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을 찾는 습관
최근 위통이 잦았다. 오늘 새벽도 위통으로 깼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 원인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정신이 고통을 받으면 그 고통은 꿈으로, 몸으로 나타난다. 어제저녁엔 아무리 제산제와 위보호제를 먹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핫팩을 배에 대고 누워서 통증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유인경 작가는 <<기쁨 채집>>이라는 책에서 "나이가 들면 모든 감정은 반투명 유리창을 통과해 전달되는 햇빛처럼 희미하게 느껴진다."라고 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이 다칠 때가 많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부작용은 화가 나고 속상한 것은 그대로인데 기쁨과 즐거움의 감정만 사라진다는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감정을 억제하고, 지식과 기능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돈과 효율성만 추구한다면 내가 로봇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어쨌든 자꾸 사라지는 기쁨을 잡기 위해 <<기쁨 채집>> (유인경 저, 위즈덤하우스, 2020)를 읽었다. 읽다 보니 기쁨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쁨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 고려대 한국어사전은 "어떤 만족감에 의해 느끼는 즐겁고 흥겨운 감정".으로 정의되어 있다. <<인간의 모든 감정>> (최현석 저, 서해문집 2011)에 보니 기쁨은 옛말 '깃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하고, 이 '깃'은 노래와 관련된다고 한다. "喜는 壴(악기 이름 주)와 口(입 구)로 이루어졌는데, 壴는 鼓(북 고)의 옛 형태이므로 喜는 북 치고 노래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말 그대로라면 노래방은 곧 기쁨을 만들어내는 방이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자신을 기쁘게 할 줄 알아야 자신의 몸과 영혼을 기쁘게 하는 법도 알고 남들에게도 기쁨을 나눠줄 수 있다."
<<퇴근길 ,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유인경 저, 위즈덤경향, 2017)
전작에서 기쁨을 느낄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작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아이 같은 마음을 되찾고 연습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는 기쁨을 느끼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쁨 채집>>에서 알려준다. 요약하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마음 상태를 만들고, 늘 기쁨이 같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가족과 주위 사람들과 나누라는 것이다.
스트레스, 타인의 시선과 말,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심리적 압박은 마음의 기쁨을 빼앗아간다. 작가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둔감해질 필요도 있다고 조언한다.
맨발에 상처 받지 말라고 양말이나 신발을 신는 것처럼 마음에 신발을 신기는 노력도 필요하다. 온갖 풍상을 경험하면서 확인한 것은 남들이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p.23)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특히 'network'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대에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영자 씨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인용한다. 토끼는 거북이를 바라보았지만 거북이는 목표를 바라보았다. 나보다 빠르거나 느린 사람을 보지 말고, 내가 나아가야 할 곳을 바라보라고 한다. 내 삶의 목적은 내가 정하고 내가 가는 것다. 지금 이 상황 또한 내가 허락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과정이라 생각하자. 나만의 마음의 신발을 만들어 신으라고 한다.
주말에 친구가 25년 전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줬다. 친정 아빠가 옛날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찾은 사진이라고 보내주셨단다. 그 사진을 보니 그때의 풋풋함, 열정, 그리고 친구에 대한 사랑 등의 추억이 밀려와서 기쁘고 행복했다. 앞으로만 앞으로만 가느라 지금 나에게 그런 기억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었었다. 이런 추억은 아름다운 꽃향기를 맡는 것 같다. 그때의 기쁨과 행복들을 한 아름 내가 안고 있는데, 참 모르고 있었구나 깨닫는다.
"나도 그동안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는 느낌으로 가슴이 따사로워지던 때, 주변이 온통 꽃처럼 피어나던 때를 떠올려봤다.(중략) 그런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미세먼지가 제거되고 마음의 하늘이라도 청명 해지는 느낌이다. (p.82)
작가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불행함을 안주하여 사랑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은 스스로가 내리는 가혹한 형벌이라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그렇게까지 가혹한 형벌을 내릴 필요가 있을까? 나라도 나를 기쁘게 하자. 일상의 작은 기쁨을 기억하고 소환해보자.
꼭 혈육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가족이라고 정한 사람들은 소중하다. 가족이 행복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같이 행복하다. 유인경 작가는 오순경 화가 전시회에 가서 들은 낙이가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낙이가실은 유배로 딸의 혼례에도 참석하지 못한 다산 정약용이 딸에게 전한 말이다. 오순경 화가는 이 글에서 영감을 받아 아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훨훨 새 한 마리 날아와 뜰 매화나무에 쉬네
그윽한 매화향기에 끌려 반갑게 찾아왔네
여기 머물고 둥지 틀어 집안을 즐겁게 해 주렴
꽃이 활짝 피었으니 튼실한 열매 맺겠네
"늘 작은 일에 기쁨을 느끼고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가족들과 더불어 항상 웃으며 그 집안을 즐겁게 만들기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오롯이 내게도 전해졌다. (중략) 내가 느낀 기쁨으로 온 가족에게 즐거운 분위기를 전하고 작고 소박한 물건들로 집을 생활의 보물상자로 만들고 싶다 (p.133)
내가 기쁘면 이 기쁨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가 느낀 기쁨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기쁨은 두배가 되니까. 개인적으로 가족의 기쁨을 책임지는 사람이 가족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행복과 만족을 케어하는 사람이니까. 우리 집에 낙이가실 리더는 4살 딸이다. 조금만 웃겨도 깔깔대고 웃고 기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노래 부른다. 기뻐하는 모습을 온몸으로 매일 보여준다. 이런 Best Practice 사례가 늘 옆에 있었는데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 우리에게 기쁨은 깨닫지 못하지만 늘 옆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채집하러 다녀야 하나 보다.
내 마음을 기쁨이 잘 깃드는 밭으로 만들고, 그 밭에 기쁨 꽃이 풍성하게 피게 하고, 그 기쁨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굳이 채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이것이 작가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으며, 내용은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사용된 이미지 출처는 depositphotos와 오순경 작가 picuki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