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집
대략적인 예산을 잡았으니 이제 우리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고민해 볼 차례였다. 네덜란드에는 우리나라 네이버 부동산 같이 funda.nl이라는 훌륭한 홈페이지가 존재한다. 여기서 시장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매물을 볼 수 있다. 필터 기능을 통해 예산에 맞는 구매 가능한 집(beschkibaar)을 추릴 수 있다.
유학생으로 와서 내내 렌트로만 살았기 때문에 네덜란드 부동산과 거주문화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나는 어떤 집이 우리에게 맞는 집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로테르담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일단 대부분의 더치사람들과 비슷하게 1) 마당이 있는 2) 3층 집을 원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공간이 듯이 네덜란드에서는 3층짜리 주택이 줄지어 있는 타운하우스(Rijtjeshuis)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 단독주택(Vrijstaand), 두 집이 한 지붕 아래 있는 Twee onder een kap, 우리나라 복도식 아파트 같은 아파트(Appartement), 강이나 카날에 묶어두고 거주하는 보트하우스(Woonboot)가 존재한다. 아파트와 보트하우스를 제외하고 다른 주택은 대부분 앞마당과 뒷마당이 있다.
로테르담 시에서는 각 지역별 생활환경 수준을 점수화한 동네 프로파일(Wijkprofiel)을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치안(안전), 물리적 환경, 그리고 사회적 환경 부문별 점수를 매기고 지도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안전에는 범죄율, 소란, 물리적 환경에는 공실, 공공공간, 주민 경험,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는 교육, 고용 및 소득, 주민들 간 소통 등의 지표를 통해 수치화한다. 지도를 보면 중심 쪽 (Centrum, Noord, Delfshaven)과 남부(Feijenoord, Ijsselmonde, Charlois)는 낮은 점수를 보인다. 아무래도 센터 쪽은 유동인구가 많고 혼잡하기 때문이고 남부지역은 오래전부터 좋지 않은 동네라는 인식이 있다. 안타깝지만 이 두 지역 모두 많은 이민자(모로코 및 튀르키예계)들이 모여사는 동네이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꼭 동네 프로파일 점수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많은 중심은 상대적으로 덜 좋은 생활환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싸다. 우리는 교통이 혼잡하고 마당 있는 타운하우스가 드문(그리고 매우 비쌈) 중심 쪽보다는 교외 지역이라 볼 수 있는 Prins Alexander 쪽으로 집을 봤다.
대략적인 위치는 정했지만 어떤 상태의 집이 괜찮은 집인지 여전히 감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나 그 이전에 지어진 집은 손에 꼽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지만 네덜란드에서는 100년이 넘은 집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물론 유지 보수 비용은 많이 든다). 남편은 네덜란드 건설 기술을 믿으라며 1970년에 지어진 집도 여전히 새집이라고 했지만 2000년대 지어진 아파트에서 쭉 살아온 나는 이 말이 영 미심쩍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오래된 집은 춥고 난방비가 많이 든다고 들어서 최대한 양보해서 1990년대 이후에 지어진 집(그래도 30년이 넘었다)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집들이 우리가 원하는 지역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신도시인 베르켈(Berkel en Rodenrijs)과 파이나커(Pijnacker) 지역도 보기로 했다.
남편이 원하는 마당 있는 3층집은 타운하우스이기 때문에 이 유형의 집을 보러 다녔다. 단독주택과 1 지붕 2집은 우리의 예산 밖이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보통의 타운하우스는 총연면적이 90~150 제곱미터(30~45평) 정도이고 1층은 부엌과 거실 + 화장실, 2층은 침실(들)과 욕실, 3층은 침실이나 창고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에 따라서는 1층에 방과 차고가 있고 2층에 거실과 부엌, 3층에 침실이 있는 것도 있다. 대부분 마당이 있는 집인데 집에 따라서 토지가 자기 땅이기도 하고 시 소유의 땅을 장기 임대하기도 한다. 시 소유의 땅의 장기임대하는 경우 타이밍이 나쁘면 이사하고서 꽤 큰 목돈을 임대료로 지불해야 해서 보통은 자기 토지인 주택을 선호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에너지 라벨이다. 난방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A+++++부터 F까지 있다. A+이상은 대부분 새로 지어진 집에 붙는 라벨이고 기존 주택을 잘 유지보수 했다면 B도 나쁘지 않다. C이하부터는 난방비 폭탄을 걱정해야 한다. 사실 주택의 연식보다 에너지 라벨이 더 중요하다.
이로서 우리의 조건은 1) 예산에 맞고; 2) 프린스 알렉산더, 베르켈 또는 파이나커에 위치하며; 3) 연면적이 120 제곱미터 이상; 4) 자기 소유 토지; 5) 에너지 라벨 B 이상인 집이었다. Funda.nl을 매일 들어가면서 새로 나온 매물을 확인하고 사진으로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담당 부동산에 연락하여 집 보러 가는 약속을 잡았다. 주중에는 둘 다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 집을 많이 보러 다녔다. 나는 베르켈과 파이나커에 있는 집들이 좋았는데(새집이라) 남편은 동네가 너무 새거 같다면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프린스 알렉산더는 오래된 동네이기 주택들은 1970년대 지어졌지만 주변 환경이 좀 더 유기적이랄까 나무들도 크고 복작복작한 느낌에 교통이 편리했다.
7~8군데 집을 둘러보면서 각자의 취향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남편은 동네와 환경이 중요했고 나는 집의 바꿀 수 없는 조건들(구조, 천장높이, 창문 위치 등)이 중요했다. 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남편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집, 남편 마음에 들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집은 제외하고 둘 다 모두 마음에 들었을 때만 비딩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