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는 구매가가 아니다
네덜란드 주택 구매에는 오픈비딩(open bidding)이라는 절차가 있다. 일정 기간 동안 구매 희망자로부터 집값에 비딩을 받고 집주인이 마음에 드는 구매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매매가는 가이드일 뿐 실제 그 가격에 거래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적게는 집 가격의 5% 심하면 20%까지도 오버비딩(over bidding)을 한다. 왜 이런지는 알 수 없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왜냐하면 집주인만 누가 얼마나 비딩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이후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와중에 금리가 오르면서 집에 대한 수요가 주춤한 사이 언더비딩(under bidding)으로 집을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호가보다 적게 부르거나 호가에 비딩을 하기로 했다.
일단 주택을 보게 되면 (veiwing) 집주인 쪽 부동산 중개인이 관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이 되는데 여기서 비딩을 할 수 있다. 물론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딩을 하지 않아도 된다. 비딩을 할 때 꼭 주의해야 할 점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조건(contingency condition)이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설정하는데 모기지 승인과 주택상태 점검(inspection)에 따른 수리비이다. 만에 하나 모기지가 승인되지 않거나 주택 수리비가 너무 과도하게 나온 경우 아무런 불이익 없이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 승인 조건은 언제까지 모기지를 받지 못하면 계약은 무효로 한다라는 조건을 걸고 주택 상태 점검에서는 내가 최대로 부담할 수 있는 수리비를 적는다. 만약 모기지 승인이 불가피하게 늦어진다면 부동산 중개인과 이야기를 해서 날짜를 수정할 수도 있다.
우리는 총 3군데 집에 비딩을 했다. 첫 번째 집은 베르켈에 있는 비교적 새 집이었는데 일반적으로는 박공으로 되어 있는 3층이 층고가 높은 평면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가가 우리의 최대 버짓이었기 때문에 오버비딩을 못했다. 대신 구구절절 우리가 누구이고 왜 이 집이 마음에 드는지를 설명한 편지를 동봉했다. 집주인에 따라서는 돈보다는 어떤 사람이 집을 쓸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열에 하나도 안되지만.. 일주일 정도 기다린 후에 결과를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떨어졌다. 두 번째 집도 베르켈에 있는 조금 오래된 집이었는데 위치와 전망이 좋았다. 하지만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집을 파는 거라고 해서 약간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가 잘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호가에 비딩을 했는데 또 떨어졌다. 이쯤 우리는 언더비딩이 인기지역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버짓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비딩을 해보기로 전략을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비딩 한 집은 현재 우리 집인데 로테르담 동북쪽에 있는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집이다. 집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지하철, 기차역과 가깝고 고속도로와도 가까워서 좋았고 집 구조, 동네가 모두 마음에 들었던 집이었다. 이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은 새로 지어진 집으로 이사 간다고 했다. 우리는 이 집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호가에 약 5%를 덧붙여 우리 최대버짓을 올인했다. 그리고 처음 비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소개하는 편지를 동봉했다. 우리가 첫 뷰잉 손님이었고 바로 비딩을 한 경우였는데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마음에 들었는지 집주인은 그 뒤에 잡힌 뷰잉을 모두 취소하고 우리와 계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를 소개한 편지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물론 모기지를 언제까지 받을 것과 집 수리비가 1만 유로 이상인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는 조건도 잊지 않고 붙였다. 이제 정식으로 모기지를 신청하고 주택 상태 점검가를 불러 인스펙션을 진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