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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Jan 23. 2020

나는 왜 빵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디저트를 먹고 싶은 자의 궁극적 호기심

내 몸과 함께 40년을 살아왔지만 나에 대해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많다. 그중에 하나. 나는 왜 빵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빵으로 삼시 세끼를 먹는 사람도 있고, 밥을 먹고 디저트로 빵을 먹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왜 빵을 좋아하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 아침에 샌드위치에 커피는 먹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빵 안에 다른 음식물(이를테면 야채나 햄, 치즈 따위)과 함께 섭취했을 때 가능한 얘기지 오로지 빵만 놓고 주식으로 먹어 본 적은 없다.


내 친구 효진이는 빵을 좋아한다. 효진이는 먹는 것을 즐긴다. 밥을 먹고 디저트로 빵을 먹을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기꺼이 찾아 먹는다. 효진이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고 한다. 효진이에게 먹는 것은 일종의 쾌락이자 즐거움이다. 나는 가끔 밥도 먹고 디저트로 빵을 먹을 수 있는 효진이가 부럽다. 내가 이런 얘길 하면 효진이는 나의 소심한 위를 안타까워한다.


‘부럽다. 네 소화력.’

‘안됐다. 네 위장.’


일반적으로 내가 하는 식사는 밥과 김치를 베이스로 한다. 그 외 자잘한 반찬이나 국, 찌개 등을 먹지만 대개의 모든 식사는 밥과 김치만 있어도 배가 부르고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배가 부른 만큼만 먹는다. 효진이 말에 의하면 배가 불러도 조금 더 밀어 넣어야 배꼬리가 커진다고 하는데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면 늘 명치부터 걸린다. 내 배꼬리를 키워보기 위해 노력을 해봤지만 소화제만 늘어갈 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나는 왜 빵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자급자족하는 농촌에서 나고 자란 나는 속칭 풀떼기를 자주 먹고 자랐다. 집에는 항시 먹을거리가 넘쳐났지만, 가공 식품은 사치였다. 우리 집의 주식은 하얀 쌀밥과 김치, 장아찌, 김치류로 밥상을 채우는 날이 많았고, 간식으로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그 외에 산에는 나는 밤, 얼음, 칡뿌리 등을 먹으며 자랐던 것 같다. 국민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날은 영락없이 김치 국물이 가방을 적시기 일쑤였다. 내 도시락 반찬은 그날이 그날 같았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깻잎장아찌, 고들빼기, 그러다 특별히 어묵볶음. 내 짝꿍 종진이는 햄, 계란말이, 맛살, 눈곱만큼의 김치를 먹었다. 나는 종진이에게 햄 하나만 나눠 달라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고 단 한 번을 얻어먹지 못했다.


‘엄마, 나도 햄 좀 싸줘.’

‘햄은 무슨 햄이야.’

‘아 진짜, 엄마 나 도시락 싸주지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내 도시락 반찬은 여지없이 깻잎장아찌. 한창 성장기에 내가 먹는 것이라곤 늘 풀떼기뿐이었다. 하루는 종진이가 밥 위에 계란을 덮어 온 것을 보고 집에 가자마자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도 밥 위에 계란 좀 올려줘. 애들 다 그렇게 먹는데 나는 맨날 김치만 먹고. 나도 제발 계란 좀 올려줘라? 응? 응?’


그 당시 우리 집엔 닭을 키우고 있었다. 매일 계란을 낳았지만 풍족하게 먹었던 기억은 없다. 엄마는 그 이후로 며칠 동안 밥 위에 계란을 올려줬지만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밥과 김치뿐인 도시락으로 되돌아 갔다. 얘기가 멀리 갔다. 성장기에 가졌던 식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일까? 입맛이라는 것도 때에 따라 변하기도 하는 거 같던데 여전히 빵을 좋아하지 않는 내 식습관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가끔 궁금하다. 어릴 때 도시락 반찬으로 햄을 먹었던 종진이는 간식으로 빵을 먹었을까? 가끔 궁금증이 도질 때면 가까운 효진이에게 물어본다.


‘너 어릴 때 용돈 많이 받았어? 너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용돈 받으면 쓸 일이 많았겠다. 주로 뭐했어?’

‘뭐 사 먹었지.’


어릴 때 용돈을 받았던 효진이는 과자도 사 먹고, 빵도 사 먹고 라면도 자주 먹었다고 한다. 나는 자랄 때 과자나 빵, 라면을 먹어본 기억이 적다. 참 쓸데없이 궁금한 것도 많다. 궁금한 게 많으면 먹고 싶은 것도 많다던데 나를 빗대 보자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그나저나 밥도 먹고 빵도 먹을 수 있는 배꼬리는 어느 정도 크기일까? 또 쓸데없이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나는 가끔 왜 이런 게 궁금한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궁금하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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