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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Jan 20. 2020

위로가 필요할 땐 '책'

나를 채우는 인문학_최진기, 이지퍼블리싱, 2019


『나를 채우는 인문학』은 고민이 많은 우리 곁에서 위로와 힘, 해결책이 되어 줄 인문 분야의 책들을 선별했다. 각자의 상황과 때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꼭 필요한 책을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에서 언제든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를 채우는 인문학』은 어떤 책이 지금 내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책 안내 서비스인 셈이다.


대중이 인정한 우리나라 최고의 인문학 고수인 최진기는 이 책에서 사랑, 직장, 사회, 마음, 음식, 여행, 미술, 교육, 역사, 인물이라는 10가지 주제에 맞는 백 권의 책을 추천한다. 각 장에서는 주제로 연결되는 책의 본문과 책에 담긴 의미 그리고 독서 노하우가 소개된다. 이로써 한 번쯤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지만 일반 대중들은 읽기 어려웠던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하여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또한 다채롭게 소개되는 책들을 통해 각 개인이 원하는 주제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어서 백 권 그 이상의 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준다.


상처 받은 이에게 진정한 위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된 이 책의 집필은 오히려 저자 자신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고, 저자 최진기는 서문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고백한다. 이처럼 『나를 채우는 인문학』은 진심으로 나 자신을 알고 싶은 독자와 인문학을 가까이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독자를 위한 책이 될 것이다.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한국어 사전은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을 인문학이라 정의한다. 인문학의 정의에 빠져 있는 것은 도덕, 사회, 과학.


인문학이란 미명 하에 출간된 서적과 강연이 수두룩하다.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나는 생각에 빠진다. 도대체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사전에 정의된 내용을 풀어보자면, 사람이 하는 말, 사람이 쓰고 사람이 읽는 책, 사람이 그린 그림과 공예, 사람이 하는 생각, 사람이 지나온 과거의 기록. 결국 사람이 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학문을 인문학이라고 칭하나 보다.


사람이 쓴 책(문학)을 읽고 나는 생각(철학)한다.


남이 의식하는 나만을 만들어내던 나를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이전의 삶이 내가 원해서 만들어나가는 삶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좋은 직장, 좋은 거주지, 좋은 학벌을 위해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p.261)


익숙한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시종일관 타인의 간섭 속에 살아간다. 내 눈동자 2개를 제외하고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확률상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다. 승산이 없는 게임에서 승부를 걸 필요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주일 전 우리 가족은 백화점엘 갔다. 나는 구입한 지 10년 된 티셔츠를 입고, 7년 된 바지를 꺼내 입었다. 딸아이는 구입한 지 3년 되어 무릎이 하얗게 바랜 청바지를 입고, 겨우내 빨아 입어 색이 좀 바랜 후드 티셔츠를 입었다. 매장에 들어서서 외투를 입어보기 위해 겉옷을 벗은 나를 본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티셔츠가 그게 뭐야?'

'왜? 이상해요?'

'아니 그런 걸 왜 입고 다녀 정말'


남편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새삼스럽지도 않다. 같이 다니면 남편의 잔소리가 늘 내 뒤를 따라다닌다. 남편과 나는 많은 것이 다르다. 나는 나와 남편의 삶을 빗대 보며 인간의 성격은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인지 늘 궁금해한다. 남편을 관찰하고 그의 행동을 관찰하며 도대체 저이의 저런 행동은 언제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늘 궁금해한다. 그런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나의 성격은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었는지 똑같은 방법으로 궁금해한다.


10년이 아니라 20년 된 옷을 입고 다녀도 나는 부끄럽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쳐다보고, 판단하고, 값어치를 매기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옛말에 '남의 말은 사흘이다'라는 말도 있다. 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해도 결국 사흘 안에 잊힐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 남들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옷을 입고, 머리를 치장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다 남들의 이목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아이에게 자주 얘기를 했다. '남들 시선 신경 쓰지 말고 다녀. 남들은 네게 관심이 없단다.' 딸아이는 지난겨울 내내 본인이 좋아하는 후드 티셔츠 2개와 청바지 2개를 번갈아 입고 다녔다. 남들 이목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좋아하는 옷으로 입고 다니는 딸아이를 위해 나는 매일 빨래를 했다.


사흘이면 잊힐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까운 내 감정과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상처, 위안, 희망이라는 주제를 잡아서 건방지게 여러분에게 글을 전했지만 사실은 저에게 쓴 글이었습니다. 글을 쓰던 시기에 희망은 점점 더 없어지고 위안은 더 필요하고 상처는 더 커져만 가던 시기였기에 더 글 쓰는 데 매달렸나 봅니다. 제 사변의 일들을 더 세세히 이야기드리고 싶었지만 결국은 누워 침 뱉기란 생각에 그만두었습니다.


아무튼 책과 함께한다는 것은 상처를 회복하고 위안을 받고 희망을 받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과 서점을 들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남들에게 추천하고 때로는 강요합니다. “골프 한번 쳐봐”, “바둑 한번 둬봐”, “요가 한번 해봐”등 셀 수 없이 많지요. 하지만 그 어떤 추천도(저 역시 주관적일 수 있지만) 서점에 한번 가보자는 말보다 멋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말이지만 말입니다.(p.518)


저자가 힘든 순간 읽고 썼던 백 권의 서평이 담겨 있다. 최진기 스타일. 딱 거기까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뿐인 책. 한 권의 책이라도 읽는 사람의 감정, 가치관, 살아온 삶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것이다. 한 권도 아니고 백 권의 서평을 찾아볼 만큼 최진기에게 관심이 없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일기예보와 같이 서평이라는 것도 그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쓰인 글들이다 보니 글의 기복이 심하다.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면 그 얘기를 덤덤히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로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이 책은 그냥 알라딘 책 소개. 나는 위로받지 못했다.





최진기는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한민국 초일류 강사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한림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나왔다. 철학부터 역사, 경제, 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는 최진기만의 시각으로 명강연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사랑받아 왔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오마이스쿨 대표 강사로 활동하면서 강의와 집필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스테디셀러 <최진기의 지금 당장 경제학>,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1,2권)>, <최진기의 뒤죽박죽 경제상식>, <최진기와 함께 읽는 21세기 자본> 외 다수가 있다. 최진기의 경제학, 인문학 강의는 오마이스쿨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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