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6 수요일 - 두번째 책모임 #620아무클럽
매주 월요일에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었으나, 아무래도 정신없는 월요일은 무리일 것 같아 수요일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나 하나, 모임의 Fit에 맞는 문화와 룰들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필명, 부캐 정하기를 포함해 지난 주에 몇가지 숙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숙제는 안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을 하였습니다.
이번 독서모임의 점심은 지난주의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대신하여 고칼로리의 빵이 함께하였습니다. 탁월한 셀렉으로 맛있는 빵을 배불리 먹었다는. 뭐랄까, 독서 모임이 2회차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예상컨대) 점심 식탁이 점점 풍성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는것에 진심인 사람들
재기 : 읽었던 책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모임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계속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어요. 조금 트렌디한 느낌도 있을 것이고, 예전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같이 레트로 버전으로 하는 것도 생각했었고, 키워드를 한번 떠올려 봤어요. 아무. 아무거나. Everything. 그래서 아무 책이나 이야기하고, 아무 것이나 산출하는, 아무나 같이 할 수 있고. '아무'가 되게 괜찮은 것 같아요.
주영 : 역시 다 '연결'되어 있어요 재기님.
[check point!]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재기
재기 :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무'에 '를'을 붙이면 '아무르'잖아요. 사랑이나 이런 것들도 연결되고. '아무아무' 이렇게도 되고. 나중에 캐릭터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민처럼 책을 막 싣고 다니는. 나중에 책 기부를 한다고 하면, 책을 이고 다닐 수 있게 하면 재미있겠다. 요즘 찾아가는 책방이나 이런 서비스들도 많잖아요. 뭔가 저희의 서재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겠다.
재기 : 그리고 또 하나가 숫자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서, 저희 이름에 들어가는 숫자를 사용해서 620. '620책' 해도 되고 '아무620'도 좋고. 근데 제가 620번 버스를 찾아봤거든요. 이게 출발지가 온양온천이더라구요. 간선 지선은 없고, 서울 안에 마을버스가 620번이 있으면 딱이었는데! 그래서 뭔가 나중에 책 투어, 온양온천에서 620번 버스타고 시작하는.
나영 : 좋다!
재기 : 온양온천에서 시작해 620번 버스안에서 책 얘기를 하면서, 이런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브이로그처럼.
나영 :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지. 크리에이티브해. 저 620 좋아요.
주영 : 전 아무 클럽도 좋아요. 다 좋아. 620 아무클럽 어때요?
재기 : 좋네요 620 아무클럽. 이것저것 다 모아 보시죠. 6월에 사피엔스 모임할 때 정하면 되지 않을까. 사피엔스 모임까지는 아이디에이션하고, 부담없이 얘기하고. 필명도 고민해보시고.
재기 : 저희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도 있으면 좋겠고. 결국에는 저희가 쓴 글이 아니어도 편집을 해서 독립 출판 해볼 수도 있거든요. 그런 것도 해보면 어떨까. 1년 프로젝트로. 그걸 <사피엔스> 같은 레전드 책들을 리뷰한 내용으로 한다던지..
[check point!] 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한 재기
나영 : 오, 레전드 책!
주영 : 그런 니즈가 있을 것 같아요. 읽고 싶지만 잘 읽지 못하는 책이 잖아요. 일반인이 읽는 <사피엔스>.
재기 : 그래서 아무 의견을 계속 이렇게 (개소리 잡소리) 해야, 요즘 사람들이 읽고 관심이 생기니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클럽하우스에 아무 의견으로 떠들면 어떨까. 저희 텍스트가 구축되면, 그걸로 다양한 채널에서 공유해봐도 재밌겠다. 그럼 언젠가는 라디오도 나갈 수 있어요. DJ가 '오늘 620 아무클럽 모셨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으시네요?'
재기 : 순수하게 책 모임하는 것도 중요하고, 뭔가 약간의 전략적으로 재미있게 해보는 것도 동기부여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번에 첫시간에 다 얘기했지만, 모임이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속 모멘텀이 필요하다.
나영 : 맞아요.
