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_김선미, 알에이치코리아, 2019
산전수전 다 겪은 방년 18세 딸 엄마이자 전국구 육아 스타 강사. 10년간 900회가 넘는 육아 강연을 연일 매진시키며 숱한 엄마들의 육아 멘토, 인생 멘토를 자청하고 있다. 독설이 난무하는데도 그녀의 강연이 인기를 끄는 것은 적용 안 되는 고고한 육아 이론을 들먹이지 않고, 허를 찌르는 가장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빗발치는 출간 요청 끝에 탄생한 <십판년 책육아>는 사교육에 휘청이는 엄마들의 정신줄 붙드는 ‘멱살잡이 협박 에세이’이자 18년간 온몸으로 겪고 부딪치고 뚫어가며 써내려간 ‘책육아 임상실험 보고서’다. 사교육 시키라고 등 떠미는 이 땅에서 ‘책육아(머리 독서)’와 ‘바깥놀이(몸 독서)’가 최고의 육아법이라 주장하는 언니이자 일 잘하는 보험회사 12년차 FC(명예이사), 기아대책 필란트로피 멤버, 하은맘S프로젝트(전 세계 100개 학교 짓기)대표, 결연 아동 30여 명의 엄마라도 살고 있다. 이 모든 일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열망과 닿아 있다.
아이를 낳고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할 때 간간히 빌려보던 육아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비법이라고 전수하던 내용도 내게는 와닿지가 않았다. 적용이 불가능한 것이 많았다. 남들은 어떻게 키우는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들여다 본 블로그를 가끔씩 찾아가 위로를 받았다.
하은이는 어렵게 그녀에게 찾아 온 선물이었다. 결혼하고 7년동안 아이가 없던 그녀는 수차례 시험관 시술을 하며 어렵게 하은이를 만났다. 아이만 낳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낳고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버거운데 윗층에 사는 시모의 시집살이까지 첩첩산중이었다. 육아에 시집살이에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푸름이 아빠'의 육아서를 접하며 책육아에 눈을 뜨게 된다. 남들은 고가의 책도 척척 샀지만 그녀는 개똥이네를 들락거리며 한질에 5만원에서 10만원짜리의 전집을 한달에 딱 한질씩 구매하여 책육아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그녀와 함께한 지, 엄밀히 말하면 그녀의 블로그와 함께한 지 어느 덧 8년차에 접어들었고 연지가 9살, 그녀의 딸은 18살이 되었다. 이 책은 그녀의 육아 18년간의 노하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전작 <닥치고 군대 육아>에서 그녀가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딱 3년만 엄마 무릎에 앉혀놓고 책 읽히라는 것. 3년만. 딱 3년만 하고 졸업하라는 그녀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그래서 실행했다.
값도 싸고 효과는 좋은 육아법으로 접하게 된 것이 '책육아'였다.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그녀가 전하는 비법은 '아이가 원할 때까지 그냥 읽어주라는 것.' 값 싼 책 한질을 구입해서 아이가 싫증을 낼 때까지 한번이고, 두번이고,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읽어주라는 것.
읽었다.
계속 읽었다.
돼지 그림이 그려진 책을 펼칠때면 돼지 흉내를 내고, 고양이나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책을 펼쳐들면 강아지 흉내를 내고, 고양이 흉내를 냈다. 그런 엄마가 신기했던 연지는 내 얼굴 한번, 책 한번 번갈아가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엄마 무릎에서 꼬박 3년을 앉아 있었다.
처음 책을 읽어줄 땐 아이들은 원래 다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책을 구입하고 수시로 아이한테 책을 읽어준다고 생각했다. 나라고 별 뽀죡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녀가 전하는 방법대로 '읽는 것에 집중했다.' 내게도, 우리에게도 3년이란 시간은 찾아 들었고, 거짓말처럼 연지는 읽기 독립을 하게 되었다.
책육아는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 많이 읽혀서 공부 잘하는 애로 키우는 육아법 중 하나가 아니다.
온전한 아이로 키워가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다. (p.291)
하은이는 책만 읽고 18세에 명문대 철학과에 입학을 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본 출판사에서 그녀를 그냥 두었을리가 없다. 열번 백번을 말해도 비법은 한결같다.
책 읽혀라!
사교육 하지 말고 책만 읽혀라!
한글 몰라도 영어책 읽어줘라!
TV 끊어라!
TV는 영어 DVD 볼때만 켜라!
인터넷 끊어라!
스마트폰 사주지 말아라!
대학생 되면 그동안 못해줬던 것 다 해줘라!
엄한데 돈 쓰지 말고 저축해라!
저축해서 애 크고나면 날개 달고 날아가게 뒷바라지 해줘라!
애가 뭘 하든 그냥 쫌 냅둬라!
정말 저 방법만으로 애가 명문대를 갔다. 물론 명문대를 보내기위해 하은이를 그렇게 키웠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학원 뺑뺑이를 돌며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택한 차선책이었던 것이다. 저 집 애가 특별히 잘나서 된 것은 아니다. 그녀를 표방하는 세상 모든 엄마들이 하은이보다 나은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는 간증이 뒤따른다.
요즘도 틈틈히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하며 그녀와 하은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는다. 하은이 어릴 때부터 봐오던 공간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그녀가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작<닥치고 군대 육아> 의 인세 수익도, 전전작<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 육아>의 인세 수익도 고스란히 전세계 어린이들을 돕는 곳에 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은이와 함께 해마다 해외 봉사를 가고 있다. 그녀의 딸은 하은이 하나이지만, 그녀가 품은 아이는 전 세계 수백, 수천명이 될 것이다.
그녀가 전하는 비법 중 나를 가장 성장시켰던 한 마디는 아이가 무얼 하든 그냥 두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가 전부인 줄 아는 아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엄마품에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아이.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존재. 짜증이 날 때도 유일하게 믿고 있는대로 성질 낼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엄마만 보면 참던 눈물이 터지고, 마냥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기쁠때나 슬플때나 두려울 때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엄마'
이렇게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해준 유일했던 육아 선배였다. 그녀의 언사가 거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하지 못하는 욕도 찰지게 해주니 되려 속시원 할 때가 많다. 책이 3번째 출간되면서 이전에 했던 얘기 또 하고 또하는 것이라 내게 새롭게 다가온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을 구입했던 이유는 앞으로도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지금도 행복한 그녀가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경의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