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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Mar 09. 2020

빌 게이츠가 선택한 책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_앤디 퍼디컴, 스노우폭스북스, 2020



명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단지 삶을 헤쳐 나가는 법과 직장생활이나 사적인 삶, 자신의 마음에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법을 찾고자 했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열려 있는 마음과 진실로 살아 숨 쉬는 느낌을 되찾길 자랐다. 그들은 영적인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치료법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단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마음의 평온을 찾는 법이나 밤에 숙면을 취하는 법,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법, 덜 걱정하고 덜 슬퍼하며 덜 분노하는 법을 배우고자 했자.

사람들은 욕망을 자제하는 법이나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삶을 보다 관조하는 법을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보다 알고자 한 것은 이런저런 일이나 상황이 뜻대로 안 되고 있다는 느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는 느낌 등과 같이 끊임없이 마음을 괴롭히는 느낌을 다스리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명상을 일상생활에 통합하는 것이 바로 내가 환속해서 일반인으로 살기로 결정한 이유다.(p.17~ p.18)


'강 과장님은 버리고 두 분만  오신 줄 알았잖아요.'


어제 점심시간 옆자리에 앉은 직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일반적으로 대표와 팀장, 내가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다. 특별히 정했던 것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셋이 어울려 밥을 먹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대표와 팀장이 먼저 배식을 하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려던 찰나 내가 대표 앞자리로, 직원 옆자리에 앉으려던 순간이었다. 대표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웃음으로 넘기지도 않았다. 순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 점심 식사 자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밥 먹는 게 더디다. 소화기관이 약하기도 하고 밥을 씹는 것이 더디기도 하고, 배가 많이 고파 허겁지겁 먹고 나면 늘 체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부턴 의식적으로 천천히 먹고 있다. 대표와 팀장은 속도가 빠르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속도에 맞춰 밥을 먹느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아채기도 어려웠다.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고도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 그래서 팀장에게 얘기했다.


'팀장님, 저 마저 먹고 갈게요.'


다행스럽게도 팀장은 내가 하는 얘기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채었고 먼저 일어나서 움직였다. 나는 전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밥을 먹을 수 있었고 마지막 한 톨까지 깨끗하게 먹고 일어날 수 있었다. 대표는 그러질 못했다. 단 한순간도 내 앞자리를 비운적이 없었고 늘 나를 기다려줬다.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먹으라는 말이 있었지만 편하지 않아 그때부턴 다시 허겁지겁 먹느라 바빴다. 그러다 어제 직원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 밥 먹는 동안 우리 세 사람이 직원들을 지켜보던 것과 마찬가지로 직원들도 그동안 우리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대표의 얼굴이 잠깐 일그러졌다가 다시 펴졌다. 눈썰미가 좋은 내가 그 순간을 놓칠 리가 없다.


'제가 배식받는 게 좀 더디네요. 맛있게 드세요.'


기다리다 지친 팀장은 먼저 일어났지만 대표는 그날도 내 앞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내가 밥을 다 먹고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


나만 신경 쓰였던 말이었을까? 대표는 지금까지 그런 류의 얘기들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사실 아주 사소한 농담이었는데  나는 왜 신경이 쓰일까? 입사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자주 체했다. 성격이 예민하다 보니 기분이 좋지 않거나 급하게 먹게 되면 매번 체한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뒤 소화제를 먹는 일이 잦아졌고 약을 챙겨 먹는 모습을 직원이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했던 직장 생활은 익숙해질 때마다 새로운 일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반드시 꼭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치면 넘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도 자꾸만 내게로 미루는 일들이 생겼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싶은 마음으로 한 두 번 해주다 보면 결국 내 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번 호의도 권리가 되었구나 싶어 씁쓸했던 마음에 부정적 감정이 스멀스멀 비집고 올라왔다.


'이건 분명히 당신 일인데 당신이 자꾸 내게 미루는 일들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겼더니 회사 사람들마저 나한테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라고 남편에게 화를 냈다. 사실 남편이 아니라 내 성격 탓이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 하나 참으면 될 일이니 매번 참고 넘겼다. 그러다 참지 못하겠는 어느 날 한 번씩 터트렸다.