재기 : 시간의 한계가 있어요. 지금도 점심시간 쪼개서 얘기하는 것처럼. 다들 모임 해보셨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한 외부 공간에서 책을 리뷰하는 것도 좋은 시도가 아닐까 해요. <사피엔스> 리뷰 때는 나가보는 것도 좋겠다?
나영 : 오후 반차낼까요? 그러면 우리 성공체험을 해야해요. 그날 반차 모임을 하면서, 사피엔스를 잘 읽었다. 이걸로 인해 뭔가 '나 이제 이런 책 읽을 수 있어' 동기부여가 되고, 혹은 '이야기 할 수 있어.'
주영 : 다 못 읽을 수 있잖아요. 한명 중에 누군가는 '나 반밖에 못읽었어' 이렇게 와야 인간적이니까.. 제가 먼저? 아마 재기님은 한 챕터만 읽어도, 우리보다 많이 이야기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영 : 저는 <사피엔스> 딱 30페이지 읽었어요. 딱.
주영 : 저는 아직 하나도 안읽었어요. 근데 예전에 앞에만 몇 번 읽었어요. 계속 앞에만 봐... 집합만 공부하는 <정석> 같이.
재기 : 이게 서사적으로 이어졌다가, 갑자기 깊이 내려가니까 중간중간에 끊기잖아요. 저번에 공유드렸던 캡쳐가 일거리와 관련해서.
나영, 주영 : 아 그게 <사피엔스> 였구나.
재기: 네. 러시아에서 혁명을 시도했었다. 볼셰비키. 한 챕터 만으로도 뭔가 의미있는 서사. 그런 저런 계속 연결될 수 있는 쪽으로 얘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인류의 얘기니까. 한판에 사피엔스 리뷰를 끝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챕터라도 얘기할 거리가 있으면 그걸로 이어가고, <사피엔스> 외에 밀란쿤데라도 읽고 싶다고 주영님이 하셨었잖아요. 그렇게 이어서 가보면 어떨까.
나영 : 그럼 이렇게 해볼까요. 일단 반차를 낸다. 그리고 얘기하고 싶은 챕터나 부분을 하나씩 정해오면 되겠네요.
주영 : 원래 우리가 사피엔스는 한 달 코스로 가는 거고, 최근에 읽은 책, 공유하고 싶은 문장이나 구절 공유하기로 했어요. 나영님부터?
나영 : 저는 책 모임을 시작하고, 뭔가 책을 읽어야겠다는 약간의 열정이, 불씨가 되어가지고. 지난주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1,2>를 봤어요.
재기 : 저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광팬이라.
주영 : 이거 최근에 나온 책이에요?
나영 : 몇 년 됐어요. 2019년에 나온 책 같아요. 재미있었어요.
주영 : 저도 <개미>, <뇌>,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이 세 개를 완독했고, 나머지는 읽다가 포기해 버린 것 같은데. 그 때는 그냥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내가 스스로 정리하는 계기가 없어서 이제 잘 생각이 안나네요.
나영 : 저는 두 가지를 공유하고 싶은 게 있는데, 책이 시작하면서부터 주인공이 죽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영혼이 되서 '내가 왜 죽었는지'를 탐색하는 소설인데, 이 사람의 장례식을 해요. 근데 주인공의 묘비에 뭐라고 쓰냐면 '나는 살아있고, 당신들은 죽었다.' 이거를 묘비에 쓰거든요. 주인공이 좋아했던 구절이라서. 산자들은 몸은 살아있지만 죽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있다고 믿고. 근데 저는 그 문장이 와닿은 것 같아요. 그냥 살아있다는 개념이 진짜 몸만 살아있는 그런게 아닐 수 있다는 부분이요.
나영 : 그리고 베르나르 소설에 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나오잖아요. 거기에 <백번째 원숭이 이론>이라는게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이걸 같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 처음 무슨 행동을 하면 되게 이상한 행동이거든요. 근데 이런 행동이 점점 많아지면, 정말 습관처럼 다 퍼지게 되서 이게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인지조차 못하면서 다 그렇게 하게된다는 내용인데, 마음을 자극했어요.
