 위한 것으로 모기지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이기 때문에 감정평가사를 고용해야 한다.
- 건물점검비용(bouwkundige keuring): 건물에 구조 및 기능적 하자나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자가 있다면 집주인과 주택가격 네고가 가능하다.
- 이사비용: 이삿짐회사를 고용할 경우에 해당된다.
정도로 보통 주택가격의 4%를 예상한다.
이제 우리가 빌릴 수 있는 금액을 알게 되었으니 이 금액에 맞춰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