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협력강사입니다

14시간 초단기 근로자입니다만

by 아마르기

누군가에게 내가 협력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 다들 생소한 용어에 고개를 갸웃한다.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에는 협력강사 여섯 명이 일하고 있다. 오늘은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처음 공고가 떴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주 14시간 근무'와 '시간당 18000원'이라는 문구였다. 초등학교 근무이니 대부분 오전일 것이고, 전업주부인 나에겐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게다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내가 늘 해오던 일이 아닌가? 또한 나는 어린이집 교사 경력도 있었기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에서 가장 알맞은 일이라 판단했고, 지원했고, 합격했다.


첫날, 한 자리에 모인 우리는 눈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근무 경험에 대해 나누었다. 그중 두세 분 정도는 이미 협력강사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이었다. 반 배정은 제비 뽑기로 이루어졌고, 첫 근무일에 만나길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날 이후, 나는 자꾸만 궁금해졌다. 이들은 어떤 연유로 협력강사를 선택했을까?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사람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계속되었다. 그동안 근무하면서 탐정처럼 파악한 정보를 나열한다.


A 선생님은 수학과를 전공했고, 지금도 중고등학생 수학 과외를 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 아이가 하나 있다.


B 선생님은 디자인 전공자다. 관련 업계에서 일하다가 직장생활에 환멸을 느껴 돌연 유학을 하게 되었고, 5년 정도 유학 후 귀국했다. 이 분은 유치원생 아들이 있다.


C 선생님은 피아노 전공자이며 현재 학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계시다. 유일한 미혼이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석사학위도 있다.


D 선생님은 중국어 전공자로 타학교 방과후반에서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E 선생님은 교육 관련 석사학위가 있는 분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와 미취학 유아, 두 자녀의 엄마이다.


그리고 나는 아동학 전공자이며 세 아이의 엄마다. 연구원과 대학 강사로 일하다가 최근 3년 동안은 나, 남편, 아이의 사정으로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우리는 4년제 대학교 졸업했고 아이가 있다. 남편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역 특성상 대기업을 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나는 동질감을 느껴졌다. 우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각자의 꿈을 키웠던 사람들이다. 결혼 후에는 자녀도 낳고 그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다. 자녀교육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엄마표 교육'을 실천하려 애쓰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사회에서 '14시간 초단기 근로자'다. 가정을 돌보며 각자의 삶을 선택하는 동안, 사회에서 허락된 자리는 그만큼 좁아졌다.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주체성을 주장하고 싶지만 가끔은 억지스럽다고 느껴진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길 위를 묵묵히 걷고 있을 뿐일까.


물론 나는 이 일이 즐겁다. 아이들을 만나고 돌보고 이야기하는 이 일이 좋다. 하지만 '14시간 초단기 근로자'라는 글자를 보면 무언가 걸린듯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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