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통③: 책임감과 불안 사이, 웃음을 허락하는 순간

「육통(育通)」 — 육아에서 얻은 통찰

by 황호성

가장의 구실을 다하기 위한 책임감이 일상 속에서 불안으로 다가와 스스로를 압박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것을 보며 저 역시 책임감이 얼마나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방해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침 등원길은 언제나 분주합니다.

윤식이, 현식이, 준식이와 함께 걷다 보면 길 위에 작은 이야기들이 피어납니다.


“윤식아, 오늘 뭐가 제일 즐거울 것 같아?”
“체육 활동!”


현식이는 와이퍼가 빗물을 밀어내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아빠, 이게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해?”

준식이는 형이 말을 하니 덩달아 이 말 저 말 따라 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 순간, 저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보다 ‘오늘의 즐거움’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는 불안이 앞섰습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즐거움일까, 하루 전체의 즐거움일까?’

단순히 아이들의 대답을 즐기면 될 일을, 또다시 계획과 책임감의 틀 속에 가두어 버린 것입니다.


책임감의 무게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때로 마음을 짓누릅니다.

“바르게 제 구실을 하며 키워야 한다.”

이런 다짐은 처음엔 아이를 위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저 자신과 우리 부부를 얽어매는 족쇄가 되어 있었습니다.


마침 오늘 본 유튜브 영상 에서도 가장의 구실을 다하기 위한 책임감이 일상 속에서 불안으로 다가와 스스로를 압박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것을 보며 저 역시 책임감이 얼마나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방해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끝없이 떠오르는 할 일과 압박감이 그림자처럼 뒤따르며, 저를 끊임없이 몰아세우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모습 속에서도, 그리고 제 안에서도 그 그림자의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도파민을 얻기 위해 무심코 쇼핑을 하거나 SNS 피드를 들여다보는 모습, 아이들에게 정답을 찾듯 대하는 태도, 웃음보다 한숨이 먼저 새어 나오는 순간들. 저는 그 속에서 부모의 무게에 눌려 감정이 무뎌지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내를 탓할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몇 해 전부터 오래도록 같은 기운을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불안이 전해지는 순간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생각보다 빨리 알아챕니다. 말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눈빛에서 전해지는 기운을 곧장 받아냅니다.


“아빠는 왜 맨날 표정이 화가 나 있어?”


저는 그냥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뿐인데, 첫째는 종종 이렇게 묻곤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문득 깨닫습니다.

저는 스스로 불안하다는 인식조차 못 한 채 살아온 것이 아닐까.


사회가 정한 룰 속에서 ‘착하게, 바르게’ 살고자 애쓰며,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늘 저를 압박해 왔습니다. 그렇게 불안이 제 표정과 말투에 스며들어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진 것 같습니다.


웃음을 허락하는 순간


다행히 오늘 하루에는 틈이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셋째 아이의 옷을 입혀주던 중, 아이가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불안도, 책임도, 계산도 사라지고 오직 웃음만이 있던 몇 초의 순간. 그 짧은 웃음 속에서 저는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즐거움을 억지로 찾아내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에게 웃음을 허락하는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죠.


마무리하며


부모 구실을 하려면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웃음을 허락하는 찰나가 있습니다. 아이의 한마디, 장난스러운 표정, 예기치 못한 웃음. 그 순간은 무거운 책임과 불안을 조금씩 녹여내고, 아이와 저를 다시 연결해 줍니다.


오늘 당신은 언제, 아이와 함께 웃음을 허락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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