재기 : 저도 <죽음> 나오자마자 봤는데. 개인적으로 죽음 이후에 나온 <제 3의 인류>가 <사피엔스>랑 대동소이한 내용이 있어요. 넥스트 사피엔스죠. <제3의 인류>가 엄청 장편이거든요. 6권짜리. 죽음 모티브가 계속 이어지는, 인류의 모티브로 이어져서 저도 되게 좋았어요.
주영 : 이 책 금방 읽었어요?
나영 : 네 금방 읽었어요. 되게 잘 읽히는 소설.
주영 :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주제는 어려운데, 되게 잘 읽히잖아요.
나영 : 근데 결말은 조금 아쉽기는 했어요. 뭐랄까 결말이 교과서적인, 교훈적이어서 아쉬웠어요.
주영 : 저는 지난번 모임 이후로 읽고 있던 <달과 6펜스>를 마무리했어요. 아직 정리는 못했고요. 원래 책을 다 읽고 나면 블로그에 감상과 좋았던 문장을 정리하는데, 지금 그게 밀려있는 상태에요. 그리고 지난 주에 빨리 읽은 책 중 하나가 <GV 빌런 고태경>이라고.
주영 : GV(Guest visit) 라고 아세요? 영화에서 관객과의 대화. 그 자리에서 주로 감독한테 난처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GV 빌런'이라고 한대요. GV빌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인데. 이 작가가 영화 감독 출신이라 영화 감독 지망생과 그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 실패담을 잘 표현하셨더라구요. 실패했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만나서 자극받고 변화하고, 다시 도전하는 이야기거든요. 우리가 모르는 영화란 산업에서의 이야기니까 호기심도 생기고. 실패 그리고 극복에 대한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어요. 실패는 실패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잘 마무리되고 다시 일어나는 기운찬 책이에요.
[check point!] 기운 차고 에너지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주영
재기 : 그럼 두권을 완독하신거네요?
주영 : 네. 쉽게 읽히는 책이라. 내가 했던 프로젝트나 일에서 떠났거나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두 분은 타겟이 아니다! 지인 한 분에게 추천해 줬어요.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잡을 찾으려고 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에게 '한번 편하게 읽어보라'고 재밌다고 추천을 했어요.
주영 : 그리고 공유하고 싶은 문장은 <파과>에서 한 문장.. 구병모 작가를 알게된지 얼마 안됐는데, 어려운 단어와 긴 문장으로 이미지를 잘 표현하시는 분이에요. 죄다 만연체. 진짜 모르는 단어만 골라쓰는 언니.. 그런데 그게 또 맛.
재기 : 그런 분 제가 좋아하는데.
주영 : 처음에 읽었던 구병모 작가의 두권은 그런 매력에 끌렸어요. '와 이 언니 너무 멋있다. 완전 똑똑해' 그러면서도 메시지는 따뜻하고 아름답거든요. 그리고 이게 세 번째 책인데. 여기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어서. 이게 살인 청부하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인데. '손주를 가져본 적 없는 노부인이라도 어린 소녀를 보면 자연히 이런 감정이 심장에 고이는 걸까.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 바닷가에 살지 않는 사람뿐인 것처럼.' 이 문장이 되게 와닿았어요. 그 이유가, 제가 책을 좋아하고 재밌는 책을 만났다고 할 때가 나랑 작가랑 통하는 느낌이 있을 때라고 얘기 했었잖아요. 근데 이런 문장들을 만나면 되게 '나를 관통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좀 더 읽고 한번 공유드리겠습니다.
주영 : 저는 책을 읽으면서 단어장을 정리해요. 그래서 구병모 작가의 단어장이 따로 있어요. 그러면서 이 작가 때문에 알게된 단어, 김연수 작가 때문에 알게된 단어, 이렇게 정리해두어요. 이렇게 하는 건 이 분의 색깔을 알고 싶은 것도 있지만 '나중에 내가 이렇게 있어 보일때 써야지' 약간 이런 마음이 있어요. 어떻게 쓸지는 아직 모르고. 지금은 일단 저장만 하는 중.
[check point!] 소설을 준비하는 주영
재기 : 의미가 있죠. 저도 정리를 꽤 하는 편인데, 제가 얘기 드릴 것도 지난 번에 얘기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어로 한 권 읽은 적이 있거든요. 똑같이 어려운 단어를 써요.
