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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Feb 16. 2020

ㅇㅊㄹㅇ ㅂㅂㅂㄱ

90년생이 온다_임홍택, 웨일북, 2019

바야흐로 90년생이 직장의 신입 사원으로 입사를 시작하며, 기업의 리더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70년대생과 80년대생을 지나 90년대생으로 세대교체가 되는 시점에 90년 대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 읽기를 시작했다.



내 기억에 모바일이 처음 전파된 시기는 1996년이다. 80년대생인 내가 접한 모바일 기기는 삐삐, 시티폰, 휴대폰(탱크폰)이었다. 당시 삼성 애니콜에서 출시된 탱크폰과 함께 시작한 나는 모바일과 25년을 함께 하며 당시 가입했던 번호를 25년 동안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핸드폰이 보편화되었지만 출시 초기 핸드폰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80년대생을 모바일 세대라고 한다면 90년대는 앱 세대라고 한다. 90년 대생들은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로 80년 대생들에 비해 스마트기기를 일찍이 접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품이고 방전 포비아를 겪지 않기 위해 외출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물품은 스마트폰 충전기라고.


90년생의 특징 : 간단하거나


비선형적 읽기 시대에 긴 글을 내려가면서 읽어주는 참을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예를 들어, 이들은 긴 글을 읽는 데 투자할 시간에 여러 인터넷 기사와 그곳에서 파생된 링크를 넘나들면서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 대비 회수'라는 경제학적인 선택의 관점에서 이들은 단일 글에 10분 이상 투자를 할 리가 없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90년 대생들의 읽기 패턴과 콘텐츠 소비형태를 바꿔놓았다. 우선 'F자 형태'의 웹사이트 읽기 패턴이 강화되었다. 제이콥 닐슨은 2006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232명의 사용자에 대한 아이트래킹을 조사를 했다. 사람들은 빠르게 웹사이트를 훑어보는 데 일정한 F자 형태를 보였다. 필요한 정보만 얻기 위해 머리 부분만 제대로 읽고 중간은 듬성듬성 내려 읽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읽기는 온라인상의 넘쳐나는 정보에 익숙해지고, 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뇌가 선택한 적응 방식 중에 하나이다. 가장 급진적인 방식은 인터넷 기사 등을 읽을 때, 오로지 상단의 제목만으로 내용을 추측하고 최하단의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훑어보는 것이다. 많은 90년 대생들은 이처럼 수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에 습득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p.83)


매리언 울프가 그의 저서 <다시, 책으로>에서 언급했던 tl;dr(too long didn’t read)가 생각나는 구절이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앱 제너레이션인 90년 대생들은 긴 글을 읽지 않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며, 한 편의 긴 글을 읽는 것보단 다종의 글을 취하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들은 출판 업계에도 변화를 일으켰는데, 빠른 글 읽기를 지향하는 90년 대생들을 겨냥해 초 단편 소설(6~7매 내외)도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을 싫어하는 부류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까지 대면 상담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들은 대면 상담보다는 비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텔레마케터’가 1순위에 꼽혔으며, 로봇이 대체할 확률이 가장 높은 직업군도 ‘텔레마케터’로 나타났다.


90년 대생들은 카페 문화도 바꾸었다. 프랜차이즈 가맹 출시점인 커피빈은 카페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콘셉트 하에 콘센트 설치를 미루다 매출이 급감한다. 그제야 커피빈은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설치하고, 바 테이블을 늘려 고객의 취향에 맞춰 콘셉트를 변경하기도 했다.


카페 문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타벅스는 누구보다 기민하게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설치하였고, 고객의 니즈에 끊임없이 노력한 일환으로 프랜차이즈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종이 빨대도 스타벅스의 상징인 초록색 대신 흰색 빨대를 사용한 것은 '초록색보다는 흰색이 깔끔해 보인다.'는 고객의 니즈를 반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광고 없이 카페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카공족의 성지가 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90년생의 특징 : 재미있거나


80년대생 이전의 세대들이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 대생들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이들은 내용 여하를 막론하고 질서라는 것을 답답하고 숨 막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질서를 요구하거나 진중해지는 모습을 보면 바로 "어디서 진지국 끓이는 소리가 들리는데?"라며 응수한다. 진지한 척하지 말라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승전병'이다. 기승전병이란 기승전결에 '병맛'이라는 신조어가 결합된 또 다른 신조어다. 병맛이란 대체로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주로 대상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p.97~p.98)


