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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Jan 22. 2020

경험해봐야 알게되는 것들

남편 육아휴직 10개월차

'엄마 왔다.'

'엄마 왔어?'

'마누라 왔어?'


퇴근을 하고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집 첫 장면.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에워싸고 하고 싶은 얘기들을 쏟아내느라 두 사람의 입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틈에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저녁 준비를 시작하면 연지와 연지아빠는 책상 앞에 다시 자리를 잡고 엄마에게, 부인에게 쏠려 있는 시선을 읽던 책으로, 학습지로 옮겨 놓는다.


저녁시간


'냠냠, 엄마 맛있어. 맛있다.'

'마누라 있으니까 좋타. 맛있는 밥도 차려주고.'

'오늘 뭐 먹었나요? '

'그냥 있는거 먹었지 뭐.'


출근후에 남편이 밥을 차려 먹을 수 있게 냉장고에 밑반찬을 준비해두고, 국이나 찌개도 끓여둔다. 그럼에도 남편은 밥을 차려먹지 않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며 내가 집에 가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퇴근을 하면 연지만큼이나 남편이 반긴다. 퇴근을 했으니 쉬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다시 움직여 본다. 저녁을 준비하고 상이 차려지면 다같이 둘러 앉아 서로 자기 얘기를 하기에 바쁘다. 연지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쫑알쫑알, 남편은 신문 기사나 책에서 접했던 내용중에 나누고 싶은 얘기들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풀어놓는다.


'하루종일 말하고 싶어서 혼났죠?'

'응, ㅎㅎㅎ'

'여자들이 애를 낳고 나서 산후 우울증이 많이들 걸리잖아요. 그게 말을 못해서 그런거라는거 알아요?'

'그래?'

'응, 하루종일 애랑 둘이 있으면 말할 상대가 없으니까 참 힘들거든. 누구와도 얼굴을 보고 말을 하고 싶으니까 하루종일 남편만 기다리는데, 남편은 퇴근하고 돌아오면 피곤해서 널부러져 있으니까. 그런데 또 그 사정을 다 이해하느라 산후 우울증이 오는거예요.'

'연지엄마도 그랬어?'

'응, 나도 그랬었죠.'

'그렇구나.'

'응, 나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다들 한번씩 육아휴직을 경험해봤으면 좋겠어. 그래야 여자들이 집에서 육아하며 얼마나 힘이 든지, 얼마나 외로운지 알 수 있을테니까. 그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영역이랄까. 자기도 휴직을 하고 집에만 있으니까 집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애는 어떻게 케어하는지, 하루종일 출근한 사람 기다리는 심정은 또 어떤것인지 그런것들을 알게 되었잖아. 그래서 나는 다른 남자들도 꼭 한번씩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 상대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경험하고나면 아내를 조금은 더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

'......'

'벌써 1월이다.'

'응, 시간 참 빠르다. 그치? 복직하기전에 하고 싶은게 있으면 망설이지말고 해보길 바래요. 자전거 일주 다녀올래요?'

'싫어, 내가 거길 왜 가냐. 집이 이렇게나 좋은데.'


푸핫


세상에서 집이 가장 좋은 연지아빠와

세상에서 집이 가장 좋은 연지를 위해

온기 가득한 집안으로 채우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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