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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Feb 21. 2020

난 네게 반했어

조선 직장인 열전_신동욱, 국민출판, 2019


현재 내 삶의 변화를 자주 이끌어주는 인물은 올해 10살이 된 아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접했던 아이는 감사하게도 여전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가 7살 되던 무렵 한국사 만화책을 구입했었다. 여자 아이 성향상 수학, 과학, 한국사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단 생각에 수학, 과학, 한국사는 처음부터 만화책으로 시작했다. 7살부터 시작된 만화책 읽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편향된 독서를 하지 않는 덕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


고등학교 때 배우던 국사 시간은 지루함 그 자체였다. 도무지 마음을 붙이기 어려운 과목이었고, 게다가 내가 싫어하는 암기 과목! 줄줄이 외워야 하는 연대표는 어찌나 많은지... 당시에는 교과목의 하나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재미도 흥미도 그 무엇도 느끼지 못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난 설날 맹꽁이 서당을 읽던 아이가 묻는다.


‘엄마, 황희 정승이 어쩌고 저쩌고(뒷얘기는 기억이 안 남)’

‘어? 글쎄. 엄마가 잘 모르겠는데 한번 찾아볼까?’


핸드폰을 열어 관련 단어를 검색해서 함께 읽어 본다.


‘아~~ 그거였구나.’ (아이의 깨달음)

‘응???’ (나의 무지함)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미뤘으면 참 오래도 버텨냈다 싶은 순간이었다. 재미가 없어 멀리했던 한국사, 세계사를 읽어야 할 때가 왔다.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지금보다 한 걸음 전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대적이었다. 책 읽기는 타이밍이다. 마침 성장판에서 이런 내 처지에 딱 맞는 독서 모임이 기획되었다. 주제 독서모임. 그중 하나인 역사 모임. 혼자 읽는 것은 도무지 재미도 없고 진도도 빼기 어려우니 이번을 기회로 성장판과 함께 ‘지나온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기로 한다. 첫 번째 도서는 모임의 진행자로 선발된 신동욱 저자의 ‘조선 직장인 열전.’ 책을 집필한 저자와 함께하는 독서모임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후훗. 이 책은 조선이라는 직장에 임용된 시대적 인물들에 대한 얘기들로 채워졌다. 콘텐츠가 흥미롭다. 조선을 직장과 매칭하여 시대적 인물들의 사건을 현시대 사내 정치와 더불어 얘기하니 그간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역사가 ‘재미가 있다.’

현명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더 크게 실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불리한 환경에 처했을 때 그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맹사성처럼 겸손하게 나를 낮추면서 조금씩 좋은 평판을 만들어간다면, 결국 뛰어난 인재로 인정받아 회사에서 큰 쓰임을 받게 될 것이다.(p.104)

계산기 두드리는 것을 좋아하고 제 자리에 딱 들어맞는 숫자를 좋아하다 보니 첫출발을 기업 재무회계로 시작했다. 지금이야 회계프로그램이 많은 일을 해주지만,
사회 출발 초기만 해도 장부 정리며, 전표 정리는 수기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결산 재무제표 하나를 작성하기 위해 분개(分介)에 분개를 거듭했던. 분개(分介)를 하고 계정을 잡는 것에 재미를 느껴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업이 되었다.

‘저는 오후 4시까지만 일할 수 있습니다. 연봉은 000으로 맞춰주셔야 해요.’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

언젠가 사라질 직업에 손꼽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서 회계담당자는 필요하기에 감사하게도 일을 원할 때 일자리가 구해졌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만큼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근무시간은 6시간으로 한정했다. 취업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우선하는 것이 근무시간이었고, 차순위가 월급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월급에 대해 내려놓으니 원하는 연봉과 직급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슨 배짱으로 그리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우선은 일자리가 많았고, 일보다 우선한 다른 것이 있었기에 호기를 부렸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내 모습에 호감을 느껴 채용이 되었으니 이 근자감이 한몫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 적은 없다. 늘 재미를 느꼈고, 늘 흥미를 느꼈으며, 늘 새로운 일을 찾아서 했다. 내가 원하던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고 느낄 때쯤 매너리즘이 찾아든다. 마음에서 부정의 싹이 움트는 것도 이때부터인 것 같다. 하루는 이러저래해서 그만두고 싶고, 다른 날은 이만저만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대걔 직장 생활에서 고비는 1년, 3년, 5년을 주기로 찾아온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찾은 방법은 자기 계발이다. 회사에서 여유롭게 일하고, 자기 계발을 하며 신선한 자극 찾기. 업무가 끝나면 영어 학원을 다니고, 오만가지 운동을 섭렵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친목 모임을 가졌다. 늘 에너지가 넘쳤고 덕분에 성과도 좋았다.


아이를 낳고 직장 생활을 하며 아쉬운 한 가지는 아이를 낳기 전에 하던 것들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벽 5시 30분에 겨우 일어나 운동을 하고, 등교하는 아이의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을 한다. 퇴근 후엔 아이 학원 스케줄에 맞춰 픽 드롭을 다니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밥을 지어먹고 숙제를 봐주고 나면 녹초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있는 것이 책 읽기. 한정된 시간이지만 책을 읽으며 오늘 하루 나를 괴롭히던 일에서 벗어나고 고단했던 하루를 내려놓으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 내일을 시작할 용기를 내게 된다. 더불어 지금 내게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기 계발! 역사가 원래 이리 재미있던 과목이었나? 이 책이 재미있게 쓰인 것인가? 달달달 외워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 아닌 재미로 술술 넘어가는 시간이다. 3개월 알차게 책 읽고, 3개월 후엔 아이와 눈높이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노력으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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