이들에게 자아실현의 즐거움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들어왔다. 이들은 이전 세대처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직 먹는 즐거움을 위해서 식사를 하며, 먹방 TV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90년대생의 세 번째 특징 : 정직하거나


90년대생을 대표하는 마지막 특징은 '정직함'이다. 사실 정직함은 예부터 이어져 내려온 보편적인 가치 중 하나로 특히 신세대를 지칭하는 표현 중 하나였다. 하지만 90년 대생들에게 정직함이란 기존 세대의 정직함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직함이란 성품이 정직하다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Honest"와 다르다. 나누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함이라는 뜻의 'Integrity'에 가깝다. 그들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다.(p.110)


90년 대생들이 공무원을 원하는 이유는 많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채용 시스템이라는 점이다.(p.111)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90년 대생들은 물건을 구입하고 리뷰를 쓰는 세대이기도 하다. 스마트컨슈머인 이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물품에 대한 리뷰를 읽고, 유튜브를 통해 제품에 대한 사전 정보를 선점한 후 구입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리뷰를 작성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80년대생 이전 세대들이 목소리를 높여 ‘불매 운동’을 하였다면, 90년 대생들은 호들갑스럽지 않게 조용히 발길을 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전 세대보다 무서운 세대라고.


90년 대생들은 강압적인 요구에 그들의 권리를 잃으려 하지 않고,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관리 시스템은 적절히 조절하면 80년 대생들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 대생들은 권리를 지키고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과감한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복종이나 권위를 통한 강압적 통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다.(p.209)


보통 조직 내에서 신입 사원들을 상대해본 관리자들과 상사들은 90년 대생들이 인내가 부족해 업무가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참지 못하고, 제 풀에 지치거나 회사를 쉽게 그만두곤 한다고 평가한다. 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90년 대생들에 대한 선입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가 너무 나약해서 쉽게 녹아내린다는 의미로 ‘눈송이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한 과자의 이름을 차용해 ‘쿠크다스 멘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90년 대생들은 참고 견디는 것을 힘들어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


미국의 동기부여 연설가이자 작가인 사이먼 시넥은 ‘밀레니얼 문제’라는 대담에서 미국의 조직 내 밀레니얼 세대가 뭔가를 잊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원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조급함이 생기고,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우며, 스트레스에 취약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자라오는 동안 즉각적으로 만족하는 습관을 들였다. 만약 원하는 제품이 필요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이 아마존에서 상품을 주문해 바로 받아 볼 수 있고, 원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인터넷과 넷플릭스로 즉각 시청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모든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이들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나 ‘직무 만족도’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p.216)


90년 대생들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망연자실한 리서치 결과 십 대들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로 두 시간 동안 휴대폰을 꺼놔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일위를 차지했다. 나는 영화의 적이 핸드폰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트위터 중(p.258)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책이다. 80년대생인 내가 어느덧 불혹을 넘기고 있으니 다음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내 기준에 맞춰 그들을 바라보게 되면 영락없는 꼰대가 되며 그들과 ‘어사’가 되고 말 것이다. 내가 20대일 때 이전 세대와 느꼈던 거리감과 비슷하려나? 향후 생산과 소비 시장을 선두 하게 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기업 인사담당자와 마케터들이 한 번쯤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 임홍택[편집왕]은 1982년에 태어났다. KAIST 경영대학에서 정보경영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7년 CJ그룹에 입사해 12년간 CJ인재원 신입사원 입문 교육과 CJ제일제당 소비자팀 VOC 분석 업무,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는 등 다채로운 직무를 경험했다. 현재 ‘전국 빨간 차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정부 기관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직 내 세대 소통법과 신세대 마케팅 방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1990년대에 출생한 신입 사원들과 소비자들을 마주하며 받았던 충격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들을 관찰한 내용 <9급 공무원 세대>를 연재해 제5회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았다. 이 내용이 담긴 <90년생이 온다>는 <2018년 올해의 경제/경영서>에 선정(한국경제신문, 인터파크 공동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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