주영 : 대체 몇 개 언어를 하세요?
[check point!] 재기, 그의 Universe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재기 : 저는 이제 일문과도 같이 전공 했으니까. 하루키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색채들, 그게 방금 얘기해주신 '작가의 단어노트'처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느낌들이 있는데. 번역하시는 분들, 김난주님 이런 분들이 참 단어 셀렉을 잘하는 것 같아요. 저도 책 읽을 때 동그라미 엄청 많아요. 모르는 단어. 저도 그거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해야하나? 동그라미가 많을 수록 좋아요. 제가 책 읽을 때 O, X를 쓰는데 X는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구문이고, O는 모르는 단어를 동그라미 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오브제이자 상징적인 건데 제가 X를 좋아하고 색은 검정색. 그래서 XX라는 밴드를 좋아하고. 저는 깜짝 놀랐어요. '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밴드가 있네.' 근데 음악도 너무 좋은 거야.
나영 : XOXO, 우리 모임 이름 이걸로 할까요.
주영 : 일단 XO 볶음밥을 먹으면서.
재기 : 제가 공유할 구문은, 태엽감는 새 아저씨라고 부르는 '오카다'씨가 있고, '메이'라는 근처에 사는 어린애가 있어요. 주인공 오카다씨는 스스로를 태엽감는 새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상상이죠. 세상을 움직이는 태엽감는 새가 있고, 얘한테만 들리는 소리가 새가 태엽 감는 소리. 끼억끼억 하면서.
나영 : 약간 오싹한데요.
재기 : 여기서 맥락이 있는데. 이 앞에 우물이라는 공간이 여기서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해요. 오카다씨가 태엽감는 새와 만나는 모티브가 우물에서 시작되거든요. 일부러 비어있는 우물로 내려가는 거에요. 우물에 내려간 상태에서 메이가 타고 내려간 동앗줄을 없애버렸어요. 그래서 태엽감는 새 아저씨가 갇혀버려요. 근데 이제 올라와서 하는 얘기거든요. 여기서 얘기하는 '페시미스틱'이라는 단어도 재밌지만, 저희가 페미니즘 이런 일반적인 얘기도 많이하는데 단순하게 젠더 이슈가 아니라. 여기서 '페시미스틱은 어두운 부분만 골라본다는 말이야' 저는 이게 되게 와닿았거든요. 메이는 어른들은 다 페시미스틱이라는 설정과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하는거죠. 세상에 어두운 부분만을 어른이 되기 시작하면서 계속 보게된다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고.
나영 : 근데 이게 왜 마음에 남으셨던 거에요?
재기 : 저는 이게 기존에 알고 있었던 그 페미니즘이나 이런 것들을 다르게 봤다? 이런 점에서 인상깊게 봤던 것 같아요. 근데 아까 오싹하다고 하셨는데, 그게 맞아요. 하루키가 바라보는게 우리가 말하기 싫어하는 진실의 부분, 어둠과 같은 진실. 그걸 잘 다루는 작가가 하루키거든요. 어둠에 가려진, 동굴 저 안에 진실이 있어요. 근데 들어가기 싫어하거든요. 근데 여기 주인공 오카다 씨는 평범하고, 능력도 없고, 돈도 못 벌고 이런데 자기 자신의 우물을 파고 들어가서 세상을 자기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정신. 이런 부분도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에요.
재기 : 계속 이렇게 의견이나 얘기만 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텍스트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져와봤어요.
나영 : 저는 지금은 그 책 읽고 있어요. 양희은 가수가 에세이 집을 냈더라구요. 가수 활동을 못하니까 에세이를 발간했는데 그것도 재미있게 보고있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같이 보고 있어요.
[check point!] 실용서를 ‘참’ 좋아하는 나영
주영 : 원래 여러책을 동시에 읽는 스타일이에요?
나영 : 보다가, 속도가 좀 더뎌지면 딴 책 열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책 읽고 싶고. 그렇게 읽는 것 같아요.
재기 : 저도 여러가지를 동시에 읽는 스타일인데 <태엽감는 새>랑 파 카프카의 <성>. 근데 제가 카프카의 <성> 이걸 연극을 했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제 작품으로 처음으로 연출한 것.
