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유산> 속 벽수산장
잊히고 사라지는 것이 우주의 순리라고 하지만 이 건물의 운명에는 어딘가 유난한 데가 있었다. 돈의문도 바미안 석불도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벽수산장처럼 기억조차 절멸에 이르지는 않았다. 벽수산장의 잊힘에는 금기나 처벌에 가까운 어떤 기운이 있었다.
[...] 윤자작의 일족이 일본 지배 시절의 행적으로 비난받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과 그때의 조선은 다른 세상 아닌가? 나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형편은 그때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영원한 유산> 97쪽
이해동에게는 적산(敵産)이며 윤원섭에게는 유산(遺産)인 저택 벽수산장이 그 모든 것을 굽어보는 가운데, 상반된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두 인물의 전혀 다른 삶의 행보가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