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를 뿐입니다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니까 매우 조심스럽다. 3개월밖에 함께 하지 못했고, 학기 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르며, 아이들은 상황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나의 시선으로 본 단편적인 모습일 것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동안 아이를 판단하는 마음이 들지 않기를 바라며 시작한다.
곤이는 A반에서 내가 담당하는 아이다. 첫날 내가 아이 옆에 앉았을 때 아이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원래 하던 대로(?) 수업 중간중간에 '으아앙'하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때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 엉덩이!' 하면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연덕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쪽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기도 했다.
곤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 '수업 시간에 큰 소리 내면 안 돼요.'하고 나지막이 말해주었다. 곤이는 즉각 행동 수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간 지나면서 나의 제지를 받아들였다. 다행히도 더 과장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곤이는 책상에 낙서하기, 연필 씹어먹기, 지우개 뜯어먹기, 종이 찢기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행동을 했다. 나는 때로는 제지하고 때로는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방법으로 지도했다.
학습적인 면에서 곤이는 부진한 점이 없다. 한글 쓰기도 잘하는 편이고 수학문제도 스스로 잘 푸는 편이다. 다만 속도감이 남다르다. 느리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빨라서 속도를 조절해줘야 할 정도이다. 색칠하기나 만들기도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선생님이 곤이에게만 부가적으로 과제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자주 반복되었다. 곤이가 재빨리 활동을 완성해서 선생님께 확인받으러 나간다. 선생님은 색칠을 더 꼼꼼히 하거나 그림을 더 자세히 그리거나 정성을 다하라고 돌려보낸다. 그럼 곤이는 이내 실망한 표정으로 뒤돌아서서 자리로 온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크게 요동하지는 않는다. 다시 또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수정하거나 재완성하여 선생님께 제출한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곤이는 수업 시간에 괴상한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연필과 지우개를 씹어 먹는 일도 거의 하지 않는다. 활동 속도는 여전히 빠르지만 내가 옆에서 디테일을 추가하고, 더 정성을 쏟을 것을 조언해 주면 이를 받아들이고 따랐다. 적당히 다른 아이들과 속도를 맞추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초반에 곤이는 쉬는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며 허공에 대고 손으로 칼을 휘두르는 행동을 하면서 전투 놀이를 했다. 남자 유아들이 주로 하는 상상놀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교실 뒤에 앉아 블록 만들기를 한다.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 어울려 놀지는 않는 편이지만 가끔 친구가 다가오면 함께 병행놀이를 하기도 한다.
나는 곤이가 ADHD도 정서행동 장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학교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곤이는 이제 수업을 할 때에 집중하여 듣고 필요한 질문을 하고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고 놀이할 수 있는 보통의 초등학생이다.
빈이는 B반의 담당 아이다. B반은 주로 교과서로 수학 수업을 한다. 수학 교과서로 개념을 배운 후 수학익힘책으로 문제풀이를 하고 부가적으로 다른 학습지로 유형 공부를 더 한다. 40분 수업이 꽉꽉 채워져 있는 알찬 시간이다.
빈이는 선생님이 설명할 때 집중을 잘 못 한다. 선생님을 안 보고 있을 때가 많고 연필 정리하기, 지우개 만지작거리기 등등 다른 행동을 할 때가 많다. 물론 종종 아이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야 할 때는 큰 문제없이 스스로 해야 하는데 빈이는 스스로 학습하기 어려워했다.
처음에는 글자 해독을 못 하는 수준이었다. '다음 그림을 보고 사탕이 몇 개인지...'등등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읽고 해석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처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은 후 내가 내용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나의 설명이 없이는 진도를 거의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단원 평가를 치르는데 빈이가 스스로 읽고 문제를 풀어야 했다. 내가 아이에게 설명을 하다 보면 답에 대한 힌트를 주게 될 수도 있어서였다. 40점. 빈이의 첫 단원 평가 점수였다. 빈이는 한글을 몰라서 수학 문제를 못 풀었다.
지금은 한글에 익숙해져 빈이가 스스로 문제를 읽고 푸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 발생. 이제 빈이가 나에게 의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없을 때에는 문제를 스스로 읽고 잘 풀던 아이가, 내가 교실에만 들어가면 마치 내가 다 해줄 것을 예상한다는 듯이 손을 놓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선생님과 나는 빈이가 무조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그때부터 나는 빈이가 먼저 해보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나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지도했다. 또한 내가 옆에 있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일부러 빈이한테 내가 안 보이도록 떨어져 앉아 있었다. 선생님도 내가 마치 교실에 없는 것처럼 빈이를 집중 지도하셨다.
그렇게 한 결과, 마지막 주 즈음이 되었을 때 빈이는 스스로 문제를 읽고 풀게 되었다. 그리고 모르는 경우에만 내게 묻곤 했다. 또한 쉬는 시간에 억지로 추가 학습을 했었는데, 마지막에는 내가 쉬는 시간을 갖자고 해도 오히려 문제를 더 풀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로 변했다.
나는 곤이와 빈이가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개입했기에 나아졌다고 믿는다. 마치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꽃잎을 피우는 수국처럼, 아이들도 교실에 주어진 환경에서 자기만의 빛깔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