주영 : 재기님은 인생 2회차 느낌이에요.
재기 : 카프카 소설들이 개인적으로 읽을 때마다 달라서, 10년에 한번씩 읽어야 하는 책들이에요. <변신>과 <성>. 이제 40대에 읽어보니까 또 다르게 보이는 거죠. 30대에 읽었던 것도 다르고, 20대에 읽었던게 또 다르고. 근데 <성>이 자꾸 어두워지고 있어요. <태엽감는 새 연대기>와 연결을 하자면 '페시미스틱'이 되어가고 있어요. 20대 초반의 성은 저에게 유리의 성이었거든요. '와 내가 들어가서 성 주인이 되어야지.' 근데 30대부터 '내가 주인이 될 수 없고 이제 알프레도가 되야 하는구나. 내가 집사가 되어야 겠구나.'
나영 : 깔깔깔깔깔. 미치겠어요. (웃겨서)
재기 : 성의 주인에서 성의 하인으로. 이게 부정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주영 : 저도 이번 주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영 : 제가 한번 얘기 드렸잖아요. 맥도날드 창업자가 53세때 맥도날드를 창업했다고.
주영 : 고마워요. 그 얘기 다음 주에도 또 해주세요.
재기 : 이게 내 인생의 내리막이고, 정점은 끝났고 이 얘기를 하는데, 저는 이거를 인정하는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인정하지 않고 쓸데없이 상상하고 보통 이러는데. 인정하고 거기서 다시 스타트가 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저는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의 현실을 아는 것. 그게 잘 안되기 때문에.
나영 : 원래 자기 객관화 해서 보면 약간 우울해지잖아요.
재기 : 그런걸 다룬 게 또 도브에서 했던 리얼 뷰티라는 캠페인.
주영 : 그 광고 캠페인 저도 기억나요.
재기 : 본인은 계속 자기를 부정적으로 그릴 수 밖에 없어요. 프로파일러가 그렸는데, 남들은 다 밝게 봤는데 프로파일러 스케치가 완전 어둡게 그려놓은 거야. 그런 것도 사실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이 내가 다시 리스타트를 할 수 있고, 그래야만이 내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수 있겠죠. 만약에 바닥이라면.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거 인정 못하죠. 자꾸 감투를 원하고, 어떤 지위를 원하고.
나영 : '내 인생은 이미 끝났어'라는 생각을 해요.
주영 : 저는 자꾸 '나는 내리막이다. 이미 정점을 찍었다.' 이런 생각을 왜 이렇게 많이 했을까요. 이번에 여행가서 남편이랑 재무 설계를 하다가, 내가 벌 수 있는 돈은 맥스를 찍었고, 나는 내려올 것 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남편한테) '이제 네가 벌어라.'
나영 : 저도 남편이랑 얘기 많이 하거든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
재기 : 근데 애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것 아닌가요? 애기 교육 때문에?
나영 : 그러니까 사실 프레임이 미래에 가 있으니까, 지금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고 계속 채워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노후 120세 넘어서까지 산다는데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주영 : 그렇긴 한데. 저는 '내가 이제 주인공이고, 내가 앞서서 나가는 시점은 지난 것 같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서포트를 해야하고, 빛이 안날 수 있고.' 그걸 인정하고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한다든지. '여기서 서포트를 하면서 길게 갈 것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재기 :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영 : 네. 5분 밖에 안남았는데, 사진찍고 마무리 할까요.
주영 : 다음주에 그런 똑같은 포맷으로 자유롭게. 필명은 빠른 시일내에.
재기 : 다음주에는 필명을 Fix 하고,
나영 : 이제 필명으로 불러요.
점심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장인들. 평소와 같은 1시간 남짓의 점심시간이지만 영혼이 꼭꼭 차는, 마음이 배부른 점심 시간입니다. 회사가 아닌 ‘나’에 대해, 회사 일이 아닌 ‘우리의 생각’에 대해, 동료로서가 아닌 아닌 ‘책 친구’로서 이렇게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2회차 모임도 급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다음주에 필명과 함께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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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