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일어나는 교실

네, 아이들은 자라고 있습니다.

by 아마르기

미디어에 나오는 초등학생들은 참도 야무지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요즘 아이들은 똑똑해서 웬만한 것은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주고 교육해야 하는 것이 많다. 오늘은 민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민하는 가위질이 서툴다. 색칠할 때에도 손에 힘이 없어 살살 칠한다. 글씨 쓰기, 선긋기, 그림 색칠하기, 선 따라 오리기, 종이접기. 모두 손과 손가락을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일들이다. 민하에게 이런 학교 수업은 종종 고난의 연속으로 느껴질 수 있다.


민하는 활동이 주어지면 먼저 그 난이도를 가늠하는 것 같다. 이것이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할 것인가를 예상해 보고 힘들어 보이면 먼저 한숨부터 쉰다.


일이 터진 것은 한반도 지도로 퍼즐 만들기를 하는 날이었다. 지도를 색칠한 후 도별로 오려내고 다시 퍼즐 맞추듯이 판에 붙이는 활동이다. 한반도 해안선이 얼마나 구불구불한가? 또 우리는 조선 팔도가 아닌가? 제주도까지 말이다.


1교시가 지나자 민하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힘든 표정이 보였다. 민하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 분위기를 느끼는 듯했다. '아, 힘들어. 이걸 언제 해.' 조그만 목소리로 불평하기 시작했다.


교실에 민하의 작은 소리가 들렸지만, 선생님은 의도적으로 아이의 말에 대꾸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이 작업을 힘들어할 것을 예상하고 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곤이를 돕고 있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하는 민하에게 다가가 도와줘야 할 것만 같아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민하가 스스로 노력을 할 때에 개입하기 위해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에 민하는 마치 교향곡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듯이 감정을 점점 끌어올렸다. 힘들다, 힘들다, 힘들어!!!! 결국 민하는 "이걸 어떻게 해. 엄마! 엄마! 엄마, 보고 싶어!" 하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순식간이었다. 조용한 교실에 울음이 터진 것은.


이때 담임 선생님.


"민하! 너 힘들다고 선생님이 그만하라고 할 것 같아? 처음부터 못 하겠다고 징징거렸잖아. 네가 노력도 안 하고 못 하겠다고 하면 어떡해! 화장실 가서 울음 그치고 와. 그리고 끝까지 해!"


아, 담임 선생님의 카리스마는 정말 멋졌다. 민하는 선생님의 호통에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훔치고 왔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 앞에 앉아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기만 했다.


나는 '내가 도와줘야 했었나?'하는 생각에 괜히 눈치를 보았다. 결국 다른 반 수업에 들어가야 했고, 찜찜한 기분으로 퇴근했다.


다음날 민하가 있는 반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게시판을 확인했다. 다른 친구들의 활동 결과물과 나란히 민하의 활동지도 붙여 있었다. 아이가 해냈다는 것에 감동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과연 혼자 다 한 것인지 궁금해서 선생님께 물었다.


"민하 어제 괜찮았어요? 그래도 다 했네요."


"에이, 그럼요. 아이들이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어리광을 피우네요. 다 할 수 있으면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능력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민하의 반응까지도 예상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민하가 포기하지 않도록 강하게 밀어붙이신 게 아닐까?


근접 발달 지대.

Zone of proximal development.


아동발달에서 사용하는 교육 개념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근접 발달 지대 안에서 이루어질 때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현재 스스로 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약간의 도움이나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이 범위 안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때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배우고 발달할 수 있다.


선생님은 민하의 근접 발달 지대를 알고 아이를 이끌었던 것 같다. 이를 통해 민하는 과정이 좀 고통스러웠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보는 경험을 했다.


그 사건 이후로 민하에게 오리기, 색칠하기, 종이접기 등 소근육 활동은 더 이상 어려운 일, 힘든 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민하는 더 이상 활동지 앞에서 푸념하며 좌절한듯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여전히 다른 친구들보다 천천히 하긴 하지만, 내가 다가가 도우려고 할 때에도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달 수준을 파악하고 딱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주어 스스로 일어나게끔 한다. 교실에서 선생님은 때때로 아이가 스스로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주는 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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