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통⑧: 스스로 말해준 아이, 감정을 추스른 아빠

「육통(育通)」 — 육아에서 얻은 통찰

by 황호성

표정이 어두운 첫째 아이


하교 후 집에 들어온 첫째 아이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는 제 말에 첫째 아이는 “아빠랑 호수공원 뛸 것 같아서..”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다시 묻자, 첫째 아이는 스스로 털어놓았습니다.


“늘봄 시간에 친구를 때렸어.”


갑작스러운 고백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늘봄 시간에 사고가 있었는데 또 같은 일이 반복되다니 분노와 막막함,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첫째 아이가 먼저 말해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마음을 다잡고 상황을 물어갔습니다.


감정을 추스르기까지


첫째 아이의 설명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실내화 가방으로 친구의 얼굴을 쳐서 상처가 났다는 겁니다.

분노가 다시 치솟았고, 순간 “반복되는 상황에 차라리 전학을 가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다행히 공부방에 가야 할 시간이 되어 대화를 잠시 멈추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말을 아끼고 묵묵히 걸었습니다.

차라리 침묵이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쯤 지나서야 마음이 가라앉았고, 이제는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돌아오자마자 진술서를 쓰게 하고, 태권도 관장님께는 예절 교육을 부탁드렸습니다.

담임 선생님께도 가정에서의 대응 상황을 공유하고, 늘봄 선생님께는 정확한 상황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먼저 말해주다


불행 중 다행은 첫째 아이가 처음으로 스스로 사건을 말해주었다는 점입니다.

그 사실 하나가 아빠의 마음을 붙잡아주었습니다.


돌아보니 지난 5년 동안 아이의 사건들을 겪으며,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 공감과 가르침을 동시에 붙잡아야 한다는 것.

- 책임과 권한을 함께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것.

- 증거와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엇보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아빠가 사회에서 살아가며 꼭 필요한 태도와 역량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질문


“나를 지키기 위해 기록한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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