팀장이 팀장 일을 자꾸 나한테 미뤄서 짜증이 났다. 대표는 이러거나 저러거나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신의 안위 에만 관심을 두는 것에 염증이 났다. 나까지 요래 저래 피해버리면 도대체 일은 누가 할지 걱정이 되어 결국 혼자 끙끙거리면서 주어지는 대로 다 해나갔다. 그러다 탈이 났다. 새벽에 헬스장이라도 가면 좀 덜할 텐데 지금은 그마저도 할 수 없으니 오만 짜증이 밀려왔다. 불평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나는 지금 내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 불행한 감정을 갖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마음 챙김을 적용하면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똑같은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육체적인 활동에 치중하는지, 정신적인 활동에 치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든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든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은 똑같은 것이다. 직업의 유형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예외 없이 하루 24시간을 살아간다. 따라서 알아차림을 훈련할 시간은 누구에게든 똑같이 주어진다. 신체 감각을 알아차리든, 감정이나 생각을 알아차리든, 그 생각의 내용을 알아차리든, 그 모두가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릴 시간은 언제나 있다는 뜻이다.(p.196)


"상사가 밥 먹는 속도에 맞춰야지 더디게 먹는 걸 보니 속이 터졌을 것이다. 기다려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속이 터진다 터져. 직원들의 눈이 한 둘이 아니니 늘 좋은 사람이란 평판을 잃지 않으려면 기다리는 지루함쯤은 견뎌내야 하는 것이리라. 회사 일이란 것이 내 일 네 일이 어디 있냐. 아무나 할 수 있는 놈이 하면 그만인 것을. 우린 한 배를 탄 사이 아이가."


나처럼 상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점심 식사 뿐만 아니라, 사소한 문제에 감정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별거 아닌 일을 별 일로 만들어버려 화를 자초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날 그날의 내 감정 상태에 빠라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긴다. 24시간 중 고작 10분. 10분의 비워내기로 인해 관조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어머, 이건 꼭 해봐야 해.’ 빌 게이츠나 엠마 왓슨이 아니더라도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가 매일 아침 꼭 하는 그 것,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가 분기별로 1개월씩 꼭 떠난다는 그 것 여행. 나다움을 찾기 위해 매일 10분간 들여다 볼 수 있는 챙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란 세상에 없다. 하지만 내 삶의 모든 순간은 나로부터 비롯된다. 내가 먼저고 그다음이 너이다. 내 삶의 모든 순간에 나보다 너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면 관조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을 잘할 수 있는 방법만으로 책 한 권을 가득 채울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관점, 의사소통, 감사, 친절, 자비, 균형, 수용, 평정, 전념, 현존. 이 10가지를 제안한다. 이 10가지 주제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자각이며, 당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방법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그 것. 24시간 중 10분으로 이뤄낼 수 있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앤디 퍼디컴, 스노우폭스북스, 2020.03.05.


이 책은 영미권 명상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파란 눈의 스님 앤디 퍼디컴의 저서다. 그는 인생의 모든 해답이 나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걸 아는 이들, 즉 명상법을 배우려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10개 나라에서 출간된 이 책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에는 빌 게이츠와 엠마 왓슨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의 답, 오직 나만의 길을 직시하고 싶어 했고 명상이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  빌 게이츠는 '내가 읽은 최고의 책 중 한 권'이라고 소개하며 누구든 내면의 나에게 더 집중할 것을 권했고, 가디언은 복잡하지 않은 삶, 명료하게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대중의 관심을 자극했다.



저자는 명상을 배우는 과정에서 해 볼 수 있는 실수는 거의 다 저질러본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사람이 살면서 할 수 있는 실패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라던 빨간 머리 앤의 얘기가 스쳐 지나간다. 앤디 퍼디컴이 할 수 있는 실수의 끝에 ‘헤드스페이스’가 탄생했다. 관조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으로 하루 10분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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