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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mine Feb 20. 2022

근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 대전 01

conserved modern architecture - 대전 01


'근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건축에 대한 글은 항상 쓰고 싶었지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건축학 전공도 아니고 시중에 근대 건축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왔으니 어떻게 쓰면 좋을까, 결국 보존에 대한 불만만 쏟아내지 않을까 고민만 하던 중에 문득 떠오른 말이었다. 계기가 되어준 건 얼마 전 대전에 갔을 때였다. 출장 차 대전에 자주 갔었는데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건물들이 알고 보니 근대 문화재였던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눈을 크게 뜨지 않았으면 몰랐을 건물들이 아까워서, 나 스스로 아카이빙을 한다는 느낌으로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굳이 근대 건축물을 보러 찾아갔던 인천도 아니고, 오며 가며 무수히 근대 건축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서울도 아닌 대전에 가서 글을 쓰겠다는 결심이 든 게 아니었을까.


건축물 관련 정보는 대전 도시주택정보 사이트 참조

https://www.daejeon.go.kr/urb/ContentsHtmlView.do?menuSeq=6501


건축물 동선은 아래 지도 참조





처음 찾아간 건물은 대전역에서 가까운 등록문화재 제19호인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1937). 근대 건축물은 일제 강점기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인천에 남아 있는 여러 건물들처럼 이 역시도 1937년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으로 설립된 건물이다. 해방 후 1997년 산업은행 대전지점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다비치 안경원이 자리 잡았다. 테라코타 외벽 장식이 눈에 띄었다.

 

산업은행 대전지점(1937) - 등록문화재 제19호


베르사유 궁전 프티 트리아농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est_facade_of_Petit_Trianon_002.JPG

 

산업은행 대전지점과 비슷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베르사유 궁전 프티 트리아농 서쪽 파사드.



근처에는 비슷한 금융계 건물이자 나란히 등록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된 옛 조흥은행 대전지점(1951)이 있었다. 이때는 글을 쓸 생각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 않아 다른 사진으로 대체. 현재는 신한은행 대전역 금융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산업은행 대전지점은 신고전주의 르네상스풍 양식으로 중앙 현관을 중심으로 완벽한 좌우대칭을 보이는 본관의 파사드, 수평선의 강조, 정면 중앙부 열주와 좌우측의 벽면 등으로 신고전주의 르네상스풍 양식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출처: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기록화 보고서 p.37). 반면 20년이 지난 1950년대 조흥은행 대전지점은 고전적 양식을 차용하던 여타 금융계 건물과는 다르게 장식성을 배제한 훨씬 더 단순한 모더니즘 건물의 형태를 띠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근대 문화재라고 알아채지 못할 만큼(그래서 사진을 안 찍었나?ㅠ)


두 건물 다 아쉬운 점은 외관을 깨끗이 유지하고 있으면 좋았을 텐데.




조흥은행 대전지점(1951) - 등록문화재 제20호 출처 : 문화재청




다음은 옛 충남도청 가는 길에서 만난 옛 대전부청사(1936). '대전부'란 일본식으로 광역시를 일컫는 말로, 부청 사무실 겸 대전 상공회의소로 사용되다 해방 이후 잠시 미군 청정에서 사용, 그 후 대전시청과 대전 상공회의소로 사용됐던 역사적인 건물이다. 블로그에서 본 사진은 삼성화재 건물로 사용되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간판은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 보니 2016년 민간사업자가 매입한 후 방치상태로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대전시가 매입을 협상 중인 비운의 건물이었다. 대부분의 근대 건축문화재의 운명이 그러하듯 '보존이냐 개발이냐'는 논란 속에서 5년이 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슬픈 운명은 몇 시간 뒤 다른 근대 건물에서 또 마주치게 된다...


외관은 상큼한(?) 민트색으로 당시 굉장히 혁신적인 컬러와 재료를 사용했다고 생각했으나, 대대적 보수공사로 외관이 다 바뀌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원형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이 시작되었다...


방치되어 있는 옛 대전부청사(1932)
대전부청사 옛 모습




현재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이자 그 외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옛 충남도청(1932)등록문화재 제18호로 충남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신축한 도청사 건물이다. 해방 후에는 미군 청정 건물로, 한국 전쟁에는 임시정부 청사 건물로 사용되었고 현재의 신청사로 옮기기 전 2012년까지 도청사로 사용됐다. 경복궁 앞에 있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처럼 대전역까지 쭉 이어지는 도로 끝에 도청 건물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대전에 남아 있는 근대 관청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고, 전국적으로도 원형을 간직한 몇 안 되는 근대 도청 중 하나라고 한다. 원형 사랑 두근두근❤


엄청난 사이즈의 옛 충남도청(1932) - 등록문화재 제18호
가장 화려한 1층 중앙로비. 아치 몰딩 장식이 아름답다.
바닥 타일도 아름답다. 별 문양은 샹들리에를 고정시킨 천장 지지대 문양과 비슷하다.


1932년 건축 당시에는 전면과 후면의 창이 모두 같은 형식이었지만 현재는 후면 복도창만 원형이라고 한다. 겨울에 추울 것 같다...
2층 중앙로비
2층 집무실 테라스 창문의 꽃문양


1층의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

대전역.. 넘 이쁘다ㅜ
6.25 전쟁 때 폐허가 된 대전


상설전시 말고 특별전시도 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문화재를 보겠다는 열정 하나로 옛 충남도청사를 뒤로 한 채 곧바로 대전여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등록문화재가 아닌 문화재자료 제46호 대전여중 강당(1937)이다. 대전여자중학교는 근대 교육시설로 1921년~1954년 공립 대전고등여학교, 1946년 대전공립여자초급중학교로 변경, 1951년 지금의 대전여자중학교로 교명이 변경되었다. 이름이 대전여중 강당이라 대전여중 내부에 있는 줄 알았는데 대전 평생교육원 옆에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 학교 입장 금지인데, 하마터면 못 보고 그냥 갈 뻔. 현재 대전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대전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대전에 남은 근대 건축물 중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선의 아르누보풍 지붕이 특징이다. 아래 아치창은 지붕과 어울리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내부는 기둥을 설치하지 않고 넓은 공간을 확보한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다.


문화재자료 제46호 대전여중 강당(1937)


중요한 이야기는 2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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