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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Jan 24. 2020

남편은 못말려

엄살대마왕

한가롭던 일요일 오후 갑자기 몸에 한기가 돌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햇살도 따사롭고 방 안도 따뜻하고 낮잠을 자기에 딱 알맞은 온도가 내 몸을 감싼다.


‘연지야, 엄마가 지금 많이 졸린데 낮잠 좀 자고 일어나서 공기놀이 계속하면 안될까?’

‘그래, 알았어 엄마.’


우리는 침대로 올라갔다. 나는 잠을 자고 연지는 내 옆에서 책을 읽기로.


‘연지야, 책 다 읽으면 엄마 깨워줘~’

‘응, 알았어 엄마.’


연지는 <몽실 언니>를 읽기 시작했다. 연지가 책으로 시선을 고정하는 것을 보다가 나는 소리도 없이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연지가 옆에 있었다. 잠은 잘 잔것 같은데 개운하지는 않다. 감았던 눈을 뜨니 잠을 청하기 전보다 한기가 더 느껴졌다. ‘나 아무래도 이상한데.’ 이불을 덮고 있어도 춥길래 얇은 패딩을 찾아 입고 이불 속에서 끙끙 앓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갔던 남편이 집으로 돌아올때쯤 나는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잠을 자다 깨다 반복하는 사이 식은땀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내 상태를 살피던 연지는 체온계를 가져와서 내 귓속으로 체온계를 살며시 밀어 넣는다.


‘엄마, 37.8도야!’

‘그래?’

‘엄마, 열 떨어지게 수건 좀 올리고 있자.’

‘고마워 연지야.’


남편이 두꺼운 이불을 한겹 더 덮어준다.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방문 여닫는 소리. 이마에 손을 올려놓는 촉감. 중얼중얼거리는 남편 목소리. 저녁도 고른 채 꼬박 아침까지 잠을 잤다. 아침이 되면 개운해질 줄 알았다. 아무래도 오늘 운동은 힘들겠다. 알람을 끄고 잠을 다시 잔다. 6시 42분. 알람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근은 해야하니.


‘그 몸으로 무슨 출근을 한다고 그래? 그냥 전화해!’

‘안가는건 좀 그렇고 힘들면 조퇴하고 와야지.’


눈 앞이 뱅글뱅글 돈다. 회사에 도착을 해서 월요일 아침에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를 우선 끝내놓는다. 급한불은 끈 것 같으니 병원으로 가자.


‘어서오세요. 5년 만에 오셨네요.’

‘네...’

‘어디가 안 좋으세요?’

‘근육통이 심하고 오한이 있네요. 5년 전에 맞았던 주사 좀 놔주세요.’

‘네, 그 주사에 지금 증상에 맞는 약 몇가지 추가해서 놔줄께요.’


간이 침대에 누워 2시간동안 링거를 맞았다. 뜨거운 침대에서 링거를 맞으며 잠을 잤더니 근육통이 사라졌다. 좌우지간 약발은 참 잘 받는다. 일찍 온 나를 보는 남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간단히 요기를 하고 또 잠을 자려고 했다.


‘엄마, 나 오늘도 엄마랑 같이 못 자는거야?’

‘응, 미안해 딸. 엄마가 빨리 나아서 우리 딸이랑 같이 잘께. 감기 옮으면 안되잖아. 우리 딸 잘자.’

‘흑흑 알았어 엄마. 엄마 아프지마. 흑흑’

‘응’


이틀만 아프고 삼일부터는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이번 감기 생각보다 지독하다. 약이 독한 건지 이번 감기 증상이 그런것인지 눈 앞이 계속해서 뱅글뱅글 돌고 있다.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되자 남편은 없던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고, 갑자기 눕고 싶지만 와이프 상태를 보니 아직 엄살을 부릴 타이밍이 아니란걸 눈치챘다. 수요일 퇴근을 하자 남편이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남편은 외투를 걸쳐 입고,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흘리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왔다 갔다 한다. 얼른 알아채줘야 하는데 아직 내 코가 석자다.


‘남편, 이번에는 나만 좀 아프자. 당신까지 아프면 안돼.’

‘허허허, 왜에?’

‘왜라니?? 당신까지 아프면 애는 누가 보냐고.’

‘칫’


목요일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남편이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있다. 순간 빵터진 나는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하하하하하하하, 왜 누워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일어나요. 병원가서 링거 한대 맞고 오자.’

‘싫어. 병원 안가. 그냥 누워 있을꺼야~ 누워 있으면 나으니까 놔둬.’

‘하하하하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밥은?’

‘입맛 없어서 안 먹었어.’

‘죽 끓여줄까요?’

‘죽? 응.’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난다. 내 얼굴 보니까 아픅고 싶구나~ 하루종일 잘 있다가 내 얼굴보니까 갑자기 아픈거죠? 하하하하하하’

허여멀건 흰죽을 끓이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는지. 와이프가 삼일을 아프니 남편은 없던 병도 만들어서 자리를 보전하고 누웠다. 결국 엄살을 부리지 않는 아픈 와이프가 죽을 쑤고 엄살이 심한 남편은 누워있다가 다 차려진 밥상에 앉아 밥만 먹고 쏘~옥 일어나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당신때문에 못 살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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