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나도 학생이 되고파
나는 협력 강사로 두 반에 들어간다. 두 분 선생님 모두 20여 명의 아이들을 지도하신다는 측면에서 존경스럽다. 그중에서도 A반 선생님은 아이들이 참 부러울 만큼 훌륭한 교육을 하신다. 오늘은 A반 선생님의 노하우를 감히(?) 허락 없이 공개해 본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아마도 문해력일 것이다. 글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요즘 아이들은(이렇게 말하니 나는 예외인 것 같지만, 나 또한) 문해력 저하가 문제 된다. 스마트폰 영상, 특히 짧은 쇼츠 영상에 일찍 노출되며 주의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반 선생님은 일주일에 2회 정도 그림책을 읽어주신다. 실물화상기로 책을 띄우고, 글자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읽어주신다. 여기에 선생님만의 특별한 방식이 더해진다.
선생님은 그림까지도 읽어주신다. 클로즈업 기능을 사용해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구석에 있는 작은 동물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아이들과 세세하게 살펴보신다.
이럴 때 아이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저마다 자기 시선에서 찾아낸 그림들을 외쳐 말한다. "선생님, 저기 구불거리는 거는 뭐예요?", "저기 상어가 숨어 있어요." 등등 적극적으로 그림책 읽기에 동참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마다 질문을 하거나 책에 대한 코멘트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질문에 답하시거나 모르는 것은 '몰라!'하고 쿨하게 인정하시고 다음 내용을 이어가신다.
사실 대집단 수업에서 아이들의 참여를 장려하다 보면 자칫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선생님이 다시 주요 문장을 읽기 시작하면 곧 집중을 되찾고, 이야기 전개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해서 3개월 동안 읽은 책이 <내가 나를 골랐어>, <단어 수집가>, <디들리담, 디들리돔>, <그럴 때가 있지>, <코딱지 판다>, <구름 놀이>, <이파라파 냐무냐무> 등등 다양했다.
나는 확신한다. 이 반의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랄 것임을. 책을 잘 읽는 아이들로 성장할 것임을.
이번에는 수학수업 이야기다. A반 선생님의 수학 수업에서 좋았던 점은 바로 '수학 자신감'을 키워주는 부분이었다.
한날은 아이들과 10 이하 수를 가르기, 모으기 한 후 보수 개념을 배웠다. 선생님은 가르기, 모으기 문제가 빽빽하게 적혀 있는 학습지를 주셨다. 만약 아이들에게 각자 문제풀이하도록 시켰다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은 먼저 1과 9, 2와 8 등등 여러 개의 사례를 찾아서 아이들과 다 함께 답을 찾았다. 어떤 아이들은 쉽게 하였고,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의 답을 들은 후 숫자를 써넣었다. 그렇게 반복했다.
그다음 선생님은 각자 반 페이지 정도 스스로 하라고 과제를 내주셨다. 아이들은 다 같이 약 20문제 정도를 풀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어려움 없이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선생님은 보수라는 명칭을 알려주셨다. "3의 보수가 7이며, 4의 보수가 6이다. 이렇게 서로 더해서 10이 되는 수를 보수라고 한다."라고 설명해 주시니 아이들이 쉽게 이해했다. 앞에서 다 같이, 또 따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보수 손뼉 치기 게임을 했다. 화면에 숫자를 띄우면 해당 숫자의 보수만큼 박수를 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이 제시되면 7 즉, 일곱 번 박수를 치는 것이다. 만약 틀리면 탈락이 되고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지켜본다.
선생님 주도의 학습, 스스로 학습, 그다음 신체활동으로 마무리하는 수학수업. 이런 구성을 보았을 때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달을 고려하여 수업을 진행하신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만 7세 아이들은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 중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머릿속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구체물’을 통해 수학을 더 잘 이해한다.
일타강사처럼 말로만 개념을 설명해 주는 방식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효과적이지 않다. A반 선생님의 수업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발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나의 전공이 아동발달이라 그런지 나는 교육에 있어서 발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A반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발달을 이해하고 수업하시는 분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그래서 선생님의 수업은 늘 기대하며 들어가게 된다. 오늘은 어떤 재미난 수업을 하실까? 하면서.
좋은 수업을 곁에서 함께 지켜보는 일, 그건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